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TV 위한 나만의 셋톱박스

CJ헬로비전 티빙스틱 리뷰

일반입력 :2014/08/22 13:42    수정: 2014/08/22 17:40

봉성창

CJ헬로비전이 출시한 티빙스틱은 TV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초소형 셋톱박스다. 집안에 설치된 무선 공유기에서 인터넷 신호를 받아서 웹 모바일 TV 서비스 티빙(Tving)을 감상할 수 있는 제품이다. 또한 안드로이드 4.2 버전부터 정식 지원하는 미라캐스트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밖에 스마트폰 속에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무선으로 재생해주는 부가 기능도 갖췄다.

티빙스틱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하나는 CJ가 제공하는 티빙이라는 서비스이고 다른 하나는 구글이 앞서 출시한 크롬캐스트라는 하드웨어다.

티빙은 CJ 헬로비전이 PC나 모바일에서 제공하는 웹 TV서비스다. KBS, SBS, MBC 지상파 3사를 포함한 모든 케이블 실시간 방송을 월 4천900원(정기 결제시 2천900원)으로 제공한다. 일단 결제만 하면 PC, 모바일 등 플랫폼과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TV를 시청할 수 있다. 또한 추가 결제시 지난 방송이나 영화 등을 VOD로 볼 수 있다. 다만 티빙스틱의 경우 방송국과의 계약상 문제로 지상파를 볼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앞서 구글이 내놓은 크롬캐스트다. 티빙스틱은 크롬캐스트와 작동 방식은 같다. 다만 크롬캐스트가 유튜브를 비롯해 티빙, 호핀 등과 같은 크롬캐스트를 지원하는 다양한 앱을 실행시킬 수 있다면, 티빙스틱은 오로지 티빙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신 티빙에 특화된 UX와 좀 더 빠른 반응속도를 보여준다. 또한 티빙스틱의 가격은 크롬캐스트보다 1만원 더 비싼 5만 9천원으로 책정됐다. ■간편한 설치, 기대 이상의 화질

티빙스틱은 구글 크롬캐스트보다 기능 면에서는 제약이 있지만 가격은 오히려 비싸다. 가격 문제는 순전히 규모의 경제에 기인한다. 국내 기업이 CJ헬로비전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구글보다 더 많이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나온 가격이다. 그럼에도 티빙스틱이 가진 강점은 티빙을 시청하는 것 만큼은 크롬캐스트보다 더 사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사양이 중요한 제품은 아니지만 넉넉한 메모리를 비롯해 좀 더 나은 사양도 갖췄다.

우선 티빙스틱을 처음 TV와 연결하면 간단한 설정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티빙스틱 전용 앱을 설치한 다음 블루투스 설정을 통해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해줘야 한다. 그 다음 티빙스틱에서 와이파이 신호를 잡아서 인터넷 연결 상태로 만들어주면 된다.

그것으로 설치는 모두 끝난다. 그 이후에는 스마트폰이 리모컨 역할을 하게 된다. 화질은 꽤 준수한 편이다. 채널마다 해상도 차이가 다소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일반 IPTV 못지 않은 화질을 보인다. 채널 전환도 제법 빠른 편이고 지상파만 없을 뿐 채널도 상당히 많다. 티빙스틱이 티빙 그 자체인 만큼 콘텐츠가 궁금하면 앱을 설치하거나 사이트를 방문해서 미리 살펴보면 된다.

휴가지에서 써 본 티빙스틱

마침 휴가기간이어서 티빙스틱을 호텔에서 연결해 사용해봤다. 호텔 환경상 무선 공유기가 아니라 LTE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 테더링을 연결했지만 끊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상당히 준수한 스트리밍 수신 성능이다.

대부분 호텔에서 제공되는 TV 채널은 한계가 있다. 해외에서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만약 호텔에서 무료로 와이파이를 제공하거나 혹은 일일 사용권을 결제한다면 티빙스틱 하나로 우리나라 방송 환경을 옮겨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치 집에서 케이블 셋톱박스를 통째로 가져온 느낌이다.

