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후폭풍…유통가 "문 닫아야 할 판"

보조금 축소에 고객 발길 '뚝'…단속은 강화

일반입력 :2014/10/02 15:34    수정: 2014/10/02 16:38

잠시 문들 닫고 장사를 해야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 3사의 단말기 보조금 내역이 공개되면서 유통현장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갤럭시S4' 등 신형 단말기에 10만원대의 보조금이 지원되면서 일선 대리점 현장에서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2일 서울 성동구 한 휴대폰 대리점주는 “보조금 공시액을 보고 난 뒤 일주일 동안 매장 문을 열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손님 발길이 끊길게 뻔한데 차라리 문을 잠시 닫고 직원들과 어떻게 장사를 할지 이야기라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당장 문제가 된 건 생각했던 것보다 턱없이 낮아진 보조금 액수다.

과거에는 보조금을 얻어 최신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 고객들에 6만~7만원 수준의 LTE 요금제를 권유해왔다. 약정 할인과 보조금 이득, 마진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들도 충분히 호감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첫날, 유통점들의 이같은 호 시절은 끝났다.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보조금 수준이 과거에 절반, 심지어는 1/3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통사가 제시한 보조금 기준에 따르자면, 10만원에 육박하는 요금제를 쓰고도 갤럭시노트4에 10만원 수준의 보조금이 실리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선뜻 단말기를 구매할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최신 스마트폰 뿐만이 아니다. 구형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10만원이 조금 넘는 보조금이 책정됐다. 저렴한 단말기를 찾으면서 5만원 이하 요금제를 원하는 손님들에는 사실상 보조금이 거의 없어진 상황이다.

그는 “손님들은 최소한 어느 정도 할인을 생각하고 오는데, 지금 공시된 보조금으로는 매장까지 찾아온 분도 등을 돌리고 있다”면서 “예전처럼 매장의 마진을 줄이고 자금을 운영하지도 못해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치”라고 토로했다.

실제 한국통신사업자협회의 1일 번호이동 시장 집계를 살펴보면, 단통법 시행 첫날 시장이 3분의 1로 축소됐다. 단통법에 따라 공시한 보조금에 15% 추가 보조금을 매장에서 내줄 수는 있다. 하지만 공시된 보조금 모수가 적다보니 기껏해야 1만원 언저리를 더 할인해줄 수 밖에 없다.

단통법 판매 장려금 등을 고려하면 단말기 한대를 팔고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을 시켰을 때 받는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LTE 가입자당 15만원 정도만 남는게 현실이다. 이마저도 10만원을 더 내주고 5만원만 남겨서라도 손님 한명이라도 더 잡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라는 것이다.

한 유통점 사장은 “예전에는 폰파라치에 걸려 통신사가 내리는 페널티 벌금을 피하는게 최우선 숙제였다”면서 “이제는 정부가 매장 별로 과태료를 물린다고 하고, 통신사에서도 절대 위반 영업을 하면 안된다고 공지가 계속 내려온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사실 가장 겁이 나는 부분은 사전승낙 철회”라며 “혹 손님 한명 더 잡으려고 마진을 줄여 할인했다가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있다하니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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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단통법 시행으로 일선 유통점에도 강력한 단속이 시행된다. 유통 일선에서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 위반에 따른 과태료, 폰파파라치 적발을 이유로 통신사의 페널티와 환수금, 사전승낙 철회에 따른 매장폐쇄 등 이중 삼중의 규제를 당하게 된다.

그는 특히 “이전에는 통신사가 불법을 저지르고 영업정지로 유통이 피해를 봤는데, 이제는 통신사랑 제조사는 나몰라라 빠져있고 장사도 안되는 매장만 더 불리해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