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콤 뱀부 스타일러스 파인라인(CS-600, 이하 파인라인)은 애플 아이패드 전용 터치펜이다. 아이패드와 블루투스 4.0으로 연결하고 전용 앱을 설치하면 손바닥을 화면 위에 올려 놓아도 터치로 인식되지 않는 팜 리젝션 기능과 1천24단계 압력감지 기능을 쓸 수 있다. 전원을 끄거나 블루투스 페어링을 하지 않으면 터치펜처럼 작동한다. 펜심 굵기는 1.9mm로 세밀한 조작이 가능하다.
내장형 배터리는 마이크로USB 케이블로 충전할 수 있고 2시간 충전해 최대 26시간 연속으로 쓸 수 있다. 파인라인을 지원하는 앱은 뱀부 페이퍼, 노트 플러스, PDF펜 등이며 어도비 스케치, 오토데스크 스케치북 등 전문 그래픽 앱도 곧 지원할 예정이다. 길이는 150.8mm, 무게는 23g이며 색상은 실버, 그레이, 오렌지, 블루, 핑크 등 다섯 종류다. 가격은 6만 8천원 선.
■ 손에 꼭 맞는 터치펜 “필기감 살리고…”
터치펜은 대부분 너무 가볍거나, 혹은 너무 가늘어 손에 쥐기 힘든 경우가 많다. 갤럭시노트4에 탑재되는 S펜도 초기 모델에 비하면 많이 개선되었지만 실제 샤프펜슬이나 볼펜과는 손에 쥐었을 때 느낌에 많은 차이가 있다. 길이가 너무 짧아서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앞이나 뒤로 쏠리기도 한다. 기능 버튼이 너무 앞에 쏠려 손에 쥐기 힘든 터치펜도 많다.
파인라인은 일단 손에 쉽게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손잡이 지름이 11mm로 볼펜과 큰 차이가 없어 실제로 펜을 쥔 것처럼 엄지와 검지, 중지 사이에 빈틈없이 잡힌다. 앱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는 버튼인 사이드 스위치도 손잡이 위쪽에 달아 실수로 눌리지 않게 만들었다. 무게 중심도 펜 중앙에 잡혀 손에 쥐고 움직일 때 피로가 덜하다. 다만 블루투스 송수신기와 내장 배터리를 내장한 탓에 무게나 휴대성은 기존 뱀부 펜에 비해 떨어진다.
■ 인식 지연 없지만…정밀도 아쉽다
파인라인의 블루투스 기능을 끄면 기존 터치펜보다 펜촉이 가는 터치펜처럼 쓸 수 있다. 가는 글씨나 세밀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이 상태에서도 충분히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최대 1천24단계 필압감지나 손바닥 터치를 무시하는 팜 리젝션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블루투스를 활성화한 다음 파인라인의 필압감지 기능을 지원하는 앱을 실행해야 한다.
파인라인과 아이패드를 블루투스로 연결한 다음 무료 앱인 뱀부페이퍼를 설치하면 필압감지와 팜 리젝션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팜 리젝션은 파인라인이 아닌 손가락이나 손바닥때문에 생긴 선을 완전히 무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손가락이나 다른 터치펜으로 선을 긋고 싶다면 파인라인의 블루투스 기능을 꺼야 한다. 필압감지 기능은 최대 1천24 단계지만 실제로 선을 그었을 때 체감 감도는 다소 못미친다. 펜을 화면에 그을때 지연 현상은 거의 없지만 펜촉을 화면에 찍었을 때 약간 어긋나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교정할 방법이 없다.
■ 교체 없이 오래 쓰는 펜촉
와콤 터치펜의 특징은 디스플레이 표면에 펜이 닿을 때 전해지는 느낌을 펜촉 교체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터치펜이 디지타이저나 화면과 마찰하면서 조금씩 닳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꿔 주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제조사가 밝힌 펜촉 수명은 약 99km(9만 9천미터)다. 선을 그은 길이가 99km를 넘어서면 펜촉을 갈아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앱스토어에서 무료 다운로드 가능한 뱀부 페이퍼는 파인라인과 연동하면 연필, 펜과 형광펜에 배경 속지 3종을 제공하는 파인라인 팩을 무료로 쓸 수 있다. 하지만 펜 종류가 썩 다양하지 않아 다양한 효과를 내고 싶다면 외부 앱을 쓰는 것이 좋다. 리뷰 시점에서 팜 리젝션과 필압감지를 완벽히 지원하는 앱은 뱀부페이퍼와 아트레이지 뿐이다.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라인, 어도비 포토샵 스케치, 타야스이 스케치 등 외부 앱에서도 일반 터치펜처럼 쓸 수 있지만 파인라인 고유 기능은 아직 지원하지 않고 있다.
■ 결론 : 아이패드 터치펜 중 가장 나은 선택
정전식 터치 인터페이스는 일일이 터치용 펜(스타일러스)을 뽑아들거나 손톱 끝으로 작은 화면을 콕콕 눌러야 했던 감압식 터치 인터페이스의 불편함을 덜어냈다. 열쇠고리처럼 펜을 매달고 다니거나 밑에서 펜을 뽑아들 필요 없이 가장 편리한 도구인 손으로 조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터치 밀림이나 주기적인 보정이 필요한 감압식 터치 인터페이스는 은행 ATM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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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전식 터치 인터페이스가 항상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입력할 때처럼 픽셀 단위로 정밀한 조작이 필요한 순간에는 오히려 손가락이 더 불편하다. 적외선을 이용해 펜 위치를 알아채는 입력장치도 나와있지만 아이패드 단자에 수신기를 끼워 놓아야 하고 가격도 비싸다. 뱀부 스타일러스 파인라인은 블루투스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가능한한 실제 펜에 가까운 필기감을 구현했다.
물론 이 제품이 만능은 아니다. 아직 고유 기술인 팜 리젝션과 필압감지를 제대로 지원하는 앱이 아직 적고 펜이 실제로 닿은 위치와 화면상 점 위치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필압 인식 단계도 PC용 태블릿인 인튜오스와 비교하면 체감상 다소 뒤처진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아마추어가 정밀도를 기준으로 터치펜을 고른다면 이 제품 이외에는 사실상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이 제품에도 만족할 수 없다면 압력 감지 단계가 두 배인 2천48단계로 늘어나고 더 가벼운 상위모델 ‘인튜오스 크리에이티브 스타일러스 2′가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