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에 강한 미러리스…女心 제대로 노렸다

소니 알파 5000 써보니…

일반입력 :2014/02/14 11:31

권봉석

싸이월드 열풍 이후로 자기 스스로 자기 모습을 찍는 이른바 셀카(셀프카메라) 기능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때는 휴대전화 뒤에 달린 손톱만한 거울을 보면서 사진을 찍어야 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에 영상통화를 위한 전면 카메라가 기본으로 달려 나온다. 자기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사진을 찍은 후에야 확인할 수 있었던 불편함은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사라졌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화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후면 카메라는 1천3백만 화소를 넘어서 2천만 화소를 향해 가지만 전면 카메라는 90만 화소(해상도 1280×720), 혹은 200만 화소(해상도 1920×1080)에 그친다. 3G나 스카이프 등 영상통화 용도로는 충분하지만 남에게 보여줄 만한 사진을 찍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소니코리아가 지난 4일 출시한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 5000은 이처럼 셀프 촬영에 특화된 카메라다. 3인치 화면을 직접 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필름 역할을 하는 카메라 센서도 스마트폰 전・후면 카메라보다 넓어 보다 만족스런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배터리・렌즈・메모리 다 끼워도 ’390g’

미러리스 카메라가 지닌 강점은 DSLR 카메라보다 작고 가벼우면서 비슷한 화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파 5000의 무게는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제외했을 때 210g, 배터리(57g)와 메모리카드(5g)를 끼웠을 때 272g이다. 여기에 기본 줌렌즈 ‘SELP1650′(116g)를 끼웠을 때 무게는 약 390g이다. DSLR 카메라 중 가장 가벼운 부류에 속하는 캐논 EOS 100D에 배터리와 메모리만 끼웠을 때 407g인 것과 비교하면 무게 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 하다.

휴대성에 무게 못지 않게 영향을 주는 것이 부피다. 알파 5000은 ‘스마트폰으로 가려지는 카메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4.7인치 스마트폰 넥서스4로 충분히 가려진다. 크기를 최대한 줄이고 각종 조작 버튼도 엄지가 쉽게 닿는 곳에 배치했다. 플래시를 꺼내는 버튼은 왼쪽에 있지만 자주 쓰지 않으므로 큰 문제는 없다. 기본 줌렌즈도 이전 모델보다 40% 가량 부피를 줄여서 전원을 끄고 휴대할 때 부담을 줄였다.

LCD 모니터는 3인치 46만 화소이고 비율은 16:9다. 3:2 사진을 찍을 때는 화면 좌우로 검은색 여백이 남고 기능을 설정하거나 동영상을 재생할 때는 전체 화면을 다 쓴다. 터치 기능은 빠졌지만 조작에 큰 불편함은 없다. 화면을 들어올려 보여 주는 틸트 기능은 없지만 화면을 180도 회전시켜 자기 자신을 보면서 찍을 수 있다.

메모리 카드나 충전단자, HDMI 단자는 LCD 화면 옆에 있고 덮개로 가려두었다. 저장매체는 SD카드와 메모리스틱 프로를 모두 쓸 수 있고 전문가용 전송규격인 UHS-I을 따르는 SDXC 카드까지 꽂아 쓸 수 있다. 충전은 마이크로USB 케이블로 하며 여행이나 출장에서 번거롭게 전용 충전기까지 챙기는 수고는 덜었다. 하지만 충전할 때 항상 카메라를 연결해 놓아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이 문제는 배터리 충전용 거치대를 구입하면 해결된다.

LCD 화면만 들어올리면 셀카가 쉬워진다

알파 5000은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나 DSLR 카메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셔터 버튼에 달린 줌 스위치다. 보통 미러리스 카메라나 DSLR 카메라는 렌즈에 달린 줌링을 직접 손으로 돌려 줌인・줌아웃을 수행한다. 하지만 알파 5000은 셔터 버튼에 달린 줌 스위치로도 거리를 조절한다. 한 손으로 본체를 들고 셀프 촬영을 할 때에도 거리 조절이 쉽도록 만든 것이다. 다만 렌즈 경통에도 줌 스위치를 달아 놓은 것은 조금 지나친 배려로 보인다. 거리 조절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세 가지나 되어 오히려 혼란스럽기도 하다.

LCD 화면을 들어 올리면 셀프 촬영 모드로 작동한다. 셔터 버튼을 누르면 바로 사진이 찍히는 것이 아니라 3초간 여유를 둔 후 사진이 찍힌다. 보다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렌즈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굳은 표정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몇 번이고 사진을 다시 찍어본 경험이 있다면 무척 편리하게 느껴질 것이다. 장면 선택에서 ‘인물’ 모드를 선택하면 피부 톤을 정돈하고 잡티를 없애 따로 보정할 필요 없는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들어 준다.

스마트폰・태블릿을 카메라 리모컨으로

스마트폰이 연결성을 앞세워 기존 카메라 시장을 위협하면서 DSLR 카메라나 미러리스 카메라도 와이파이 기능을 갖추기 시작했다.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태블릿으로 옮기는 것을 넘어 카메라에서 직접 소셜 네트워크로 사진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폰・아이패드 등 iOS 기기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플레이메모리즈 모바일’ 앱을 설치하고 간단한 설정을 마치면 스마트폰을 리모컨처럼 쓸 수 있다.

카메라에 내장된 와이파이 핫스팟에 접속한 다음 앱을 실행하면 스마트폰을 카메라 리모컨처럼 쓸 수 있다. 단체 촬영이나 타이머 촬영해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셔터를 누를 수 있다. 와이파이 전파가 통하는 곳이라면 화면을 터치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찍은 사진은 자동으로 스마트폰 앨범에 저장되며 필요한 경우 바로 공유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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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아직 카메라용 앱을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는 스토어가 국내에 열리지 않아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이나 미국의 스토어에는 사진에 재미있는 효과를 추가할 수 있는 앱이 유료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일부 베타버전 앱은 무료로 설치해 다양한 효과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카메라에 내장된 와이파이를 이용해 자동으로 사진을 올리는 앱도 등록되어 있다.

짚어 볼 점은 또 있다. 이 카메라는 외부 조명(스트로보)을 달아 쓸 수 있는 접속 단자인 핫슈가 없다. 거까운 거리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내장된 플래시로도 충분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사진에 관심이 많거나 이미 소니 E마운트 렌즈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알파 5000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카메라가 노리는 소비자는 셀카 촬영을 즐기고 스마트폰보다 더 나은 화질로 사진을 찍고 싶은 젊은 여성층이다. 이런 용도에 적합한 카메라를 찾고 있다면 구매해도 좋다. 가격도 기본 줌렌즈를 포함해 60만 원대 초반으로 비교적 부담이 덜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