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이베이에 이어 휴렛패커드(HP)도 회사를 둘로 쪼갰다.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 시각) 2015년 10월까지 PC 및 프린팅 사업 부문을 분사할 계획이라 선언했다.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이 HP 분사 소식을 특종 보도한 지 하루 만에 공식 발표가 나왔다.
휘트먼 CEO는 기업용 솔루션 부문을 담당하는 HP 엔터프라이즈 CEO를 맡기로 했다. 반면 PC 및 프린팅 사업 부문이 주축을 이룬 HP Inc는 다이언 웨즐러가 사장 겸 CEO로 경영을 책임진다. 휘트먼은 HP Inc 비상임 회장 역할을 하기로 했다.
HP는 이미 2011년 한 차례 분사를 추진한 적 있다. 따라서 이번 분사 자체가 충격적인 소식은 아니다. 하지만 HP의 이번 조치로 대형 회사들의 연이은 분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B2B와 B2C는 경영 초점 달라
최근 추세를 한번 살펴보자. 모토로라는 지난 2011년 B2C 영역인 휴대폰 및 셋톱박스 사업과 B2B 부문으로 회사를 나눴다. 이후 휴대폰과 셋톱박스 부문은 구글에 인수됐다.
이베이 역시 최근 결제 사업인 페이팔을 분사했다. 이베이로선 페이팔을 인수한 지 2년 만에 별도 회사로 분리시킨 셈이다.
궁금증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초대형 회사들은 왜 특정 시점이 되면 분사를 택하는 걸까?
이에 대해 IT 및 경제 전문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하나는 경영 측면의 선택과 집중이요, 또 하나는 주주 가치 극대화다.
실제로 대형 기업들은 사업 부문을 나누는 것이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HP처럼 복잡한 구조로 돼 있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성장 쪽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단행해야 할 부문이 있는가 하면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성숙 사업 부문도 있다. 이 둘을 나누는 것이 경영 측면에선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특히 B2B와 B2C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경우 자칫 경영 전략 면에서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B2C 사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나 IBM이 기업 시장에 주력하기 위해 PC 사업을 매각한 것도 같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 동안 HP의 사업 구조는 ‘모든 영역’에 걸쳐 있었다. 이번에 B2C 사업에 초점을 맞춘 HP Inc와 B2B 영역인 HP 엔터프라이즈로 나눈 것은 경영 전략 측면에선 충분히 수긍할만 하다.
마찬가지로 HP 엔터프라이즈는 향후 성장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반면, HP Inc는 상대적으로 성숙사업 쪽이다. 성숙 산업인 PC 쪽 회사는 수익 쪽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HP 엔터프라이즈는 미래 가치를 극대화하는 쪽에 경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휘트먼이 HP 엔터프라이즈를 맡은 것 역시 공격적인 투자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 주주 가치 극대화도 주 요인…HP는 글쎄?
그럴 경우 당연히 두 번째 질문이 뒤따르게 된다. 과연 분사를 통해 주주 가치 제고란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또 다른 IT 매체인 리코드의 분석을 한번 살펴보자. 리코드는 이번 분사로 HP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 동안 HP 주가는 S&P500 기업 중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회사를 둘로 나눔으로써 주가를 견인하는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리코드에 따르면 분사 발표 전인 지난 주 금요일(3일) HP 시가 총액은 660억 달러였다. 하지만 분사 발표 이후 78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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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회사를 둘로 쪼갤 경우 운영 측면의 시너지 효과가 상실되는 측면도 있다. 리코드는 HP 경우 시너지 상실 규모가 1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두 요소를 모두 고려할 경우 분사 이후 HP의 전체 가치는 큰 차이가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단순 추산 만으론 주주 가치 상승분은 쉽게 평가하기 힘들다. 이 부분은 성장산업인 HP 엔터프라이즈를 책임질 휘트먼이 어느 정도 경영 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