검찰 첫 보조금 수사…어떻게 달라지나

이통 시장 '은밀한 장부' 다 드러나나

일반입력 :2014/11/27 14:04    수정: 2014/11/28 16:24

정부가 단통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이통사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을 선택했다. 단통법 시행 한 달 만에 유통점으로 하여금 불법 보조금을 지급토록 유도한 것에 대한 엄벌의 성격이 짙다.

더욱이 지난 연말 정부가 이통 3사에 1천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올 상반기 이통사별로 45일에 이르는 영업정지 제재를 내렸음에도 불법 보조금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사고발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불법 보조금 조사'가 '불법 보조금 수사'로 바뀌게 됐다.

무엇보다 수사 강도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압수 수색 영장 발부 등을 통해 교묘하게 위장된 불법 보조금 관행의 뿌리를 밝혀낼 지 주목된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단통법이 마련된 상황에서 특정사업자가 먼저 시작하고 나머지 사업자들이 불가피하게 따라갔다는 논리는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며 “이번 조사결과만으로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겠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CEO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형사고발 조치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통사에 단통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보조금 근절될까

지난 연말부터 방통위는 불법 보조금에 대한 제재 수위를 ‘천문학적 과징금→영업정지→형사고발’로 높여왔고, ‘재발 시 CEO 형사고발’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상태여서, 향후 이통사들이 과거와 같이 불법 보조금 지급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통3사 모두 포화된 시장에서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확보라는 유혹에 노출돼 있는데다,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보조금 대란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수사기관에 형사고발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불법 보조금 지급이 완전히 근절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통사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이라는 선례가 생겼다는 점에서, 유통점의 불법행위에 대한 첫 과태료 제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아이폰6 대란과 같은 대형 불법 보조금 사태가 당분간 재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보조금 제재, 방통위에서 수사기관으로 이관?

방통위는 이통사에 대한 형사고발로 불법 보조금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인식은 확실히 각인시켰으나, 보조금에 대한 조사 능력에서 한계를 지녔다는 점은 스스로 자인한 셈이 됐다.

이날 회의에서 최성준 위원장은 “우리가 좀 더 많은 조사 능력을 갖고 가졌다면 (아이폰6 대란 발생 직후)예약판매 취소 사례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가 조사하는 것 보다 강제 수사권을 지닌 검찰이 한다면 우리가 못한 한계점을 폭넓게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빨리 고발조치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방통위가 이번 제재조치를 ‘엄벌’에 방점을 찍고, 소위 ‘전 국민 호갱법’으로 불려 온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이통사로 돌리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단통법이 ‘이통사 배 불리는 법’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한 업계 관계자는 “설마 했던 형사고발 조치가 실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통사도 적지 않게 당황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방통위 입장에서는 이통사의 과도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자체 조사와 제재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권위를 방통위 스스로 무너트린 측면이 있고 향후 불법 보조금에 대한 규제 패러다임이 방통위 제재에서 수사기관 처벌로 옮겨가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