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부진…태블릿 쇠퇴 신호탄인가?

3개분기 연속 판매 감소…커진 스마트폰에 치이나?

일반입력 :2014/10/22 09:31    수정: 2014/11/26 18:3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의 전성기는 끝난 것일까?

아이패드 판매량이 3개 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비상 신호'가 켜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심각한 문제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 곳 저 곳에서 이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애플이 발표한 2014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은 아이폰과 맥은 활짝 웃고 아이패드는 훌쩍 울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 분기에 총 1천230만대 가량의 아이패드를 판매하면서 지난 해 같은 기간(1천400만대) 판매량을 크게 밑돌았다고 밝혔다.

■ 아이패드 미니-에어 '동일 사양, 동일 해상도' 출시가 계기?

더 큰 부분은 올 들어 계속 분기 판매량이 지난 해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판매량 추이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아이패드 판매량은 3월 분기부터 가장 최근인 9월 분기까지 지난 해 판매량을 밑돌았다.

팀 쿡은 아이패드 판매 부진에 대해 과속 방지턱(speed bump) 에 걸린 것일 뿐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3개 분기 연속 감소라는 건 분명 신경 쓰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IT 전문 매체 매셔블은 애플이 지난 해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와 아이패드 에어를 동시에 출시한 부분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시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와 아이패드 에어에 동일 사양, 동일 해상도를 적용했다. 화면 크기만 달리한 쌍둥이 제품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그 결과 대형 화면 스마트폰인 '패블릿'이 아이패드의 영역으로 치고 들어오게 됐다고 매셔블은 진단했다. 여기에다 ‘카니벌라이제이션’도 유독 아이패드에만 강하게 적용됐다. 카니벌라이제이션은 자기 제품의 점유율을 갉아 먹는 현상을 의미하는 마케팅 용어다.

이와 관련해서는 PC 시장에서 명품으로 자리잡은 맥 판매량이 늘어난 대신 아이패드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맥이 아이패드 에어 수요를 잠식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기에다 애플의 첫 대형 화면 제품인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가 출시와 함께 엄청난 인기몰이를 한 점도 ‘카니벌라이제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아이패드 미니 수요를 잠식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애플 역시 아이패드 최신 제품을 내놓으면서 이런 부분에 주목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에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2는 두께를 훨씬 얇게 하면서 처리 속도는 대폭 향상시켰다.

반면 아이패드 미니3는 터치ID를 추가한 것 외에는 전작에 비해 향상된 부분이 많지 않았다. 100달러를 더 내고 아이패드 미니3를 구입할 유인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매셔블은 이 같은 논리를 근거로 “애플은 소비자들이 아이패드 미니2 보다는 아이폰6 플러스를 선택하길 기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2년 약정을 기준으로 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 아이폰6 플러스 가격은 아이패드 미니2와 똑 같은 299달러다.

일부 외신들은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를 사실상 버리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 컴퓨팅 세계의 중심 스마트폰, 태블릿까지 삼킬까?

자,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과연 태블릿 시장은 정점을 찍은 것일까? 태블릿은 한 때 인기를 끌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넷북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매셔블은 이 질문에 대해선 ‘그렇진 않다’는 답을 내놓고 있다. 가격 외엔 아무런 장점이 없었던 넷북과 달리 태블릿은 노트북PC와 구분되는 나름의 영역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화면이 커지고 있는’ 스마트폰이다. 이 대목에선 팀 쿡 애플 CEO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매셔블은 지적했다.

팀 쿡은 지난 분기에 태블릿은 PC사업보다 더 큰 규모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스마트폰이 PC와 태블릿 모두를 누를 것”이란 또 다른 예상을 덧붙였다. 스마트폰이 컴퓨팅 세계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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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역시 이용자들이 갈수록 노트북 대신 스마트폰에 눈을 돌릴 것이란 점은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의 앞길이 험난해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노트북PC와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화면 커지고 성능 향상된 스마트폰의 위세 앞에선 존재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셔블은 이런 주장을 근거로 “앞으로 대형 화면을 찾는 애플 이용자는 맥북 에어 쪽으로, 소형 화면은 아이폰6 플러스 쪽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