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부산에서 개막한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가 3주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7일 폐막한다.
이번 전권회의에서 우리나라는 1952년 ITU에 가입한 이후 최초로 고위 선출직인 표준화총국장을 배출하고, 우리나라가 주도한 의제 결의가 채택되는 등 외형적으로나 실리 양측면에서 당초 목표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는 우리나라가 명실상부 ICT 정책‧․외교 강국으로 발돋움했다는 사실이다. 회의 개최라는 일회성 의미와 국가 이미지 제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ICT 정책‧외교 리더십을 펼쳐 나갈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활동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ITU 5대 고위 선출직 가운데 하나인 표준화총국장 진출과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3가지 결의 채택을 통해 향후 ITU 글로벌 협력 활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갈 수 있는 인적‧물적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62년 만에 고위 선출직 배출-7연속 ITU 이사국 피선
ITU 표준화총국장 진출은 ITU 가입 60여년 만에 유치한 전권회의를 통해 우리 정부가 가장 야심차게 추진한 과제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ICT 글로벌 리더십을 인정받고 ICT 정책․외교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미래부는 외교부와 제네바대표부 등 재외공관과 상호 긴밀한 협업을 통해 ITU 회원국을 상대로 선거 지지교섭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미주·유럽 등 지역별로 개최되는 ITU 전권회의 준비회의에 참가해 지지교섭 활동을 펼쳤으며, 전권회의 기간 동안 미래부 장·차관은 수십 회의 양자면담 등을 갖는 등 열정적으로 선거 지지 활동을 펼쳐왔다.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터키, 튀니지와의 3자 경쟁구도 상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기 어렵다는 우려를 극복하고, 유효표 169표 중 과반(85)을 넘는 87표를 획득하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또한, ITU 이사국 선거에서도 유효표 167표 중 총 140표를 획득해, 13개국의 이사국을 뽑는 아태지역에서 2위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우리나라가 1989년 ITU 이사국에 처음 선출된 이후 7선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된 것은 ITU ICT 개발지수(IDI) 3년 연속 1위, UN전자정부 2년 연속 1위 등 세계적으로 ICT 강국의 면모를 확고히 해 온 결실이다.
미래부 측은 “7선에 이르는 이사국 피선은 그동안 ITU의 각종 연구반과 작업반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우리 ICT 전문가들의 노력의 결과”라며 “전권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의 실행 계획 수립이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글로벌 ICT 정책을 주도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oT 등 한국 주도 결의 3건 채택
우리나라가 전권회의 개최국으로서 글로벌 ICT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자, 신규 발굴해 제안한 ‘한국 주도 의제’가 결의로 채택된 것도 이번 전권회의를 통한 괄목할만한 성과다. 우리나라는 1952년 ITU에 가입한 이후 스터디 그룹 참여 등을 통해 왕성하게 활동해 왔지만, 전권회의에서 의제를 주도적으로 제안해 신규 결의까지 채택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특히 ‘IoT(Internet of Thing)’와 ‘ICT 응용(Application)’은 ICT 분야의 미래 핵심 비전과 과제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우리의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세계 각국과 공유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발굴한 의제로 지난 8월 아태지역 준비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어 공동결의(ACP)로 전권회의에 제출된 바 있다.
이번 IoT 결의는 ITU 차원에서 채택한 최초의 IoT 관련 결의이며, 이를 계기로 IoT가 ICT 산업의 주류 의제로 부상하고 관련 기술개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IoT 실현이 가속화됨으로써, 우리나라의 관련 기업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ITU 전권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부 대표단 고위급들이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창조경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았다”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성과 등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점을 고려할 때 ICT 응용 결의 채택은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모델을 전 세계와 공유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커넥트(Connect) 2020 비전은 ICT 장관회의 결과물인 ‘부산선언문’과 ‘ITU 전략계획’을 결합한 신규결의로서, ITU 최초로 ICT 미래 비전을 구체적인 목표 형식으로 규정해 결의로 채택한 것이다.
특히, ITU 사무국이 주안점을 둔 커넥트 2020 아젠다를 부산 ICT 장관회의와 연계해 각 대륙의 동의를 이끌어 내고, 최종적으로 결의로 채택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의제 주도 영향력을 높이고 향상된 ICT 외교 역량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가 주도한 의제 외에도 이번 전권회의에서는 항공기 추적을 위한 글로벌 노력 촉구, ICT를 통한 청년층의 역량 강화 등이 신규로 결의됐으며, ICT를 통한 여성의 권한 강화, 기후변화에 대응 등에 대한 결의안이 환경 변화에 따른 각국의 입장이 반영돼 수정 결의됐다. 또 현안의 중요성을 반영해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 공조를 강조하고 ICT를 통한 대응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도 채택됐다.
■특별행사로 한국 기업‧제품 이미지 높여
통상 ITU 전권회의는 정부 간 회의로서 의제 논의가 중심이지만, 이번 전권회의에서는 ‘ICT 전시회’와 ‘컨퍼런스’, 다양한 문화행사 등의 특별행사가 열려 ICT 발전의 현주소와 도전적 이슈, 미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참가국 대표들이 직간접으로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다양한 특별행사를 전략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우리 ICT 기업과 제품의 해외진출 증대, 국가 이미지 제고 및 개최도시 부산 홍보 등의 효과를 함께 거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구축한 한국이 이를 통해 국가발전과 경제 부흥을 이루는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세계 각국과 공유해 나가겠다는 글로벌 공유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개도국 대표단의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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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7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폐회식에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 하마둔 뚜레 ITU 현 사무총장과 훌린 짜오 차기 사무총장 당선자, 회원국 정부대표단 등이 참석해 전권회의에서 통과된 결의에 대한 회원국 대표들의 서명식이 진행된다. 또 미래부장관의 ITU 고위선출직에 대한 감사패 전달, 지난 3주간의 하이라이트 영상상영 등이 이뤄진다.
ITU 전권회의에는 중국, 러시아, 호주, 일본 ICT 장차관 등 170여개 국가에서 3천여명이 참석해 역대 최고 규모를 자랑했다. 본회의, 분과회의 및 현장에서 결정된 특별작업반 회의 등을 포함해 총 800여회 회의가 열렸으며, 휴일 없이 총 19일간 열띤 논쟁을 거쳐 최종 50여개 이상의 결의가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