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이다. VM웨어가 스토리지 사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VM웨어 가상머신(VM)이 외장형 스토리지의 주요 역할까지 끌어안으려 하고 있다.
VM웨어가 올해 6월 베타로 내놓은 '버추얼볼륨(VVOL)'이란 v스피어의 기능이다. 2012년 VM웨어 연례컨퍼런스 VM월드2012에서 처음 일반에 소개된 후 2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정식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왔다.
VVOL은 v스피어에서 VM을 생성할 때 외장 스토리지 어레이의 디스크 공간할당을 자동화하는 기능이다. 디스크 할당은 외장형 스토리지 컨트롤러가 수행하던 로지컬유닛넘버(LUN) 생성을 가리킨다. 현재의 데이터센터 아키텍처에서 스토리지와 서버는 역할이 명확히 나뉜다. 외장형 스토리지를 쓰는 경우 애플리케이션에 할당되는 디스크는 스토리지의 컨트롤러에서 할당해줬다. 서버 CPU가 디스크에 접근하려면 스토리지 컨트롤러가 그 요청을 받아 할당된 LUN을 찾아 붙여주는 식이다.
이런 환경에서 서버는 스토리지에서 일어나는 작업에 대해 알지 못하고, 제어할 수 없다. 스토리지 관리자는 수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외장형 스토리지를 몇몇 LUN으로 나눠 용량을 여러 애플리케이션에 배급하는 기업내 디스크 용량 관리자의 역할을 한다.
VVOL은 디스크 할당의 주체를 VM으로 둔다. v스피어에서 관리자가 VM을 만들고 애플리케이션을 올리면서 그에 필요한 용량을 할당하면 자동으로 스토리지 단에 디스크 공간이 그 애플리케이션 전용으로 만들어진다. VVoL은 현재 단일 ESXi 환경에서 250개의 VVOL을 생성할 수 있다.
VVOL은 일종의 가상 컨테이너 이미지로 관리된다. 만약 할당한 VVOL 이미지가 하드웨어 장애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이미지를 복제해뒀다가 다른 하드웨어로 옮겨 바로 사용하면 된다.
VM웨어 v스피어5 이상 버전에서 제공되는 API인 'VM웨어API포스토리지어웨어니스(VASA)'와 '어레이인티그레이션(VAAI)'를 활용한다. 두 프로토콜을 통해 ESXi 하이퍼바이저와 스토리지 컨트롤러가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 경우 VM은 스토리지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 스토리지 컨트롤러의 역할은 VM에서 오는 VASA API 프로토콜을 받아 디스크단으로 연결하는 게이트웨이로 축소된다.
VM웨어는 VVOL 활용의 이점으로 스토리지 가용성과 성능을 꼽는다.
VM웨어코리아 정석호 이사는 용량, 가용성, 성능 등이 스토리지 레벨에서 서비스돼야 할 중요한 요소인데, 지금의 스토리지는 LUN만 던져주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며 VM 사용자 입장에선 스토리지 이중화, 가용성레벨. IOPS 같은 것을 관리할 수 없어 애플리케이션의 안정적이고 빠른 운영을 보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VVOL은 프로파일 기반의 자동화된 스토리지 관리를 제공한다며 리소스가 있을 때 스토리지 폴리시라는 정책을 만들어서 가용성과 IOPS의 여러 수준을 설정하고, VM 프로비저닝 시 스토리지 항목에서 정책 프로파일을 정하면 엔진이 알아서 스토리지 프로비저닝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토리지 자동화를 통해 관리자는 폴리시만 사전 정의하고 승인만 내려주면 된다며 현재 버추얼SAN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VVOL은 외장형 스토리지까지 전 스토리지에 걸쳐 동일한 정책기반 관리를 실현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VVOL은 이밖에 씬 프로비저닝, 중복제거, 스냅샷 및 복제(replication) 서비스, 암호화, 데이터 유지기간 설정 데이터 계층화(tiering) 정책 정의 등의 기능도 제공한다. 현재 스토리지 컨트롤러가 수행하는 거의 모든 핵심기능을 v스피어로 제공하는 것이다.
스토리지 관리자의 역할은 용량 관리 대신 하드웨어 가용성 유지로 바뀐다. 가상화 SW가 언제든 스토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가용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다.
사실 현재의 데이터센터 환경을 단순하게 보면, 연산처리를 위한 서버가 존재하고, 스토리지 관리를 위한 서버가 또 하나 존재한다. VVOL은 굳이 스토리지 관리만 수행하는 서버의 존재이유를 없애는 셈이다.
VVOL이 제공하는 기능들은 그동안 스토리지회사들이 자사 제품에서 유료 옵션으로 제공해온 것이다. 스토리지 회사는 단순히 디스크 묶음만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없으므로, 데이터 관리를 위한 여러 특수 기능을 옵션으로 판매해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VM웨어가 VVOL을 제공하려면 현존 스토리지 어레이 제조업체들의 전폭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EMC, 넷앱, 히타치데이터시스템(HDS), IBM, HP 같은 회사들이 자신들의 스토리지 컨트롤러에서 VVOL을 받아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VM웨어와 스토리지 회사의 파워게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게임은 이미 끝난 듯하다. VM웨어의 VVOL 개발계획이 처음 외부에 알려진 건 2011년이었다. 이때부터 이미 모든 메이저 스토리지회사들이 VVOL을 지원한다며 VM웨어와 친밀도로 우위를 점하려 열을 올렸다.
국내 스토리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스토리지회사 입장에서 VM웨어의 VVOL 기능은 전혀 달갑지 않다며 그럼에도 VM웨어에 앞다퉈 협력하는 건 이미 시장의 헤게모니가 VM웨어란 플랫폼회사로 완전히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VVOL의 등장과 함께 스토리지회사의 경쟁력은 '기능'에서 '컨트롤러의 파워'로 바뀐다. 기능은 VM웨어에 내주지만, 무수한 VM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VVOL 접근 요청을 한꺼번에, 그것도 끊김없이 처리하기 위한 강력한 파워를 가진 컨트롤러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도맡는 기능은 없는 대신, 수행하고 책임지기 위한 하드웨어는 더 좋아져야 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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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VM웨어의 VVOL은 넘어야할 근본적인 장애물을 갖고 있다. 기업 내 IT관리조직 내 업무분장 문제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로 명확히 나눠졌던 IT관리조직에서 VM웨어를 쓰게 되면 서버관리자에게 대부분의 업무와 권한이 쏠리게 된다. 권한 축소를 우려하는 스토리지 관리자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스토리지 관리자에게 서버 관리까지 맡겨야 한다. 때문에 IT관리조직의 체계를 통합하고 긴밀한 협업모델을 구축하는 선제작업이 요구된다.
정석호 이사는 “기존 스토리지 담당자가 컴퓨팅 영역으로 넘어오는 거 힘들다”며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 구현을 위한 비전 속에서 고객마다 자신에게 적합한 로드맵을 세울텐데, VM웨어는 이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컨설팅 등의 체계를 제공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