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一)인 다(多) 디바이스 시대다. PC, 태블릿, 스마트폰, TV 등 경우에 따라 여러 개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하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장소나 상황에 따라 맞는 기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디자이너 입장에선 고민이 늘었다. 한 개 서비스 만들더라도 PC, 태블릿, 스마트폰에서 각각 디자인하는 게 필수가 됐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IoT(Internet of Things)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아마 더 많은 디바이스를 고려해야 될 것이다.
구글 시니어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 미할 레빈은 최근 SK플래닛이 주최한 기술 컨퍼런스 '테크플래닛2014'에 강연자로 나서 멀티티바이스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때 일관성 있는(Consistent), 연속적인(Continuous), 보완적인(Complementary)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먼저 일관성 있는 설계를 주문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를 통해서도 같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건 기본이다. 그렇다고 같은 내용을 디바이스 크기에 맞춰 단순히 복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기기 별로 콘텐츠와 기능이 별도로 디자인 돼야 한다.
그녀는 디자이너는 같은 내용을 복제해 인치가 작은 스크린에 어떻게 옮겨 넣을 것인가가 아니라 디바이스 사이 상호관계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들은 많은 디바이스를 한꺼번에 들고 다니면서 같은 맥락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쓰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디바이스를 어떤 맥락에서 사용할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디바이스 간에 관계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살려주는 것이 UX디자이너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점은 멀티디바이스 사이 연속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집에 들어가 TV로 연결해서 마저 콘텐츠를 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상황은 다르지만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목적은 동일하다.
그녀는 아마존 킨들을 예로 들었다. 킨들은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동일하게 독서라는 행위를 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일반적인 독서 환경에서는 태블릿으로 책을 읽다가 운전을 하거나 조깅을 할 때, 혹은 글씨를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곳에 있으면 오디오북으로 책을 들을 수 있다. 다시 읽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끊김 없이 이어 볼 수 있다.
이전까지 읽는 것만 생각했는데, 오디오북과 관련된 기술을 인수한 후 한 발 물러서서 소비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뭔가를 다시 생각해 본 경우”라고 레빈은 평가했다.
멀티디바이스 UX 디자인에서 세 번째로 고려할 점은 디바이스 사이에 보안적인 사용 경험이다. 다양한 디바이스가 협력해 하나의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적합한지 살펴보는 것이다.
그녀는 TV태그(tag)가 보안적인 사용자 경험을 잘 살린 예라고 설명했다. TV태그는 사람들이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떨어져 있는 다른 사람과 수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파악해 만든 서비스다. TV가 방영하는 시간에 앱에 로그인하면 프로그램에 중요 장면이나 주인공 대사가 뜨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사실 그녀가 강조한 3C는 별개의 것들이 아니다. 멀티디바이스에서 이 3가지 조건은 보통 통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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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인수한 스마트 온도조절장치 네스트(Nest)는 스마트폰으로 리모트콘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적인 경험을 제공하지만 또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제어할 때 이들 사이에선 일관성 있는 경험도 함께 필요하다.
미할 레빈은 디바이스는 크기에 따라 사용되는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디바이스 크기도 고려해야할 중요한 요소지만 디바이스 사이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상당히 중하다며 일관성, 연속적, 보안적 경험 중에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인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