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人]'기술경영' AP시스템, 내년 성장동력 준비완료

중국 거래선 확충, 2~3종 반도체 신규장비 개발

일반입력 :2014/12/08 08:11    수정: 2014/12/08 14:55

송주영 기자

이젠 국내만 바라보고 사업하는 시절은 지났습니다. 脫(탈) 한국이 내년도 목표입니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AP시스템 정기로 대표의 눈은 이미 중국 쪽에 쏠려 있다. 국내에서 삼성 등 대기업 협력업체로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이들 기업만 믿고 사업을 하기엔 성장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 AP시스템은 그야말로 성장이냐 퇴보냐는 기로에 서 있다. 올해 매출 실적 부문은 역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가 일단락되면서다. 최근 주가도 부진하다. 디스플레이 업계 동반 부진의 영향이 적지 않다.

그러나 AP시스템은 시련을 내년 도약의 기회로 삼을 작정이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기술력이다. AP시스템은 자타가 인정하는 기술 경영회사다.

지난 10월 '디스플레이 날'에는 LCD액정적하장치, OLED레이저결정화장비 등을 국산화해 7천164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올린 공로를 인정 받아 정기로 대표가 최고 영예인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AP시스템은 또 국내 328건, 해외 213건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정 대표 개인도 14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 출신이다.

최근엔 중국 상하이 티안마 AMOLED와 41억2063만원 규모의 AMOLED 제조장비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의 1.62%에 해당한다.

정기로 AP시스템 대표는 요즘 주가는 지난 2010년 악재가 생겼을 때보다도 못하다고 토로한다. 기술력, 향후 성장성 등을 봤을 때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AP시스템은 올해보다는 내년, 내년보다는 후년 더 높은 성장을 계획하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는 2016년에는 매출 3천억원대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반도체 부문, 해외사업을 확대해 기반을 마련하면 3천억 매출 시대도 못 열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정기로 AP시스템 대표는 지난 3년간 매출이 2천억원대에 머물렀다며 중국 디스플레이 2차 투자, R&D를 통해 개발을 완료한 반도체 장비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내년 목표를 설명했다.

AP시스템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매출 2천억원을 넘겼다. 지난해엔 2천500억원의 매출로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2천억원 매출 달성도 불투명하다.

AP시스템은 이처럼 부진한 매출 확대를 위해 내년엔 거래선 다변화, 신규 시장 개척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앞선 AMOLED 기술력이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차 신규 시장은 중국이다. 지난 2012년 중국의 디스플레이 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 장비업계는 이 시장으로 몰려갔다. AP시스템은 가지 못했다. 국내 업체 투자에 먼저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1차 투자 시기는 앉아서 놓쳐야 했다.

AP시스템은 최근 2차 투자를 시작한 중국에서 거래선을 확보하며 매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올해 매출의 25%는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는 10% 수준이었다.

내년에는 이 비중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상반기까지 중국에서 BOE, 에버디스플레이, 비전웍스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OLED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저조한 수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OLED장비 개발 경험이 풍부한 국산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호재다.

걸림돌은 일본의 풍부한 중국 사업 경험과 엔저 현상이다. 정 대표는 “환율 강세로 2년 전대비 가격 경쟁력이 30% 가랑 낮아졌고 일본업체들은 자국 시장이 줄면서 죽기살기로 덤벼들어 가격마저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AP시스템은 국내에서 인정받았던 ELA(레이저결정화), OLED 봉지 장비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이 주로 LCD 경험으로 AMOLED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는 다르게 국내 업체와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AP시스템은 지난 2005년 ELA 장비를 개발해 벌써 업력이 10년이 됐다. 국내 장비업계는 주로 디스플레이 업체의 향후 계획에 따라 밑그림을 그리지만 ELA는 AP시스템이 고민해 개발한 장비다. 초반에는 공급할 만한 거래선을 찾지 못해 고심도 했지만 현재는 AP시스템의 효자로 자리잡았다.

그동안은 국내 시장이 중심이었지만 중국 시장을 확대해 중장기 목표로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신규 분야 개척도 AP시스템의 내년 과제다. AP시스템은 어려움 속에서도 최근 2~3종의 반도체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최근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후공정 분야 장비도 포함돼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반도체 투자가 활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공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P시스템도 오는 2016년까지 반도체 분야 장비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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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 B2C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스, 전등 등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올해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시기였다”며 성장동력을 바탕으로 한단계 나아간 매출 성장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