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간 문명, '문명: 비욘드 어스'

일반입력 :2014/09/27 11:16    수정: 2014/09/27 18:38

박소연 기자

‘시드 마이어의 문명(이하 문명)’ 시리즈가 내달 24일 새로운 옷을 입고 찾아온다. 이번엔 우주다.

문명은 기원전 4000년부터 시작해 문명을 발전시켜나가 다양한 승리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키는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지난 1991년 처음 출시돼 총 5편과 다양한 확장팩 및 외전이 출시되면서 많은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내달 24일 정식 한글화 버전으로 출시되는 ‘문명: 비욘드 어스(이하 비욘드 어스)’는 지난 2010년 출시된 ‘시드 마이어의 문명5(이하 문명5)’의 차기작이자 지난 1999년 출시된 ‘시드 마이어의 알파 센터우리’의 정신적인 후속작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E3 2014'에서 첫 공개된 이후 지구가 아닌 우주로 무대를 옮겨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문명 시리즈와 달리 비욘드 어스에서는 국가 대신 세력을 선택해 우주 행성에 착륙해 외계인들과 함께 문명을 발전시켜나가며 정착해야 한다.

지난 25일 테이크2 한국 지사에서 ‘문명: 비욘드 어스’의 사전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국내에서 최초로 열리는 문명 시리즈의 시연회로 시연회 참가자들은 2시간 동안 총 250턴에 걸쳐 비욘드 어스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문명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그 특유의 게임성으로 유명하다. 문명을 시작하는 순간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는 것과 다름없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 시연회도 마찬가지였다. 몇 턴 진행하지도 않았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비욘드 어스의 기본적 배경은, 미래에 지구가 암흑기에 돌입하면서 인류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용자는 사상과 후원자, 우주선을 고르고 새 행성에 가져갈 화물과 이주할 개척민을 선별해야 한다. 이 선택은 초반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후원자로 프랑코이베리아를 선택할 경우 미덕 10개마다 기술 하나를 습득하는 혜택이 제공되며, 카비타 보호령 선택시 기지의 도시발전 속도가 50% 증가하는 등이다.

특히 이용자 세력의 지향성을 뜻하는 사상이 중요하다. 도시 건축과 군사 유닛 등에 해당 사상이 반영되기 때문. 사상은 어느 행성에든 적응할 수 있는 강한 인류를 목적으로 하는 ‘우월성’과 새 행성을 인류에 맞춰 개조하려는 ‘순수’, 외계 생태계에 유전적으로 통합되려는 ‘조화’ 3가지로 나눠진다.

게임을 시작하고 퀘스트를 진행하거나 기술을 개발해나가다 보면 그에 영향을 받아 사상 또한 수치 형태로 쌓여나가게 된다.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외계 생물과의 전투 발생 횟수가 달리지는 등 직접적인 게임 플레이에 사상이 큰 영향을 미치므로 주의해야한다.

한 가지 크게 바뀐 점은 과학기술이다. 전작 문명5에서 트리 형태였던 것이 웹 형태로 바뀌었다. 수많은 기술들이 이리저리 엮여있어 언뜻 보기에 복잡하다. 또한 우주를 배경으로하는 만큼 기술명이 낯설고 각 기술의 효과나 관계 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적응이 어렵다.

이 외에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는 전작 문명5와 비슷하다. 배경이 우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음성 부분을 제외하고 한글화가 완벽하게 지원돼 더 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다만 전투 부분이 강조된 느낌이 들어 이용자 성향에 따라 아쉬움이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먼저 문명5의 야만인 격인 외계생명체가 야만인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해진데다 어떤 땅은 체력을 갉아먹는 독기를 뿜어내기도 해 게임 플레이 초반 세력 확장이 어렵다. 동시에 전투 효과 등이 더 세심하게 표현됐으며, 유닛 업그레이드 시스템이 더 상세해 지는 등 전투적인 부분에서 즐길 거리가 더 다양해지기도 했다.

전투 액션을 좋아하는 이용자에게는 더 다양한 재미요소가 생긴 셈이지만, 게임 플레이 초반에는 평화롭게 내 세력을 키우고 싶은 이용자에게는 초반 허들이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조금만 영역을 확장하려 시도해도 독기를 뿜어내는 땅과 우글대는 외계생명체들이 방해를 해대기 때문이다.

결국 문명을 제대로 체험하기에 2시간은 너무 짧았다. 외계생명체들의 방해를 받으며 하나하나 정성들여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니 주어진 250턴의 절반도 다 진행하지 못하고 2시간이 끝났다. 실제 플레이의 초반부도 제대로 넘기지 못한 셈.

하지만 비욘드 어스에 대한 인상은 확실하다. SF와 문명 시리즈를 모두 좋아하는 이용자를 위한 시드 마이어의 선물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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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문명5와 비교해 뭐가 낫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세계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SF보단 역사를 선호하는 기자에게는 문명5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문명 시리즈 특유의 게임성은 여전하다. SF라는 진입장벽만 넘어선다면 즐길 거리가 풍부하고 완전히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간다는 성취감도 있다. 내달 24일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비욘드 어스라는 이름의 타임머신을 타게 될지 지켜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