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문 찍는 60배줌 하이엔드 콤팩트

니콘 쿨픽스 P600 리뷰

일반입력 :2014/08/14 10:06    수정: 2014/08/14 10:39

권봉석

니콘 쿨픽스 P600(이하 P600)은 유효화소 1천6백5만 화소 1/2.3인치 이면조사형 CMOS 센서를 단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다. 내장한 렌즈는 초점거리 4.3mm~258mm 촬영이 가능하며 광학 60배줌 렌즈를 달아 먼 거리에 있는 물체도 가깝게 당겨 찍을 수 있다. 렌즈를 움직여 손떨림을 보정하므로 멀리 있는 물체를 찍을 때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을 찍을 염려도 덜었다.

내장 저장 공간은 56MB이며 SDXC 카드를 지원해 64GB 이상 메모리카드를 꽂아 쓸 수 있다. 고배율 줌을 활용할 수 있는 달 모드, 조류관찰 모드도 갖췄다. 와이파이 모듈을 내장해 ‘와이어리스 모바일 유틸리티’를 설치한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사진을 주고 받거나 스마트폰을 리모컨 대신 쓴다. 가격은 57만 8천원.

기존 제품과 큰 차이 없는 디자인

P600은 DSLR 카메라를 닮았지만 조작버튼은 훨씬 간단하다. 메뉴 버튼이나 재생 버튼 등 각종 버튼 배치도 동일하기 때문에 니콘 카메라를 써 봤던 사람이라면 큰 불편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전자식 뷰파인더와 LCD 모니터 표시를 전환할 수 있는 버튼이 추가된 것이 다르다. 전체적인 외관은 이전 모델인 쿨픽스 P510·P520과 외관에도 큰 차이가 없다. 렌즈가 강화되었지만 무게는 550g에서 565g으로 소폭 늘었다. DSLR 카메라에 70-200mm 망원렌즈와 컨버터를 달았을 때 무게와 비교하면 여전히 가볍다.

LCD 모니터는 3인치 92만 화소이며 RGBW 방식이다. 빛을 구성하는 3원색(R,G,B)에 휘도를 조절하는 백색 LED를 넣어 밝기를 조절한다. 초기 상태에서 야외에서 써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모니터는 수평으로 180도로 여닫고 위로는 180도, 아래로는 90도까지 회전시킬 수 있어 셀프 촬영이나 고각도·저각도 촬영에 편리하다. 전자식 뷰파인더(EVF)도 달았지만 화소수가 고작 20만 화소에 불과하고 근접 센서가 없어 일일이 버튼을 눌러 끄고 켜 주어야 한다. LCD 모니터에 비해 활용도는 크게 떨어진다.

싼 값에 쓰는 60배 줌 “손떨림방지 강력하다”

P600이 장착한 렌즈는 조리개값이 최저 3.3에서 최고 6.5다. 최저 조리개값 1.8을 자랑하는 다른 카메라와 비교해 보면 초라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35mm 환산시 촬영 화각이 24-1440mm이다. 초점거리가 1200mm인 캐논 최상위급 망원렌즈도 조리개값이 최고 5.6이며 부르는게 값이다. 물론 렌즈를 교체할 수 없는데다 화질에도 엄연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DSLR용 렌즈 하나보다 더 싼(?) 값에 고배율 줌 렌즈를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0배 이상 고배율 줌렌즈를 단 카메라를 쓸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손떨림이다. 몇 mm만 움직여도 피사체가 크게 어긋나 손떨림은 물론 전혀 엉뚱한 피사체를 찍게 된다. 손이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센서를 움직여 손떨림을 잡아주는 센서 시프트는 고배율줌 렌즈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P600은 센서 대신 경통 안의 렌즈를 움직이는 렌즈 시프트 방식을 써 멀리 떨어진 물체 촬영에서 손떨림을 줄였다. 고배율 줌으로 포착한 피사체를 반셔터로 잡은 다음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흔들어도 움직임 현상은 생각보다 덜하다.

고배율 줌렌즈에 특화된 촬영모드

P600이 장착한 줌렌즈는 우수하지만 정작 그것을 파일로 담아내는 센서는 썩 뛰어나지 않다. 센서 크기가 1/2.3인치(6.17×4.55mm)에 불과한데 크기만 따지자면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다. 소니 RX100이나 니콘1 J4처럼 1인치(13.20×8.80mm) 센서를 쓰는 것이 힘들었다면 1/1.7인치(7.44×5.58mm) 센서라도 달아주는 것이 나을 뻔했다. 하지만 렌즈시프트 방식으로 손떨림을 잡아주는 데다 화상처리 엔진이 작동하면서 어두운 곳에서 발생하는 노이즈가 대폭 줄어든다.

촬영 모드는 인물, 풍경 이외에 고배율 줌렌즈의 이점을 살린 스포츠 모드, 조류 모드와 달 모드를 따로 갖췄다. 특히 달 모드는 달 촬영에 적합한 수치로 감도(ISO)와 셔터 속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원하는 화질(압축률)과 크기만 선택한 다음 달을 중앙에 맞추고 셔터를 누르면 복잡한 설정 없이 제법 괜찮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다이얼을 돌려 다섯가지 색조 중 원하는 색조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초점을 잡는 속도는 여느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움직임이 빠른 운동경기나 애완동물을 찍을 때 셔터찬스를 놓칠 우려도 있다. 연사 모드를 이용하면 초점이 잡히지 않아 흐리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이 찍힐 확률도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화질을 노멀 모드에서 파인 모드로 높이면 그만큼 처리 속도가 늦어진다.

결론 : 합리적 가격의 고배율 줌 카메라⋯일상적 활용은 애매

P600은 18-55mm 표준 줌렌즈 하나 값에 35mm 환산시 촬영 화각이 24-1440mm나 되는 줌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아직도 렌즈군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은 미러리스 카메라로는 P600을 흉내낼 수 없다. DSLR 카메라라 해도 백만원이 훌쩍 넘는 망원 줌렌즈와 컨버터를 잔뜩 달아야 따라갈 수 있을까 말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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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히 몇 미터 앞에 있는 사람이나 풍경을 가깝게 당겨 찍고 싶은 사람이라면 굳이 이 카메라를 쓸 필요가 없다. 최종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센서 크기에도 엄연히 제약이 있고 순발력은 미러리스 카메라나 DSLR에 뒤진다. 무엇보다 열 배를 넘는 고배율 줌렌즈를 언제 어떤 용도로 써야 할지가 애매하다.

사실상 DSLR과 온갖 장비를 마련해야 촬영할 수 있는 영역을 넘보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 카메라를 살 필요는 없다. 줌 기능을 쓰지 않은 광각 상태에서도 쓸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사진은 이미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도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