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직원 아닌 MS 전문가, MVP 스토리

일반입력 :2014/09/09 09:44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세계 100개 국가에서 자사 제품과 기술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 4천여명을 선정, MVP(Most Valuable Professional)이란 인증서를 준다. 올해로 23년째인 MS MVP 어워드 프로그램은 한국에서도 13년 간 활발하게 운영됐다.

일본에 비하면 적지만 한국인은 MS MVP 가운데 꽤 많은 수를 차지한다. 국내 MVP는 113명. 전세계 IT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이 1% 내외란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다. MS는 MVP 커뮤니티에 40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는데, 공개된 MVP 프로그램 안내 홈페이지까지 특정 언어로 제공되는 경우는 5개다. 여기에 한국어가 포함된다.

한국인 MS MVP의 위상은 국내외에서 상당히 높다. 혹자는 상용솔루션을 잘 활용하는 게 뭐가 대단하냐고 되물을 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MS 직원들과 현재와 과거의 MVP들이 가진 자부심과 책임감, 거기서 발현되는 위상유지에 대한 자발적 노력까지 무시할 순 없다.

MS는 각국의 MVP를 관리하는 전담 매니저를 주요 지사에 둔다. MVP 리드라 불리는 이 사람들이 MVP 신청에 대해 1차로 심사해 상위그룹으로 전달하며, 해당지역의 MVP 프로그램과 커뮤니티를 관리한다.

현재 한국MS의 MVP 리드를 맡고 있는 이소영 부장은 “MS는 방대한 제품과 기술을 다루기 때문에 커뮤니티와 소통해줄 전문가그룹을 필요로 한다”며 “MVP는 MS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열정을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면서, 영감과 신뢰를 쌓아가는 커뮤니티 리더에게 드리는 감사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MS MVP에게 제공되는 유형의 혜택으로 가장 인기있는 건 MSDN 무료 구독이다. MS의 여러 제품과 개발툴,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다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MS에서 보증한다는 점 때문에 취업에도 유리하다. 질문을 전세계 MVP들에게 직접 해서 수준높은 조언을 들을 수 있고, MS 실무 임직원에 대한 접근도 매우 쉬워진다는 이점도 있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한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장된다는 점도 있다. 매년 열리는 글로벌MVP서밋으로 오프라인 네트워크 형성 기회도 제공된다.

과거 MS MVP였다가 지금은 한국MS 에반젤리스트로 근무중인 김영욱 부장은 개인적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영욱 부장은 “2007년 MVP서밋에 갈 때 당시 ASP.NET 개발자였던 스콧 구스리에게 만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며 “그랬더니 구스리가 자기 비서를 통해 일정을 잡으라고 회신을 보냈고, MVP 서밋 기간 중 그가 보내준 차를 타고 사무실에서 1대1로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막상 MS 직원 되니까 한번도 못 만났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 부장은 “MS 입사 전 프리랜서 개발자로서 나 자신을 설명하는 게 힘들었는데, MVP가 되고 나서 매우 깔끔하게 설명하게 됐다”며 “MVP란 것 자체로 많은 기회를 얻게 돼 오늘까지 오게 됐는데, MVP는 고착화된 시장에서 나를 돋보이게 하고, 새 기회를 준, 인생을 바꾼 중요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한국인 MVP 가운데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은 김정선 씨퀄로 대표컨설턴트다. 그는 13년째 MS SQL서버 MVP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인사다. 그에 따르면 MS SQL서버는 여러 제품 가운데 20년, 10년씩 MVP로 활동해온 고참이 많은 곳이다.

김정선 컨설턴트는 “맨 처음엔 MVP서밋에 가도 참여하지 않다가, 큰 용기를 내서 SQL서버 세션에 들어가고, 조금씩 외국 사람들과 대화도 시도했다”며 “그러길 3년째 되던 때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인사하고 나오는데, 고참 중 한명이 동양에서 온 MVP 중 너처럼 적극적인 사람은 처음봤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잘한 행동이었단 걸 느끼면서 인정받았다는 마음에 다음부턴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인간적 관계를 만들고 나니 기술적인 부분의 활동도 도전할 용기를 가졌고, SQL서버 출판물 공동집필 프로젝트에 제안을 해서 집필자로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SQL Server MVP Deep Dives, Vol. 2’의 공동 저자 중 한명이다.

그가 처음 MVP란 제도를 알게 됐을 때 영미권엔 10년차 MVP가 존재하던 때였다. 그는 “MVP서밋에 가면 처음 듣는 나라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만나게 되는데, 어느 한명은 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변호사인 사람이 MVP라고 왔더라”며 “그들은 MS가 MVP끼리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마련해주고, 관심있는 제품을 개선하는데 참여하게 해준다는 것에 엄청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소영 부장은 “몇 년째 MVP 리드를 맡고 있는데, MVP를 거쳐갔거나 지금 MVP인 분 중에 인간적으로 훌륭한 분들이 정말 많다”며 “5년 이상 MVP 자격을 받은 경우가 40% 정도 되는 데, 여러 혜택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초심자가 자신의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돕는다는 기본적인 가치를 가진 분이 MVP로 오래 활동하신다”고 말했다.

김영욱 부장은 “예전에 요셉병원에 MVP들과 봉사활동을 갔던 적이 있다”며 “병원에서 영수증처리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는 모습을 본 한 MVP가 그 자리에서 한시간동안 코딩을 해서 영수증 출력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증했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나중에 병원측에서 한국MS에 보낸 메일에서 한시간을 투자해서 1년, 10년갈 도움을 줬다고 감사하다고 적었다”며 “그때 말로 표현 못할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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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MS는 MVP란 프로그램을 단순한 외부 마케팅 파트너로 보지 않는 듯하다. 본사의 의지가 어떻든 확실히 국내 관련자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혜택만 바라고 MVP를 하려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나누려고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훨씬 더 많이 드러난다. MVP인 사람, MVP란 자격을 주는 사람, 그를 바라보며 함께 하는 사람의 공감대가 선순환 작용을 일으켜 전체 프로그램의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소영 부장은 “마케팅을 더 잘해주는 사람이 MVP로 뽑히는 게 아니라, Q&A에 선뜻 답변을 달아주는 사람, 무료사회봉사에 열심히인 사람, 본인이 나누는 게 좋아서 한다는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 MVP가 된다”며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에 어떻게 하면 더 MVP를 잘 지원할까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