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일주일을 남겨두고 있지만, 분리공시제 도입 등 핵심 세부 규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분리공시란 사업자가 보조금을 공시할 때 이동통신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별도로 표시해야 하는 규정으로, 단통법 하위 11개 고시안 가운데 ‘보조금 공시제도’ 관련 고시안에 한 문장으로 규정돼 있다.
규제 당국 입장에서는 분리공시제가 시행돼야만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보조금 규모를 한눈에 파악,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단통법 고시안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분리공시제 시행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이통사 등 이해 당사자들이 대치하면서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영업에 큰 타격을 준다며 분리공시제 도입을 강력 반대하고 있는 반면에 이동통신 3사 등은 투명한 보조금 집행을 위해 분리공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분리공시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고시안 제정 및 법안 심사 과정에서 그대로 반영되면서 자칫 10월1일에 단통법을 시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24일 단통법 고시안 제정을 위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23일 국회 토론회에서 큰 우려를 제기한 것도 이때문이다. .■ 기재부가 삼성 대변하고 있다 분리공시 갈등확산
23일 국회서 열린 ‘단말기 유통법의 의의와 가계통신비 절감 과제’ 토론회를 주최한 우상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고시안 확정을 앞두고 기재부가 삼성전자 입장을 대변하면서 고시안이 흔들리고 있다”며 “규개위에서 분리공시를 반드시 포함해 단말기 유통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규개위 심사를 받게 될 분리공시의 정확한 내용은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사업자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공시할 때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와 협의해 이동통신사업자가 직접 부담하는 금액과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가 이동통신사업자에 지급한 장려금 중 위 지원금에 포함된 금액을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공시한다’는 문구로 규정됐다.
보조금 공시제도에 관련된 내용으로 방통위 상임위원 간에도 열띤 토론 끝에 분리공시를 도입하기로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 다만 규개위 심사 절차에서 발목이 잡히자 그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분리공시를 해야 이용자에 보조금을 투명하게 알릴 수 있고 결국 소비자에 좋은 방향이라고 해서 안을 만들었다”며 “제조사는 반대한다고 하는데 LG전자와 팬택은 찬성하고 삼성전자만 강력하게 반대하는 반면 이통3사와 모든 소비자 단체는 분리공시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분리공시가 빠지면 반쪽짜리 단통법이란 표현도 내놓는다. 실제 이통사를 대변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분리공시 외에도 단통법상의 다른 내용들이 흔들릴 수 있다는데 주목했다.
이승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고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분리 요금제를 선택할 때 요금할인 방식을 도입하기가 굉장히 어렵게 된다”며 “반드시 분리공시가 시행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 사전승낙제, 보조금 상한선도 막판 '진통'
분리공시 외에도 사전승낙제, 보조금 상한선 등 여타 규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전승낙제의 경우 이동통신사와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대리점, 판매점 간 논란 사항이다. 보조금 상한선은 실제 수급 대상자인 잠재 소비자와 액수를 결정하는 정부 간 쟁점으로 요약된다.
문병호 의원은 “상한선, 분리공시 외에 사전승낙제, 긴급중지명령에도 이견이 적지 않다”며 “단통법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업계와 정부, 소비자와 국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전승낙제의 경우 현재의 기조로 법이 시행되면 갑을 계약관계에 있는 일부 대리점과 판매점이 힘의 논리에 떠밀려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규제 외에도 통신사의 규제를 이중으로 받게 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를 위한 법이 아니라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대리점과 판매점을 규제할 수 없다는 조항만이라도 추가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조금 상한선도 초미의 관심사다. 과거 피처폰시대에 제정된 27만원을 시장상황에 맞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피처폰에 비해 단말기 가격이 두배 가까이 상승한 만큼 시장상황을 고려한 보조금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보조금을 올리면 통신사나 제조사가 서비스 요금과 출고가를 내릴 요인이 떨어지기 때문에, 단통법 도입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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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재홍 상임위원은 “보조금 제한을 올리면 중장기적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걸맞지 않게 조삼모사 효과가 나올 수 있다”며 “우선 단기적으로 이용자 후생 복지를 위해 올리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25만원에서 35만원까지 범위 내에서 정하기로 했고, 가입자 기준으로 이통사의 수익, 제조사의 마진, 물가, 유통 마진 등 4가지를 고려해 현재 27만원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