아쉬운 점은 첫 화면이다. 제품을 켜자마자 각종 추천 콘텐츠를 가득 내보낸다. 차라리 시작하자마자 최근 시청한 채널의 방송 화면을 보여줬더라면 훨씬 TV답게 느껴졌을 법 하다. 매번 시청할 때마다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추천콘텐츠 화면을 지워줘야 하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CJ가 만든 인기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채널 형태로 구성 돼 있는 점은 티빙만의 독특한 강점이다. 매 회차를 연속해서 방송하기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사람에게는 매우 편리한 부분이다. 그러나 영화 콘텐츠는 다소 빈약한 편이다. 최신 영화라고 하지만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거나 혹은 최신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또한 IPTV와 비교하면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것은 공중파 다시보기 서비스다. 서비스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매회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 드라마나 무한도전과 같은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을 몰아서 한꺼번에 보거나 꼬박꼬박 챙겨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요금 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

방송 요금도 재테크가 되나요?

티빙스틱에 기대하는 활용 방안은 매월 1만원 가깝게 지불해야 하는 지역 케이블 방송이나 IPTV를 대신해 보다 저렴한 셋톱박스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약 6만원 가량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가고 티빙 역시 매월 결제를 해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시청료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년 이상 장기적으로 보면 확실히 이득이다. 또, 같은 기업 계열사에서 제공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엠넷과 묶고 각종 할인 혜택을 더하면 더욱 저렴해진다.

무엇보다 집에서 거의 TV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모바일에 특화된 티빙이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요컨데 주로 스마트폰을 통해 TV를 시청하고 티빙스틱을 보조기기로 활용해 가끔 집에 있는 TV로 방송을 시청하는 방식이다. 아마도 일반 가정보다는 혼자 사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선택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문제는 리모컨이다. 시청하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일일히 스마트폰으로 다시 블루투스 페어링을 해줘야하는 것은 상당히 번거롭다. 가족 중에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마저도 못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아이폰용 앱은 나와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CJ헬로비전 측 관계자는 조만간 스마트폰이 아닌 전용 리모컨과 아이폰용 앱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하나는 지상파 방송 유무다. 아무리 요즘 지상파 방송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안보는 것과 못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아직까지 티빙 서비스만으로는 온 가족의 TV 시청을 완벽하게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대로 접근하면 티빙스틱은 거실이 아닌 자기 방에서 TV를 보다 편하게 시청하고 싶은 사람에게 완벽한 세컨 셋톱박스 역할을 해낸다. 과거 분배가 가능했던 동축 방식의 유선케이블 방송과 달리 요즘은 셋톱박스 하나당 오로지 하나의 TV에서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HDMI를 지원하는 모니터와 티빙스틱만 있다면 충분히 세컨 TV로 활용이 가능하다.

결론 : 한국판 넷플릭스 되기 위해서는…

케이블 TV 시청료가 무지막지하게 비싼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꽤 저렴한 편이다. 약정이라는 제약이 따르기는 하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결합을 통한 할인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거실 TV를 시청하는 빈도가 적고, 꼭 보는 프로그램만 보는 사람이라면 그 마저도 꽤나 아까운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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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스틱은 매월 티빙을 결제해서 스마트폰으로 TV를 주로 보면서 퇴근 후나 주말에 가끔 집에서 큰 화면으로도 시청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당한 제품이다. 아울러 뛰어난 휴대성으로 해외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이나 장기 여행객들에게도 쓰임새가 좋다. 부가 기능인 미라캐스트를 활용해 스마트폰 프리젠테이션이나 큰 화면에서 게임을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물론 크롬캐스트와 같이 더 많은 기능을 가진 경쟁제품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이들과 경쟁할 필요는 없다. 티빙스틱이 전용 리모컨을 추가하고 UX만 좀 더 다듬는다면 기존 케이블 셋톱박스를 대체할만한 잠재력은 충분해 보인다. 지금도 셋톱박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세컨박스 역할은 충분히 해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티빙스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티빙 그 자체가 케이블 방송을 뛰어넘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티빙스틱이 한국판 넷플릭스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