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재밌게 하는 숨겨진 게임 버그

일반입력 :2014/10/06 11:18    수정: 2014/10/06 14:39

박소연 기자

신작 게임에 버그는 골치 아픈 문제다. 때문에 게임사들은 내부 점검은 물론 다양한 이용자 대상 테스트를 진행해 버그 잡기에 나서지만 종종 출시 전 숨어있던 버그들이 출시 후에 발견되기도 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도 게임 내 버그로 인해 재밌는 소동이 몇몇 벌어져 눈길을 끈다.

번지의 콘솔용 FPS 게임 ‘데스티니’에서 발견된 버그는 이용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버그로 인해 게임 내 미공개 콘텐츠가 공개됐기 때문이다.‘데스티니’는 지난달 출시된 게임으로 출시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5억달러(한화 약 51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인기 게임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16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용자들은 최근 발견된 버그로 인해 DLC(추가콘텐츠)의 일부를 엿볼 수 있었다. 유출된 것에 따르면 DLC는 미션 4~5개와 스트라이크 2개, 크루시블 맵 3개, 레이드 1개 등으로 구성될 예정으로 새로운 행성은 없을 전망이다.

번지 측은 해당 버그 및 버그로 인해 유출된 콘텐츠에 대해 인정했으나, 해당 콘텐츠가 실제로 출시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기 때문에 확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출된 콘텐츠가 실제로 출시될지 여부에 상관없이 이용자들은 미공개 콘텐츠를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일렉트로닉아츠(이하 EA)의 유명 스포츠 게임 ‘피파15’에서 발생한 버그는 게임을 잘 모르는 이용자가 보기에도 재밌다.

피파15는 국내에서는 지난달 23일 출시된 축구 게임으로 실제 축구를 보는 듯한 현실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번에 피파15에서 발견된 버그는 게임의 강점인 현실감을 완전히 무시한다. 선수들이 모두 선 공이 있는 곳으로 모이는 것. 골키퍼까지 포함이다. 당연히 게임이 제대로 진행될 리가 없다.

다행히 이 버그는 모든 이용자들에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EA 측은 PC이름이 4글자 이하인 이용자들에게서만 해당 버그가 발생한다며 PC이름을 길게 지어줄 것을 요청했다.국내에서는 지난달 에이스톰의 액션 MMORPG ‘최강의군단’에서 버그가 발견됐다. ‘최강의 군단’은 지난달 26일 정식 오픈베타테스트(OBT)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달 19일 PC방 대상 사전 OBT를 진행했다.

버그가 발견된 것은 사전 OBT를 진행 중이던 지난달 21일. 군단창고에서 일부 소모품 아이템을 꺼내도 아이템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 일종의 아이템 복사 버그가 발생했다.

에이스톰은 지난달 21일 오후 9시부터 22일 새벽 2시까지 4시간여에 걸쳐 해당 버그를 수정하는 한편 악용 이용자에게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에이스톰 측은 버그를 악용한 4명의 이용자를 영구 정지했으며, 영업방해죄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버그 신고자 두 명에게는 문화상품권 10만원이 보상으로 지급했다. 이용자가 버그를 발견 시 악용하는 대신 신고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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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게임을 서비스하는 입장에서야 버그가 달갑지 않겠지만 이용자들에게 버그는 게임 내 정식 콘텐츠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업계 관계자는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버그라면 다행이지만 최강의 군단의 예처럼 악용의 소지가 있는 버그의 경우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어 게임사 입장에서 버그는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라며 “이용자가 버그를 발견할 경우 이를 악용하기 보다는 게임사에 알려 빨리 수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