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구축비용의 적정선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재난망을 자가망 구축으로 전제하고 이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이중적 태도가 이 같은 문제에 불씨를 지폈다는 지적이다. 또 자가망을 구축하는 것이 상용망을 빌려 쓰는 것과 비용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정부의 논리에 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업계‧연구계‧학계 등은 정부가 추진 중인 재난망 구축비용으로 적게는 1조원에서 최대 5조원까지 적정 투자비에 대한 해석이 모두 제각각으로 의견이 한데 모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달 말 재난안전통신 기술 방식 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강성주 미래창조과학부 재난망 TF팀장(정보화전략국장)이 “통신사, 제조사 등 7개 기업에서 제출한 정보제안서에는 구축비용이 1조원 후반대에서 5조원대로 나왔고 기준도 다양했다”며 “현재로서는 얼마정도 된다는 것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예견됐던 일이다.다만, 정부는 사업자들이 제출한 내용을 보정한 결과 구축비용이 1조7천억원에서 2조1천억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재난망을 자가망을 기반으로 구축하되 일부 상용망을 활용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 같은 추정치조차도 정부의 재난망 TF에서 어떻게 보정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가망 구축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망의 생존성이나 통화완료율에 따라서, 기지국 개수나 유지보수 비용에 따라 전체 구축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에도 정부가 이러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보정결과만을 내놓은 것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기술 방식 선정 발표 당시 강 국장은 “(사업자들이 제시한) 기지국의 구도 3천개에서 5만개까지 변위가 컸고 이 자리에서 (구축비에 대한) 숫자를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을 뿐이다.
때문에 업계와 학계에서는 해석의 방법이나 기준에 따라서 재난망 구축비용이 1조원에서 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천차만별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배성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실장은 “과거 테트라와 와이브로를 이용해 재난망을 구축할 경우 각각 9천164억원, 1조1천589억원이 예상됐다”며 “그럼에도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모두 탈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LTE는 범용장비여서 이보다 구축비용이 적게 들고 상용망을 활용할 경우 1조원 안팎에서 구축이 가능하다”며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사업 타당성이 있으며 그 당시보다 기술이 발전된 만큼 이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충분히 경제성 있는 추진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가 비용 최소화 방안으로 음영지역에서 이통사의 상용망을 일부 활용한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통사 역시 가입자 규모가 크지 않은 지방이나 산간오지 등에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미비한 편인데 어떻게 음영지역에서 통신사의 망을 활용하느냐는 것이다.
또, 정부가 지하구간에 필요한 투자비를 1천400억원 정도로 판단하고 있지만 전파 효율성이 높은 700MHz를 활용한다 해도 이 같은 투자비가 적절치 않다거나, 유선망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정부가 유선망 구축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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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유로 한 국회 관계자는 “재난망 TF에서 1조7천억원에서 2조원으로 구축비용을 예상했지만 업계 의견을 수렴해보면 비용이 2배 이상 든다”며 “국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에 동의해주면 일단 사업을 시작해놓고 향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사업비를 올리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하반기 정보화전략(ISP) 세부계획 수립 과정에서 구축비를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