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에게는 대못 하나가 박혀 있다.
23년 통신단말기 외길 인생을 걸어왔지만 결국 성공신화를 쓰지 못했다는 쓰디 쓴 패배감이다. 팬택은 무선호출기(삐삐)로 시장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LG정보통신 시절 OEM 납품도 했다. 이후 팬택이란 자체 브랜드를 키워나갔다.
1997년 첫 CDMA 휴대폰 생산을 시작했다. DJ와 노무현 정부시절엔 현대전자 계열의 현대큐리텔과 '스카이' SK텔레텍을 인수하며 거침없이 질주했다.
내수에 이어 수출 시장까지 개척해 한 때 삼성과 LG 같은 글로벌 기업을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환경 악화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중남미 시장의 경제 악화가 치명적이었다.
결국 2007년 4월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다. 4년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변화무쌍한 시장은 이미 팬택의 편이 아니었다. 만성적인 적자 행진 속에 눈물을 머금고 한 솥밥을 먹던 직원까지 내 보내야했다.
애시당초 휴대폰 사업이 중소기업 업종이 아니었다고 애써 자위도 해보지만 그래도 안타깝고 서럽긴 마찬가지다.
팬택의 실패 속엔 기형적인 국내 통신시장 구조가 자리한다. 국내 통신시장은 이통사가 북 치고 장구까지 친다.
제조사가 제품을 소비자가 아닌(일부 자급제 폰이 있긴 하지만) 이통사에 팔아야 한다. 그런 탓에 이통사 앞에서 제조사는 언제나 '을'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호령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도 고양이 앞에서 쥐 신세다. 그나마 최신 제품 트렌드를 선도하고 서로 끌어주는 대기업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줄도 빽도 없는 팬택은 이통사 보조금-판매장려금 경쟁에 이리저리 휘둘렸고 결국 마이너스 폰을 팔아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익이 날 리 만무하다.
법정관리 속에 매각 작업을 진행하던 팬택에 대한 인수의향서 접수가 마감됐다. 매각 주간사인 삼정회계법인에 따르면 이번에 인수의향을 밝힌 기업 중엔 중국 업체도 포함됐다고 한다. 매각 주간사는 중국 업체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추가 인수의향서 접수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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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들 업체가 마지막까지 관심을 보인다면 중국 기업이 팬택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뜩이나 중국 업체들의 득세에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지 않을까 벌서부터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 중국 IT업체들이 거대한 자본력과 시장에다 팬택의 기술력과 특허를 더해 삼성과 LG를 더 빠르게 쫓아오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
들리는 소문엔 국내 업체가 팬택을 인수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속되는 전방위 경기침체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살고자 몸부림 쳤던 팬택이 중국 업체에 팔려 자칫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시장의 우려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