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바일 게임, 무섭게 컸다

일반입력 :2014/11/05 10:50    수정: 2014/11/05 11:22

박소연 기자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를 향한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게임 종주국이라 불렸던 과거는 말 그대로 과거의 영광으로만 남을 수 있다는 불안이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를 퍼지고 있다.

5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게임업체의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오히려 국내 업체를 뛰어넘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게임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과거 중국 모바일 게임하면 단순한 복제품 정도로만 인식되어왔을 정도였다. 중국하면 ‘카피캣’이라는 이미지는 모바일 게임 계에서도 이어졌다.실제로 ‘애니팡’, ‘아이러브커피’ 등 국내 인기 모바일 게임들이 이름만 바꾼 듯한 모습의 ‘매일매일 팡팡’, ‘커피러버’ 등으로 중국에서 출시됐다. ‘커피러버’는 아예 ‘아이러브커피’의 소스코드를 탈취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취향에서는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그래픽도 중국 게임을 얕보게 했다. 화려한 풀 3D 그래픽으로 중무장한 국산 게임들의 입장에서 중국 게임들의 그래픽은 언뜻 조잡해보이기까지 했다.

이에 더해 스마트폰 보급률 1위에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진 환경에서 활약하는 국내 게임사들에게 열악한 인프라의 중국은 아직 올 길이 먼 후발주자로 인식됐다.

하지만 바로 그 환경이 중국 게임들에게는 힘이 됐다. 국내 게임사들이 네트워크 환경에 대한 걱정 없이 고사양 게임들을 만들어 내는 동안 중국 게임사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퍼포먼스를 뽑아내는 데 집중했다.

모바일 게임의 매출 증대 방안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국내보다 ARPU(이용자 1인당 평균 매출액)가 낮은 시장 특성 탓이다.

막강한 자금력과 정부의 게임 산업 진흥 정책도 한몫했다. 각종 규제로 게임 업계를 조이고 있는 국내와 비교해 중국은 정부가 게임 산업을 지원을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중앙 정부는 판호제를 도입해 타국 기업이 중국 퍼블리셔를 거쳐야만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했으며, 베이징시와 상하이시 등 여러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게임사에 자금을 지원한다.

우수한 한국 인력을 모셔가기에도 열을 올린다. 정부가 직접 모바일 게임 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한국 스타트업 유치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그 결과 중국 최고 히트작이라 일컬어지는 ‘도탑전기’가 탄생했다. ‘도탑전기’는 지난 7월 출시한 이후 출시 사흘 만에 일 매출 2천만 위안(한화 약 33억 원)을 기록하며 각종 플랫폼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

특히 신생 게임사 리리스가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의 인기 모바일 게임들을 꺾고 최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도탑전기’를 계기로 중국 게임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깨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독특한 전투 시스템과 캐릭터 육성 방식, 거기에 모바일 게임에서는 잘 도입하지 않는 월정액 시스템을 도입한 점 등이 ‘도탑전기’의 성공 요인에 꼽힌다. 기존 모바일 게임의 강점들과 기타 온라인 및 웹 게임의 강점들을 잘 엮은 것이다.

‘도탑전기’가 성공하자 이를 벤치마킹한 ‘리그오브서모너’ ‘히어로즈차지’ ‘어벤저히어로’ ‘가즈러쉬’ 등이 국내에 연이어 출시됐다. 이들 중 지난 8월 말 출시된 미국 개발사 유쿨의 ‘히어로즈차지’는 예상 밖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21일 한글화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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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들도 ‘도탑전기’ 따라 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국내 게임 시장에 제일 먼저 ‘도탑전기’류의 게임을 내놓기 위해 몇몇 모바일 게임사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만년 후발주자로만 여겨졌던 중국 모바일 게임이 정부의 진흥 정책에 힘입어 급부상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 미래가 없다고 여기는 인력들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가 경쟁력을 잃는 건 순식간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