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사회? 실행이 답이되 과욕은 금물

기자수첩입력 :2014/07/24 10:55    수정: 2014/07/24 12:49

황치규 기자

창조경제에서 이번에는 SW중심사회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외치다보니 SW중심사회는 단숨에 국가적 아젠다의 반열에까지 올라섰다.

살펴보니 창조경제도 그렇지만 SW중심사회도 무척이나 추상적이다. 취지는 그럴듯하나 디테일이 없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설왕설래속에 모호함은 더욱 커져갈 뿐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들고나온 창조경제는 패스트 팔로우어에서 퍼스트 무버로의 전환을 이끄는 패러다임에 가깝다. 퍼스트 무버라는 목표가 창조경제만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다.

퍼스트 무버로의 전환은 선진국을 따라가며, 압축성장해온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나온지도 꽤 오래됐다. 그런만큼, 창조경제란 무엇인가?란 정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부질없을 수 있다.

SW중심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창조경제나 SW중심사회 모두 거기서 거기다. 각론에서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큰틀에선 다름을 찾기 어렵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들고 나오면서 핵심은 SW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정부는 SW중심사회를 화두로 던졌다. SW에 대한 정부와 국민적 관심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책 방향도 SW 산업에만 맞춰져 본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은 SW라고 반복해서 강조해왔는데, 굳이 또 SW중심사회라는 거대 담론을 던질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많만치 않다. 창조경제와 크게 다를게 없는 SW중심사회에 담긴 명분을 강조하기 보다는 창조경제에 담긴 정책들을 제대로 실행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명분만 강조하다 정권 5년이 다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SW중심사회의 키워드로 거론되는 SW교육 의무화 역시 예전부터 논의되던 사안이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처음 들고 나왔을때부터 SW교육은 화두였다.

정부, 특히 미래창조과학부는 SW교육에 대해 그 어느때보다 의욕을 불태우는 모습이다. 대통령은 SW교육을 대학 입시와 연계하는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위에서의 의지가 아래로 제대로 전달되는 것 같지는 않다. 교육의 질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부터 창의성을 강조하는 SW와 한국형 입시 제도는 최악의 조합이라는 얘기까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SW 생태계 내부에서 쏟아진다. 미래부가 밀어부치기만 할게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타 부처 공무원의 쓴소리까지 들린다.

구호가 나쁜건 아니지만 지금은 70년대처럼, 정부가 위에서 아래로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하고 외치면 국민들도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하고 화답하는 시대가 아니다. 창조경제나 SW중심사회라는 것이 2~3년안에 뚝딱 만들어지는 성격의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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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생태계가 정부에 바라는건 화려한 말보다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실행이다. 작지만 의미있는 성과물이다. 정부는 시장의 요구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을 뛰는 기자의 눈에 SW중심사회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이 보이는 반응은 '실행이 답이고, 과욕은 금물'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구체적인 실행 파일 없이 말만 너무 앞서 나가면 성과는 커녕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