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로크’ 이후 뚜렷한 성공작 없이 고전하던 그라비티(대표 박현철)가 내년도 재기를 위해 시동을 건다.
그라비티 김진환 사업본부장은 인터뷰를 통해 “내년에는 욕심 부리지 않고 잘하는 데 집중해 실적을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는 그라비티가 조금 움츠리고 있었지만 내년도는 재기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라비티는 지난 2000년 4월 설립된 이후 MMORPG ‘라그나로크’의 흥행을 기반으로 지난 2005년 2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급성장했다.
지난 2002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라그나로크’는 국내는 물론 일본, 동남아, 북미 등 해외에서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단독 페스티벌이 개최됐을 정도로 당시 ‘라그나로크’의 인기는 선풍적이었다.
하지만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을 내놓지 못했다. ‘라그나로크’의 후속작 ‘라그나로크2’도 흥행에 실패했다. 결국 그라비티는 지난 2005년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의 게임업체 겅호온라인에 인수됐다. 설립 5년 만의 일이다.
이후에도 그라비티는 모바일 및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미래 가능성을 모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라그나로크’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게임들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김진환 본부장은 “‘라그나로크’ IP의 힘에 비해 성적이 부진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라그나로크’ 자체의 세계관이 방대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용자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을 출시한다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그나로크’ IP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로 출시 12주년을 맞은 ‘라그나로크’는 특히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한 인기를 자랑한다.
최근 대만에서는 10년 전 홍보모델이 다시 홍보에 나서 ‘나 아직도 ’라그나로크‘ 안에 있어’라는 멘트로 해당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물론 ‘라그나로크’에만 매달리지는 않는다. 이번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10여 개의 출시 계획이 잡혀있다. 국내외 다양한 게임들을 포함하며 이 중 6개 게임이 자체개발작이다. 퍼즐, RPG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준비 중으로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게임도 있다.
이달 중 출시 예정인 퍼즐 어드벤처게임 ‘마법퍼즐아일랜드’는 새 출발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 스타트업 개발사가 개발한 이 게임은 퍼즐을 깨 길을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퍼즐 게임으로 캐주얼해 보이지만 고민이 필요하다.
김진환 본부장은 “이용자들이 새로운 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넓은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게임을 통해 게임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의 말처럼 그라비티의 목표는 단일 시장이나 게임이 아니다. 좋은 게임을 개발 및 발굴해 다양한 국가에서 서비스하는 데 그라비티의 미래가 있다.
그라비티는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80%로 국내 비중이 작지만 점차 그 비중을 확대해 국내외 시장 모두에서 인정받는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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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해 국내 중소게임사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도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의 중소게임사들이 믿을 수 있는 파트너사가 되는 것이 그라비티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김 본부장은 “승리를 할 때는 연승을 이어줄 수 있는 게 에이스고 지고 있을 때는 역전할 수 있게 하는 게 에이스”라며 “풍부한 IP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 막강한 자금력의 중국 사이에서 한국 게임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중소업체를 견인할 수 있는 중견게임사들이 에이스가 되어 상생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