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마트워크가 잘 안되는 이유

전문가 칼럼입력 :2014/07/30 10:00    수정: 2014/07/30 10:01

정우진

얼마 전 국내에서 혁신 CEO로 평가 받고 있는 모 카드사 사장이 사내 보고서 포맷을 PPT(프레젠테이션)가 아닌 일반 문서(워드)로 바꾸라고 한 것이 화제가 됐다.

PPT로 보고하면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형식에 맞추다 보니 불필요하게 많은 도식과 그림을 넣는데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 기업에서 PPT를 중심으로한 보고 문화가 자리를 잡은 것은 오래 전부터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보고서를 워드 몇장으로 압축하는 변화를 추진한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같은 변화는 최근 글로벌하게 유행하고 있는 단순함(Simple)과도 일맥상통한다.

3~4년 전부터 국내 기업에서 경영혁신은 ‘스마트워크’에 초점이 맞춰졌다. 언제 어디서나 디바이스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스마트워크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스마트 디바이스 중심의 스마트워크는 항상 일할 수 있어서 업무 시간이 아닌데도 사무실 밖에서까지 일을 하게 되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스마트워크의 목적인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많아져 스마트워크가 아니라 하드워크(Hard Work)가 되는 장면도 종종 연출됐다.

 

스마트워크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일하는 시간에 있음을 깨달은 회사들은 다음으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하는 ‘자율 출퇴근제”를 실행했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 내에 집중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지정하는 ‘집중 근무제’도 도입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도 운영상의 미스가 발생했다.

자율출퇴근제의 경우 사업부나 부서 단위로 출퇴근 시간을 지정하다보니 글로벌 기업들과 다르게 운영될때도 많았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개인별 하루에 8시간, 1주일에 40시간만 일하면 되는데, 국내 기업들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지속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성과에 따라 제자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스마트워크는 일하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 동안의 일의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이 본질이다. 최근에 기업들이 방식과 환경에서 비효율적인 것을 없애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단순함(Simple)을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글로벌 혁신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은 오로지 그들의 비즈니스 목적과 목표 달성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불필요한 업무와 프로세스는 없애면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을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의 경우 ‘관리를 위한 관리’가 늘어나다 보니 업무 프로세스가 복잡한 경우가 많다. 회사 경영 ‘기준과 표준’을 만들어 관리하다 보니 일을 위한 일이 늘었다. 

이러한 업무 환경에서는 사업 추진을 위한 타당성과 당위성 보다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과대 포장하는 상황이 늘게 마련이다.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보고를 위한 보고’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PPT 중심의 보고 문화가 발생한 근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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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T는 원래 많은 사람 앞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이미지와 간단한 키워드로 설설명할 수 있는 보조재적인 발표 도구다. 기업 보고서는 발표가 목적이 아니라 업무 추진 과정과 업무 추진을 위한 의사결정을 위한 계획 보고가 목적이다.  이것도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고 관리 사항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워드로 보고서를 전환하고 최대한 1~6페이지 내에서 명확한 스토리텔링으로 간단히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조치다. 이제는 기업 IT시스템도 비즈니스에 맞춰 복잡한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기능을 커스터마이징할 것이 아니라,글로벌 솔루션과 IT 표준을 준수하고 사용자 중심에 환경에 맞게 최대한 단순화 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것이 앞으로 글로벌 기업의 혁신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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