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왕국 '구글'의 위기

전문가 칼럼입력 :2014/10/29 11:05    수정: 2014/11/12 08:49

김승열
김승열

현지시간으로 10월 17일 구글 3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전체 매출은 165억2천만달러로 시장전망치165억9천만달러를 밑돌았고 순이익은 28억1천만달러로 29억7천만달러였던 전년동기보다 하락하였다. 다시 반등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적발표 직후에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나 떨어졌다.

회계상 수치를 보면 순이익이 하락한 원인은 설비투자, R&D 인력 충원, 공격적인 M&A 때문이긴 하다. 하지만, 다수의 애널리스트들과 전문가들은 구글이 모바일 시대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는 평가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 모바일 OS 시장 85%를 차지하고 있고 스마트폰에 없어서는 안되는 서비스들을 가지고 있는 구글에게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그런데, 이러한 평가는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분기 실적이 발표될때마다 더 크게 불거지고 있다. 상세한 내용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모바일 시대에 하락하는 검색 가치

광고는 구글 매출에서 90% 정도를 차지한다. 여러 광고 상품 중에 '검색 연동형 광고'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이 성장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에 '검색 연동형 광고’가 노출되는 기기가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다.

여기에 구글의 근본적인 고민이 생겨난다. 각종 보고서들과 미디어들이 모바일 광고에 대해 화려한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용자들이 PC에서만큼 광고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리타겟팅이나 개인형 맞춤 광고는 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겠지만 '검색 연동형 광고’을 둘러싼 상황은 썩 밝지 못하다. 구글의 3분기 '검색 연동형 광고’ 클릭수는 17% 증가했다. 이는 25%나 성장했던 전분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수치이다.

모바일의 전환율(Conversion rates)이 PC보다 낮은 것도 문제이다. 업계에서는 대략 3분의 1 수준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광고 단가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구글 광고 단가는 전년대비 2% 떨어진 상태이다. 대부분의 '검색 연동형 광고’가 아직 PC와 모바일 구분없이 집행되기 때문에 그나마 지금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모바일 비중이 현저히 커지게 된다면 심각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용자들은 앱 중심으로 소비

웹과 앱 사이의 주도권 논쟁은 스마트폰 초기 시절부터 있어 왔다. 그리고, 전통적인 웹서비스 사업자들의 바람과 달리 사용자들은 모바일앱에 많이 머물고 있다. 최근 발표된 컴스코어의‘2014 미국 모바일앱 보고서(the 2014 US Mobile App Report)’ 자료에 의하면 모바일 트래픽의 86%가 브라우저가 아닌 모바일앱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구글은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웹사이트를 크롤링해서 검색 DB를 만들어 내고, 구글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은 사용자들이 해당 웹사이트에 있는 구글 광고를 클릭하게 하는 것으로 선순환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최근 자료를 살펴보면 구글이 소유한 사이트 광고 클릭 수는 25% 성장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사이트의 구글 광고 클릭은 전년대비 2% 늘어나는데 그쳤다. 사업자들이 모바일앱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펴면서 전체적인 웹 생태계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맛집을 검색하기 위해서 옐프(Yelp), 여행 정보를 찾을 때는 KAYAK, 구인구직을 하기 위해서는 Indeed, 음악검색을 하기 위해서는 Shazam,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아마존앱을 실행한다. 이는 구글 검색은 예전과 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은 ‘앱 인덱싱’을 통해 모바일앱 안에 있는 콘텐츠까지 검색에 포함시키려고 하지만 상황이 녹녹치는 않다. 서비스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데 현재까지 앱 인덱싱을 지원하는 모바일앱은 100개 정도다.

모바일 시대의 핵심 수익모델

구글에서 일어나는 모든 서비스의 중심에는 ‘검색’이 있다. 물론, 구글이 검색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은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광고에서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구글이 기술 회사가 아니라 광고 회사라는 우스개 소리도 이러한 이유에서 나왔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에 ‘서비스는 검색, 수익 모델은 광고’라는 편향된 사업 전략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구매하고(유료앱, 부분 유료화), 월정액으로 가입하고(스트리밍 서비스), 상품 구매(모바일상거래), 서비스와 연관있는 오프라인 상품 구매(OSMU)도 한다. 예전에는 이러한 상품을 판매하던 사업자들이 구글 검색에만 의존했지만 지금은 직접 앱을 만들어서 제공하거나 페이스북과 아마존과 같은 경쟁사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재미난 내용 중 한가지는 구글의 '비(非)광고' 사업쪽 성적표이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 동영상, 음악 등과 같은 콘텐츠 유통과 하드웨어 판매에서 18억4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전분기 대비 50%나 증가한 결과다. 성장세가 하락하고 있는 검색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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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매출이 3조가 넘어가는 세계적인 기업의 단기간 실적을 보고 ‘위기다. 아니다’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PC 시절의 관성만을 가지고 모바일 시대를 맞이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서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진취적인 태도와는 다른 이야기이다.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핵심 자산을 재정의하느냐의 문제이다.

예전에는 구글 검색창에서 모든 인터넷 활동을 시작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창이 깔끔한 텍스트로 채워지고 다시 커다란 웹 세상으로 연결해주는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페이스북 모바일앱을 통해 뉴스도 보고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제품 구매도 하는 현재의 모습을 곰곰히 살펴보니 이러한 기우가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승열 IT컬럼니스트

모바일왕국을 꿈꾸는 변방의 블로거로서 모바일 게임, 서비스, 브라우저, 스마트폰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국내 대기업에서 신규 모바일 서비스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고 있으며 플랫폼 전문가 그룹(PAG)의 Board Member 이기도 하다. 개인 블로그는 http://www.mobizen.pe.kr이며, 트위터는 @mobizenpekr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