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워치 대신 애플워치가 등장했다. 팀 쿡이 스티브 잡스 사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다.
이에 따라 팀 쿡 체제가 스티브 잡스 사후 새로운 애플의 역사를 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시장에 1년 이상 뒤진 후발주자로 뛰어든 상황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애플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애플워치, 애플 페이 등을 공개하는 키노트 행사를 개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우선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소개한 뒤 ‘한 가지 더(One more thing)’를 외쳤다. 바로 스마트워치 기기인 애플워치였다.
당초 이 기기는 아이워치로 알려져왔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맥과 아이팟으로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준 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아이(i)’라는 브랜드는 애플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쿡 CEO는 그런 ‘아이 브랜드’ 대신 ‘애플’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기 색깔을 처음 드러내면서도 기존에 애플이라는 이름이 가진 지위를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잡스가 철저히 외면했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도입한 애플페이는 물론이거니와, 잡스 사후 처음으로 시작하는 제품 카테고리인 스마트워치에도 애플워치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아이워치를 공개하며 쿡 CEO는 “애플 역사상 가장 개인적인 기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등장한 케빈 린치 애플 부사장은 손가락으로 간단한 스케치를 그리거나 이모티콘을 원하는 대로 변형해 전송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그러나 이는 손목에 찬 상태가 아니라 거치대에 놓고 선보인 것이었다. 당장 “실제로도 저렇게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결과적으로 애플워치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이곳 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일단 가격은 경쟁사 제품들과 못지 않은 349달러(35만8천원) 이상으로 책정된 데다가, 애플워치가 제공하는 기능 중 새로운 것은 없다. 패션을 강조한 부분도 이미 경쟁사들이 고려하고 있는 지점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점 중 애플워치가 유일하게 차별점을 갖는 지점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되살린 다이얼 버튼에 있다. 아이폰 화면처럼 손가락 두 개로 화면을 확대·축소하는 핀치투줌 방식 대신 다이얼을 통해 화면을 확대·축소하거나 다음 칸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이 점만큼은 다수의 사용자들이 ‘시계 본연의 기능에 착안한 사용자 경험(UX)’이라고 평가하는 지점이다.
여하튼 쿡 CEO는 내부 임직원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애플 역사에 새로운 장을 썼다고 자평하며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우려의 눈길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언제까지 이 자신감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생산관리 전문가인 쿡 CEO가 새로운 시장을 여는 데에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결국 애플워치의 성패는 앱 생태계의 확보, 그리고 이후 나올 2세대 제품이 얼마나 많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가장 큰 경쟁자인 삼성전자의 기어S는 휘어진 화면은 물론 가상키보드와 나이키 앱, 독자적인 3G 무선통신 등을 지원한다. 모토로라는 250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동그란 화면 디자인을 앞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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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속에서 팀 쿡의 미래, 애플의 미래가 내년 초 출시될 애플워치의 명운과 함께 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애플 주가는 애플워치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자 빠르게 상승했다가 설명이 길어지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쿡 CEO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