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기업IT 전략도 미친듯이 심플

전문가 칼럼입력 :2014/09/15 09:03

정우진

얼마 전 일본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가 2015년형 신차를 발표하면서 판매 가격이 이전보다 내려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가 최근 발표된 신차에 영향을 미칠 변수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초저가 폰 열풍이 뜨겁다. 기존 PC 업체인 레노버나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 뿐 아니라 최근에는 샤오미라는 회사가 화두다. 이들 업체 때문에 우리나라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할 것이란 전망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대목에서 이슈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의 최근 IT 업무 환경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싶다.

2011년 도요타는 이미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가겠다고 선언하고 장기적인 전략과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텔레매틱스를 비롯한 글로벌 고객 서비스 플랫폼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일본내 도요타 웹사이트와 SNS 서비스까지 클라우드 컴퓨팅이 적용됐다. 사내 그룹웨어와 같은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인 SaaS (Software as a Service)를 도입해 쓰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 업무 환경을 글로벌 임직원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글로벌 업종별 상위 기업들을 보면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인프라를 R&D를 통해 직접 만들거나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우수 업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 업의 특성이 IT에 있지 않은 만큼, IT를 잘 이용하면될 뿐 직접 만드는건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클라우드 컴퓨팅을 프라이빗이 아니라 퍼블릭으로 이용하려면 소위 서비스 제공사의 표준 사용자 환경과 프로세스, 아키텍처를 준수해야 한다. 퍼블릭 클라우드의 특징은 개별 고객사들에게커스터마이징 개발이나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최대한 표준 기능과 서비스, UX등을 적용하여 일하는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심플, 즉 단순함이다.

원래 심플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웹기반 SW서비스인 SaaS로 전환하고 글로벌 단일 서비스 체계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건은 기존 소프트웨어보다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 간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하게 만들어야 서비스 운영 및 관리 비용도 대폭 절감하고 자동화시킬 수 있다.

스마트폰도 심플에 기반한다. 피처폰 시대에는 국가별로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UX)이 다른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글로벌 단일 제품 (Global One Product)이 전 세계에 동시에 출시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글로벌 동시 출시의 핵심은 글로벌 표준이다. 글로벌 표준은 심플, 다시 말해 단순함에 기반한다. 심플로 인해 스마트폰에서 두꺼웠던 설명서는 사라졌다. 스마트폰은 설명서 없이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업무 방식과 환경에서도 단순함은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내 업무에서 가장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결재를 들 수 있다. 전자결재는 업무 중 승인과 검토, 합의 등이 필요할 때 이에 맞는 양식을 작성하여 해당 결재권자나 관련 담당자들에게 보내 프로세스를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업무이고 중요한 과정이다. 문제는 너무나 많은 양식과 다양한 프로세스 그리고 예외적인 처리와 비표준적인 프로세스다. 예를 들면 사내 워크샵에 필요한 비용을 승인 받으려면 사전 계획 보고와 승인이 필요하다. 이후 비용 집행과 처리 이후에도 또 다른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워크샵 형태와 내용에 따라 양식과 결재 대상이 달라지고, 프로세스 역시 달라진다. 비용 규모와 목적에 따라 프로세스는 또 달라진다.

앞에서 말한 글로벌 기업들의 업무 환경은 어떨까?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전자결재는 메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결재를 올리는 사람이 결재 대신 메일을 작성하고 매니저나 담당자는 답장 메일로 그냥 승인됨(Approved)이라고 하면 된다. 그렇다고 비용이 잘못 처리되는 것도 아니다. 기록이 안 남는 것도 아니다. 구매나 회계 전표 처리는 바로 해당 시스템에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쓰는 IT환경은 원래 목적과 방향이 기존 업무 처리와 프로세스를 IT화 하는 데에 있었다. 단순히 현재 업무를 그대로 IT에 옮겨 놓는데 초점을 맞췄다. 물론 프로세스 혁신이라고 해서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자동화하는 것이 가미가 되었지만 실상은 더 많은 것을 구현하고 개발하려고 했다. ERP나 CRM 등 훌륭한 글로벌 소프트웨어가 있음에도 독자적으로 개발을 하다 보니 표준화는 점점 어려워지고 복잡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 발전도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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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도입과 활성화도 국내 기업의 IT 환경에서 더딜 수 밖에 없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기업 IT의 메가 트렌드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빌리티, 소셜네트워크 등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표준과 단순화를 지향한다. 그런만큼, 우리 IT 환경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업무 환경과 업무 방식에 있어서 심플은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비효율적인 것을 개선하는 데 있다. 단순화는 사용자 입장에서 해야할일은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하고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만들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함은 업무 처리와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게 한다. 기업 문화를 선택과 집중 위주로 바꾸는데도 중요한 요소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기업 IT 환경을 도입하기에 앞서 무엇이 대체되고, 사라져야 하고, 개선되어야 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표준과 단순함을 어떻게 도입하고 적용해서 변화관리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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