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없는 SK·CJ·태광…창조경제투자 올스톱

경영권 회복, '통큰투자' 유도해야

일반입력 :2014/09/28 14:20    수정: 2014/09/28 14:35

“잘못한 기업인도 국민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도 있다.”(황교안 법무부 장관. 9월24일)

“구속된 기업 총수의 사면이나 가석방을 검토할 수 있다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9월25일)

경제 살리기와 창조경제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가 구속‧수감된 재벌 총수들에 대한 사면과 가석방을 잇따라 시사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현재 구속‧수감된 대기업 총수 중에는 창조경제 산업의 핵심인 방송‧통신부문의 SK‧CJ‧태광그룹이 포함돼 있어 주목을 끈다.

26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침체 장기화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하고 있는 정부가 구속‧수감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면‧가석방을 염두에 두고,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사범과 재벌 총수들에 대한 '무관용주의'가 깨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만큼 정부가 경제살리기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재벌 총수들에 대한 무관용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 아니겠느냐”며 “이미 투자를 전제로 한 사면‧가석방 얘기가 물밑에서 오고갔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경환 부총리는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 입장에서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말한 것”이라며 “기업인이라고 지나칠 정도로 엄하게 집행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되고 주요 기업인들이 계속 구속 상태에 있으면 투자 결정에 지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SK·CJ·태광 무르익는 사면 분위기에 큰 기대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총수들의 석방을 간절히 원했던 해당 그룹사들은 정부의 사면, 가석방 시사발언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 이후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전사적으로 나섰지만,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사실상 투자가 올스톱된 상황이다.

수감 중인 총수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CJ그룹이나 태광그룹 역시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CJ의 한 임원은 “그동안 이재현 회장이 병원에서도 임원들에게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부 등을 이메일로 꾸준히 보내왔는데 근래 들어서는 이마저도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라며 “사면이나 보석이 허가된다면 몸을 회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이 회장은 2심에서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며,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역시 보석 허가로 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앞둔 상태다.

특히, 1년8개월 넘게 회장이 자리를 비우고 있는 SK그룹의 경우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전략적 투자에 최태원 회장의 공백이 너무 커 정부의 사면, 가석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 창조경제, '통큰투자' 절실하다

SK그룹은 지난 2010년에 ▲新에너지 ▲스마트 환경 구축 ▲산업혁신기술 개발 등 3대 신성장 사업 투자에 10년간 15조5천억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공격적인 투자로 에너지, 통신 등 주력사업에 이어 21세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 회장의 부재로 올 초 태양광전지 사업에 이어 차세대 연료전지 사업까지 모두 중단된 상황이다. 최 회장의 오랜 공백이 대규모 투자를 과감히 결정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SK그룹은 주력인 통신, 에너지부문이 정체된 상황에서, 과거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은 바 있는 만큼, 최 회장이 경영현장에 하루라도 빨리 복귀해 '통근투자'에 나설 것을 고대하고 있다.

CJ와 태광그룹 역시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고 있지만, 그룹총수의 공백으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 통신사들이 방송통신 융합을 앞세워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고 미디어 환경이 모바일로 급격히 쏠리고 있지만, CJ와 태광그룹은 전략적인 투자를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체된 케이블TV 사업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위한 인수‧합병이나 모바일 진출 등 특단의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총수부재라는 리스크에 가로막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재 유료방송 시장에는 3위 사업자인 씨앤앰이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지만, CJ와 태광은 인수‧합병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케이블TV 1, 2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CJ)이나 티브로드(태광)가 3위 사업자인 씨앤앰을 인수할 경우, 700~800만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통신사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

특히 CJ는 방송에 이어 모바일 사업진출까지 타진하고 있지만, 현재 통신사의 망을 빌려 가입자를 모집하는 알뜰폰 사업에 만족하고 있다. 실제 CJ그룹의 경우, 올 상반기 이같은 경영리스크로 지연되거나 중단된 투자액수만 약 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 CJ그룹이 당초 투자키로 했던 1조3700억원의 약 35%에 해당되는 규모다.

관련기사

CJ측 관계자는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거대 통신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지만, 법‧제도가 해소됐음에도 그룹의 리더 부재로 꽁꽁 묶여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동통신 사업 역시 언제까지 통신사의 망을 빌려 사업을 해야 하는 종속적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한 결단도 그룹총수의 공백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룹사의 한 임원은 그룹의 미래를 걸 수천억, 수조원대의 투자결정은 총수만이 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현 정부가 경제활성화, 투자확대 등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