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단통법 시행 이후 일부 아이폰6 구매자에 편법 보조금이 집중되면서 엉뚱하게도 미국 애플이 이 법의 수혜자가 된 배경은 이렇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혹은 단말 구매 지원금) 규모가 뚝 떨어지자 가장 난리가 난 쪽은 정부였다.
소비자들의 맹비난이 이 법의 주무부처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밥통위'라는 말이 나왔을까.
보조금이 과도하다(사실은 일부에게만 집중된다)며 사업자들을 질타해오던 정부는 이때문에 5개 업체 수장을 불러다 놓고 보조금을 올리라고 으름짱까지 놓아야 했다. 법 시행 앞뒤로 보조금에 대한 스탠스가 꼬여도 단단히 꼬여버린 것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틀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법을 놓고 서비스 사업자와 제조업체가 신경전을 벌인 탓도 적지 않다. 둘 다 보조금 집행 주체인데 이 법을 놓고 이해 관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서비스 회사는 이 법에 분리공시라는 조항을 집어 넣어 제조사마저 규제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고 제조사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던 것이다.서비스 회사가 제조사를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규제 폭탄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같이 돈 쓰고 같이 돈 버는데 보조금 규제는 매번 우리만 당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특히 단말 출고가가 높은 게 가계통신비 상승의 원인이라고 몰이붙이고 싶었던 것이다.
제조사가 이를 반대한 까닭은 마케팅 목적으로 유통업체에 제공하는 판매장려금은 영업기밀에 해당하고 이를 공개할 경우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은 재고 등 각국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온 훌륭한 파트너였던 양쪽은 이 이해 관계 대립 때문에 법안 제정 과정부터 극심한 감정 싸움을 벌여왔다.
이 감정 싸움은 이 법 시행 이후에 더 심해졌다. 단통법 시행 직후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국회는 이통사와 제조사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했다. 가계통신비 부담의 요인이 이통사는 단말기 출고가에, 제조사는 통신료에 있다며 팽팽히 맞섰다.
그러면서 이통사는 보조금을 확 줄였고 제조사도 장려금을 거의 태우지 않았다. 이통사는 우리가 보조금 안 태우면 너희가 별 수 있겠느냐는 무언의 항변을 한 것이다. 동시에 단통법이 제시한 평등 보조금을 지급하기에는 재무상의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제조사 특히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갤럭시노트4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았다. 이통사한테 해볼테면 해보라는 불만을 토로한 셈이며 한편으로는 제품 출시 직후에는 장려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쥐꼬리 보조금'. 이후 소비자 원성이 하늘을 찔렀고 유통업체들도 모두 다 죽을 판이라고 아우성이었다.
정부가 긴급히 5개사 수장을 불러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게 아이폰6였다.
이통사는 그동안 모아 둔 총알을 아이폰6를 향해 아낌없이 쏘았다. 특히 LG유플러스가 사상 처음으로 아이폰을 판매하면서 경쟁은 심화됐다.
이때 벌인 '한 밤 혈투'는 단통법 제조과정에서 나온 온갖 논의와 보조금을 줄이면서 해명했던 모든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또 뒷통수를 두들겨 맞았다.
국내 제조사와 유통업체는 곡소리를 내는 사이 애플은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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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소비자도 크게 횡재했다.
모든 그물이 그렇듯 '단통법'이라는 網은 구멍이 숭숭 뚫렸있는 그물이고, 보조금은 그 그물로는 잡을 수 없는 물같은 것이어서, 밤 중에 또 난리가 났고, 애플 배만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