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반도체사업 웃돈 얹어 판 이유는?

한해 적자 15억 달러…글로벌파운드리 "인력에 더 관심"

일반입력 :2014/10/20 18:55    수정: 2014/10/21 07:1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빅 블루' IBM은 왜 거액의 웃돈까지 얹어주면서 반도체 제조 부문을 넘겼을까?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 시간) IBM이 반도체 제조부문을 위탁생산 전문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에 매각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IBM은 반도체 제조부문을 넘기면서 오히려 15억 달러 웃돈까지 얹어줄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한해 적자 규모 15억 달러 달해

IBM이 반도체 제조부문은 한 때 자사 컴퓨터나 외부 고객용 칩 생산을 담당하다가 최근까지는 비디오 게임 콘솔용 칩을 생산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부분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밀렸다.

그러다 보니 IBM에게 반도체 제조부문은 골치덩이였다. IBM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남짓에 불과하면서도 연간 적자가 15억 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게다가 제조 부문은 IBM의 전체 사업 구조와도 맞지 않는다. PC 사업 부문을 매각한 이래 IBM은 제조업 쪽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IBM은 올초부터 반도체 제조 부문 매각을 위해 여러 업체들과 접촉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IBM은 글로벌 파운드리 외에도 인텔, TSMC 같은 반도체 업체들과도 매각 협상을 진행해 왔다.

IBM은 당초 글로벌 파운드리 측에 반도체 제조부문을 넘기면서 10억 달러 정도를 얹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하지만 글로벌 파운드리 측이 적자 규모 등을 이유로 20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중간 선에서 타협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궁금증이 제기된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왜 적자 투성이인 IBM 반도체 제조부문을 인수했을까?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는 IBM의 제조 시설보다는 인력과 지적재산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계약 조건도 그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역시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는 IBM 지적재산권을 이용하는 대가로 IBM에 파워 칩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글로벌 파운드리는 핵심 칩 제조기술에 접속할 뿐 아니라 일정 공급량을 확보하는 부대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 IBM, 반도체 부문 투자는 계속할 듯

그렇다고 IBM 반도체 쪽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건 아니다. IBM은 향후 5년 동안 반도체 연구개발 쪽에 30억 달러 가량을 투입할 예정이다. 제조 부문은 넘기지만 자사 칩 디자인과 지적재산에 대한 통제권은 여전히 갖길 원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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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이 글로벌 파운드리에 15억 달러란 거액을 얹어주는 것에 대해선 다른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VLSI 리서치의 댄 허치슨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IBM이 글로벌 파운드리에 지불하는 돈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칩을 생산하는 대가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도 아니면 글로벌 파운드리가 자신들의 생산 시설에 그것을 적용하기 위한 비용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