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로에 선 최양희 미래부 장관

기자수첩입력 :2014/08/21 12:36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피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5개월째 공석인 한국인터넷진흥원장(KISA)의 선임 문제 때문이다.

KISA 임원추천위원회는 총 15명이 지원한 원장 공모에서 백기승 전 청와대 국정홍보기획관, 김영환 전 KT 부사장, 홍진표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최종 후보로 지난 18일 미래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관피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국회와 업계, 미래부 안팎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청와대 출신의 백기승 전 국정홍보기획관을 임명하기 위해 형식적인 공모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설된 부위원장직도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원장을 내려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사전포석이란 해석이다. 인터넷과 정보보호업무에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를 앉히기 위한 선조치란 것이다.

업계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이 직접 ‘관피아’ 척결을 언급한 상황에서 KISA의 주요 업무인 인터넷 진흥‧규제, 해킹침해 대응 및 정보보호, IT분야 국제협력 등의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치권 등 낙하산 인사가 아닌 이 분야에서 오랜 경력과 이해도를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2009년 7월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통합돼 KISA로 출범한 이후 지난 5년 동안 선임된 원장이 한 번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는 점도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보탠다.

초대 원장인 정치인 출신의 김희정 현 여성가족부 장관이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기고, 2대 원장 역시 성추행 사건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으며, 3대 원장인 이기주 현 방통위 상임위원도 3년 임기 중 1년 만에 자리를 비웠다.

아울러, 현재 KISA 원장에 유력시 되는 백기승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대우그룹과 홍보대행사 등에서 오랜 홍보업무를 해온 홍보 전문가로, KISA의 주요 업무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또 KISA 고유의 업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이 분야의 전문가를 선임하는 것은 상식이자 국민의 눈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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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 장관은 지난달 취임 일성으로 ‘몸이 곧은 데 그림자가 굽을 리 없다’고 말하며 정책 추진에 있어서 국민의 눈높이, 소비자 입장에서 일관된 정책 추진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또 기획재정부 출신의 제1차관이 임명되자 “나 역시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이라며 과학계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관피아 논란 이후 첫 정부 산하기관장 인사로 온 시선이 모아지는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임명에 최양희 장관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