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업에 IT열풍이 거세다.
이미 패션 산업에선 빅데이터, 3D프린터, 웨어러블이 3가지 빅 트렌드로 떠올랐다. IT가 패션 산업 전반을 완전히 바꿔 놓을 거라는 얘기도 들린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IT 기술을 제품 개발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활용한지 오래다.
요즘은 패션 관련 협회가 세미나에 IT기자들을 초청하는 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한국패션협회는 18일 글로벌패션포럼 개최를 앞두고 최근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었다. 행사 주최측은 패션 업계 관계자들과 IT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패션업계가 가장 발 빠르게 채택한 기술은 빅데이터 분석이다. 재고관리는 물론 마케팅까지 매출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라고도 불리는 제조 유통 일괄(SPA) 의류업체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빅데이터 태동기인 2012년부터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는 전 세계 매장에서 취합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상품 수요를 예측하고 적정 재고를 계산함으로써 빠르게 소량으로 다품종 아이템을 제공할 수 있었다. 데이터에 기반한 수요와 재고 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전략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소셜 데이터 마이닝 업체 다음소프트의 류상우 이사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원천소스인 소셜 데이터와 기업 내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카드 매출, 유동인구, 공간 데이터에 향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건강 데이터까지 쌓이면 패션 산업 밸류 체인 전반에 빅데이터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3D프린터는 실제 액세서리나 구두, 가방 패션소품을 만드는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뉴욕에서는 의상부터 신발, 액세서리까지 모두 3D프린터로 만든 것들로만 선보이는 패션쇼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패션쇼에서 3D프린터로 만든 속옷을 런웨이에 올리기도 했다. 3D프린터를 이용해 직접 반지나 팔찌 등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개인 디자이너들도 나오고 있다.
패션 업계는 3D프린터가 앞으로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3D프린터 가격이 낮아지고 출력할 수 있는 소재가 다양해 지면서 의류 디자인 샘플 제작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한국패션협회 이현학 팀장은 이전에는 디자이너가 샘플을 스케치로 그리고 제품 사양을 적어서 샘플제작사에 보내고 나온 샘플을 보고 다시 수정할 부분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일했는데 3D프린터가 활성화되면 이런 물리적 번거로움이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디자이너들이 샘플을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인 만큼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고, 걸치고, 차는 것이 전문인 패션 기업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웨어러블이다. 이 분야에서는 패션과 IT 분야 기업이 협력과 경쟁을 같이 하고 있다.
랄프로렌이 메이저 테니스 대회 US오픈을 맞아 공개한 폴로 테크셔츠가 대표적이다. 착용자의 신체 변화를 센서로 측정해 클라우드로 전송하고 분석결과를 시각화해 모바일 기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술 개발을 위해 캐나다 IT업체 OM시그널이 도움을 줬다.
패션 잡화 브랜드 토리버치는 웨어러블 활동량 측정기 업체인 핏빗과 함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였다. 토리버치 디자인이 들어간 팔찌와 목걸이에 핏빗 활동량 측정 센서를 넣어 여성 사용자를 겨냥했다.
국내 패션 업계도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IT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 패션 브랜드 FnC코오롱은 2013년부터 빅데이터팀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고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서울대 의류학과 협력해 네파R&D센터를 만들고 IT기술이 접목된 웨어러블 컴퓨팅 아웃도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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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패션협회는 국내 100여 개 패션 업체는 ‘디지털 패션테크’라는 온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 IT 기술 업체와 정기적인 교류를 가질 예정이다. 패션 기업은 모임을 통해 IT기술 활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련 솔루션도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저렴하게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국내 IT 업계에서도 패션 산업으로 고객을 확장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매장 데이터분석 업체 조이코퍼레이션 김재홍 이사는 빅데이터분석 분야를 예로 들며 “로(Raw)데이터 분석 기법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IT업계에서도 오프라인 리테일 업체에서 볼 수 있는 최적화된 형태로 리포팅하도록 맞춰 가야 한다”며 “패션 업계에서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알려주면 (IT업계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