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미국)=김우용 기자]오라클 직원은 아니지만, 오라클 제품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에서 일정 이상 경지에 올라 공인받은 사람은 ‘오라클 에이스’로 불린다.
에이스는 3등급으로 나뉜다. '에이스 어소시에이트-에이스-에이스 디렉터'다. 어소시에이트는 에이스로 가기 위한 진입 단계로 1년 간 활동해 능력을 입증하면 에이스 지위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디렉터는 까다로운 자격요건을 요구해 지위 얻기가 매우 어렵다. 전세계적으로도 에이스 디렉터 자격을 갖춘 이는 100여명 뿐이다.
한국 국적자 중 에이스 디렉터에 오른 사람은 노브레이크에서 솔라리스 에이스 디렉터로 있는 김석 수석컨설턴트다. 김석 컨설턴트를 28일(현지시간)부터 2일까지 열렸던 오라클 오픈월드2014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오픈월드가 열리기 전 이틀 간 오라클 본사에서 브리핑을 받고, 엔지니어링그룹과 만나 의견을 나눈뒤 컨퍼런스에 왔다”며 “컨퍼런스에선 직접 해보면서 배우는 핸즈온랩(Hands-on Labs) 강연 위주로 일정을 짰는데,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시나리오가 많아 한국에 돌아가 그 내용을 문서화하는 것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픈월드는 솔라리스뿐 아니라 전세계 에이스, 에이스 디렉터들과 네트워킹하기에 좋은 기회”라며 “오라클테크놀로지네트워크(OTN)에서 확실히 중국인들의 활약이 눈에 두드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라클 에이스 디렉터는 자격을 얻기가 힘든 만큼, 오라클 본사 핵심임원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눌 기회를 얻는다. 총괄 부사장은 물론 엔지니어링 조직의 핵심 인사들에까지 접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라클 제품의 방향성을 조언하고, 현재 버전의 문제점을 지적해 해결할 수 있다.
그는 “토마스 쿠리안과 만나서 물어본 게 몇 개 있었는데, 자기 영역이 아니니 존 파울러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하더라”며 “그러더니 자기 부하직원에게 지시해서 존 파울러 통해 답변 받을 수 있게 주선하는 등 한국에선 상상못할 정도로 성실히 대응해줬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에이스 디렉터는 100여명이나 솔라리스 에이스 디렉터는 김석 컨설턴트 한명 뿐이다. 그가 특별한 실력을 가졌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동안 솔라리스 사용자 기반이 위축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말기부터 오라클로 인수되기까지 솔라리스 시장점유율이 많이 하락했고, 사용자와 전문가들도 많이 줄었다”라며 “그러나 솔라리스가 오라클 하이엔드 엔지니어드 시스템에 기본으로 탑재되고 있어 점유율은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부터 오라클이 솔라리스를 포기할 지 모른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의 행보와 여기서 듣고 본 결과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솔라리스는 오픈스택 기반에서 돌아가며, 컨테이너 기술과 SDN까지 포함하고,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애플리케이션과 최적화도 잘 돼 있어 쓰기 편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라클 에이스 디렉터는 주로 본인 회사에서 임원급인 경우와 컨설턴트인 경우가 많아서 에이스 네트워킹을 사업에 활용한다”며 “자기가 원하면 오픈월드에서 발표를 해서 그자리에서 고객을 바로 확보하고, 책 출판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등 성공 발판을 오라클에서 제공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솔라리스 에이스 집단 자체가 줄어든 것에 아쉬움도 표시했다. 몇 년전 같이 활동하던 에이스들이 DBA나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 쪽으로 옮겨가거나, 사람 구하기가 워낙 힘들다보니 오라클 본사에 취업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오라클은 에이스 디렉터 관리를 매우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디렉터 지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일정 수준에 올라 에이스 디렉터가 된 사람들은 고위임원으로써 업무에 바쁘거나 나이도 어느정도 들어 왕성하기 활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간물, 오라클 관련 스피커 활동, 영문 기술문서 작성, 논문기고 등의 조건이 필요한데 상당히 부담이 되고, 결국 생업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오라클이 솔라리스 유저기반을 늘리는데 에이스와 에반젤리스트를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석 컨설턴트는 보안 분야에서 뛰고 있다. 솔라리스는 단지 애정과 열정 때문에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한다. 힘든 생업과 커뮤니티 활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
그는 “커뮤니티에 체리피커들이 많이 있지만, 정보 소비자가 생산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누군가 만들어놓은 문서를 보고 공부해서 지식을 쌓다가 내가 어느새 문서를 만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서를 만들다보면 공부도 많이 되고 보람도 많고, 내 가치가 그때 상승하는 것도 크다”며 “보통 사이트가 죽었다, 시장이 죽었다고 하는데, 솔라리스 커뮤니티에 글은 안 올라와도 방문은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으니, 사람들이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았으면 언젠가는 콘텐츠를 생산할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솔라리스에 대한 생각을 다시 들어봤다. 앞으로에 대한 전망이다.
그는 “사실 솔라리스가 제품 자체로 훌륭한데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 사용자 기반이 적고, 기술인력이 적다 보니 갈수록 위축되는 악순환이 있다”며 “올해 오랜만에 기술 세미나를 했더니 기술공유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솔라리스는 점점 더 많이 쓰이는 추세인데, 운영할 인력이 없어서 구인하기 쉽지 않다”며 “그래서 국내에 솔라리스 에반젤리스트 풀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매년 책을 한권씩 출판해 관심을 끌어올리고, 역량있는 사람 한두명을 오라클 에이스로 추천할 계획”고 설명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는 내내 오라클의 커뮤니티 지원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과거 썬 시절과 비교해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을 끌어내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사용자와 기술자 생태계를 만들고 시장을 형성해 솔루션을 공급하는 것보다, 현재 있는 시장과 고객에 집중해 성과를 내려는 게 오라클이다. 본사의 철저한 관리를 받는 한국지사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커뮤니티 지원에 선뜻 나서지 않고, OTN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에이스를 해보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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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솔라리스뿐 아니라 오라클 제품과 기술 혁신에 대한 개발은 확실하게 썬보다 나아졌다”며 “기술혁신이 계속되고 있어 성능이나 안정성도 좋아져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사람은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시장이 열렸을 때 즉각 가치를 발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며 “공유와 기여를 통해 오라클 에반젤리스트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세계적 인맥을 쌓고, 커리어를 쌓아보길 추천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