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일본에서 X박스 원이 출시됐다. 그런데 X박스 원의 일본 내 성적이 심상치 않다. 콘솔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저조한 성적. X박스 원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X박스 원은 지난해 11월 북미 등 12개 주요 지역에서 판매를 시작한지 거의 1년 만에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 판매에 돌입했다. 오는 23일 홍콩 등을 거쳐 오는 일 국내에서도 정식 출시될 예정. 그런데 아시아 지역 첫 판매처인 일본에서의 성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
사실 X박스는 그동안 일본에서 닌텐도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경쟁 제품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여 왔다. 닌텐도 위 유(Wii U)와 플레이스테이션4가 출시 후 첫 이틀간 각각 30만8천570대와 32만2천83대의 판매된 데 비해 X박스 360은 출시 이틀 만에 6만여 대, X박스는 출시 사흘 만에 12만3천929대 판매되는 데 그쳤던 것. 때문에 이번 X박스 원 일본 출시에 대한 업계 전망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북미와 일본에서의 출시일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이용자의 반응이 그리 뜨겁지는 않을 거라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보통 출시 전날 주요 판매처 근방에서 긴 대기열을 발견할 수 있지만 X박스 원의 경우 판매 개시 2시간여를 남겨두고 10여명이 모이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X박스 원의 이번 성적은 눈길을 끈다. 안 그래도 낮은 기대치를 밑돌기 때문이다.
X박스 원은 지난 4일 일본 출시 후 첫 일주일간 2만3천562 대 판매되는 것에 그치며 일본 주요 콘솔 게임기 역사상 가장 낮은 판매량에 이름을 올렸다.
굳이 경쟁제품까지 가지 않아도 지난 버전인 X박스 360 판매량에 비해 반 이상 하락했다. 원조 격인 X박스 때부터 보면 매 신버전 출시 때마다 판매량이 반 이상씩 하락하며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 모습.
다른 콘솔 게임기와 비교하면 X박스 원의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2의 경우 출시 이틀 만에 63만552대가 판매됐다.
X박스 원이 특히 일본에서 이토록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외국 브랜드 정착이 어렵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에서 현지화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미 지난해 11월 북미 등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10달 만에 출시되는 데도 불구하고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전략 등이 전무한 상황. 이용자들의 호응이 없는 게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헤일로’ 시리즈 외에 X박스 원 전용 킬러타이틀이 없는 것도 문제다. 가정용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추구하는 X박스답게 X박스 원 역시 영상통화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콘솔 게임기 본연의 무기인 게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은 이유로 오는 23일 공식 출시 예정인 국내 및 중국, 인도,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의 시장 성적 역시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돌파구로 기대되는 중국 사정도 밝지만은 않다. 중국은 지난 1월 외국 게임업체가 게임 콘솔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며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를 반독점 혐의로 조사하는 등 자국 산업 보호 기조가 여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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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의 경우, 합리적 가격 책정을 요구하는 소비자 서명운동이 펼쳐질 만큼 타 국가보다 높게 책정된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키넥트를 포함한 X박스 원의 국내 출시 가격은 약 60만 원으로 타이틀 2종을 더 포함해 4만9천980엔(약 50만 원)인 일본보다 10만 원 이상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X박스 원 아시아 지역 출시 이후 플레이스테이션4와 X박스 원의 대결에서 X박스 원의 열세가 더 굳어지게 될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특별한 전략을 들고 나오지 않는 이상 X박스 원은 앞으로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