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라, '10년 연인' 구글과 왜 결별했나

'크롬' 가진 구글 못 믿은듯…야후 검색사업 재개도 매력

일반입력 :2014/11/21 10:20    수정: 2014/11/21 11:0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10년 동안 잘 사귀어왔던 연인이 왜 변심했을까?

연예계나 멜로 드라마 얘기가 아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물론 남녀 문제는 아니다. 검색 제왕인 구글과 비영리재단인 모질라, 그리고 야후 얘기다. 두 기업과 한 기관이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글과 모질라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10년 동안 이어왔던 검색 제휴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모질라재단이 만드는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상단에 구글 검색 바를 하던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모질라재단은 무작정 구글과 결별한 것은 아니다. 구글과 헤어지는 대신 야후와 손을 잡았다. 따라서 앞으로는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상단에 야후의 검색 바가 들어가게 된다.

■ 지금 당장은 좋지만 앞날 장담 못해 판단한듯

일단 10년 연인이 어떤 관계를 유지해왔는지부터 살펴보자.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상단에 있는 구글 검색바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의 표현대로 ‘비즈니스’다. 이용자들이 이 검색바로 검색할 경우 구글은 애드센스를 통해 광고 수입을 올리게 된다.

모질라재단은 파이어폭스 상단 좋은 자리를 내준 대가로 구글 광고 수입 중 일정액을 받아왔다.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비영리재단인 모질라에게는 적지 않은 수입이다.

이 대목에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당연히 야후보다는 구글과 계속 제휴하는 것이 수익면에선 훨씬 낫다. 검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가 안 될 정도다.

바로 이 지점에 모질라의 고민이 녹아 있다. ‘10년 연인’ 구글이 언제부터인가 잠재적 경쟁자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크롬 브라우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어느 순간 경쟁자인 파이어폭스를 견제하려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 비어드 모질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야후와의 계약 사실을 공표하면서 이런 부분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 야후, 훌륭한 대안 될 수 있을까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구글과 모질라는 언젠간 헤어질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는 점까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이 또 남아 있다. “야후는 구글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란 질문이다.

그 동안 야후는 검색 사업을 제대로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후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계약을 맺고 빙 검색 엔진을 사용해 왔다.

이 부분에도 조짐이 보이고 있다. 더버지에 따르면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최근 검색 사업 재개 의향을 밝혔다. 게다가 야후는 브라우저도 없다. 모질라 입장에선 후환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더버지는 이런 부분과 함께 “노트북, DNS 서버, 광대역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삼키려드는 구글과 달리 야후의 야심은 파이어폭스 같은 브라우저엔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이다”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이어지는 세 번째 질문이 남아 있다. 과연 모질라가 새롭게 찾은 야후는 옛 연인 구글의 거대한 야심을 막아줄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한 대답의 단초를 얻기 위해선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더버지는 야후가 12월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내놓게 되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