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둘러싼 갖가지 법정 공방

일반입력 :2014/10/01 11:06    수정: 2014/10/01 11:07

박소연 기자

최근 해외 게임 업계는 바람 잘 날이 없다. 게임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명인과 게임사 간의 줄다리기부터 표절 논란까지 다양한 게임 관련 법적 논란이 해외 게임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 결과가 다른 게임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먼저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유명인이 게임사를 고소한 케이스들이 이목을 끈다.

할리우드의 말썽꾼으로 불리는 여배우 린제이 로한㉘은 지난 7월 레이싱 게임 ‘GTA5(Grand Theft Auto 5)’의 제작사 락스타게임즈와 유통사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를 고소했다.

GTA5에 등장하는 캐릭터 레이시 조나스가 자신의 이미지를 본떠 만들어졌다는 것이 린제이 로한의 주장.

GTA5는 지난 1997년 첫 출시된 GTA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지난해 9월 발매됐다. 출시 만 하루만에 1천121만부가 팔리는 등 전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 중 하나다.

린제이 로한이 자신을 본따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레이시 조나스는 GTA5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로 거식증에 걸린 유명 여배우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항상 파파라치들의 추적을 피해 다니는 한편 특이한 행동들로 할리우드의 이면을 비꼬며 이용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린제이 로한은 레이시 조나스의 행동과 외모, 옷차림, 목소리부터 게임에서 캐릭터가 주로 출입하는 호텔까지 캐릭터의 상당 부분이 본인과 비슷하다고 주장하며 초상권 침해 소송을 냈다.

이에 소송을 당한 두 회사는 린제이 로한이 소송을 건 것은 게임의 인기를 등에 업고 이슈를 만들어내려는 홍보성이라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악명 높은 파나마의 전독재자 마누엘 안토니오 노리에가 모레노(이하 마누엘 노리에가)는 액티비전을 고소했다. 액티비전의 게임 타이틀 ‘콜오브듀티: 블랙옵스2(이하 블랙옵스2)’가 자신을 악당으로 묘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

블랙옵스2는 1980년대 과거 시대와 2025년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FPS 게임이다. 마누엘 노리에가는 블랙옵스2에서 게임 내 최고 악당 라울 메넨데즈가 CIA로부터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비중 높은 악역으로 등장한다.

마누엘 노리에가는 액티비전 측이 자신의 동의 없이 게임 내에서 자신을 활용해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얻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오가는 상황.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용자들은 악당을 악당으로 묘사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반응이다. 마누엘 노리에가는 지난 1983년부터 1989년까지 파나마를 통치했던 독재자이기 때문.

마누엘 노리에가는 지난 1989년 미군에 생포돼 마약밀매, 돈세탁 등의 혐의로 미국과 프랑스에서 20여 년간 복역했다. 이후 본국 파마나에서 납치 및 살해 혐의로 총 60년형을 선고받아 1일 현재 엘레나세르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지난 1여 년간 관심을 끌었던 인기 퍼즐게임 관련 표절 소송은 최근 마무리가 지어졌다.

지난 8월, ‘캔디크러시사가’로 이름을 알린 영국 게임 개발사 킹은 자사의 ‘팜히어로사가’와 ‘펫레스큐사가’를 홍콩 모바일 게임사 6웨이브의 ‘팜에픽’과 ‘트레저에픽’이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캘리포니아 법원은 6웨이브의 게임이 킹 게임의 테마와 디자인, 진행방식, 그래픽 등을 따라했다며 킹의 손을 들어줬다. 6웨이브의 두 게임은 영구적인 마케팅 및 출시가 금지됐으며, 6웨이브는 그 동안의 게임 수익과 킹이 사용한 법률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이들 소송에 업계의 관심의 모이는 이유는 소송 결과에 따라 유사 소송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킹의 승소 이후 캔디크러시사가와의 유사성 논란이 있었던 선데이토즈의 ‘애니팡2’에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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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최근 마누엘 노리에가의 경우처럼 게임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게임에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게임들이 GTA5나 블랙옵스2처럼 실존 인물을 게임에 등장시키고 있으며 표절논란 역시 게임 업계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슈 중 하나”라며 “초상권 침해의 경우 아직 소송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만일 린제이 로한이나 마누엘 노리에가가 승소할 경우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수 있으므로 관련해 문제의 여지가 있는 게임들은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