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이 만든 첫 3D 프린터 “초보도 가능해?”

캐논 마브 MW10 리뷰

일반입력 :2014/07/23 17:21    수정: 2014/07/24 11:40

권봉석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마브 MW10(이하 MW10)은 국산 기술로 개발된 3D 프린터다. 3D 프린터 벤처기업이 아닌 일반 프린터 사업으로 유명한 캐논코리아와 같은 큰 기업이 선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제품이다. 직접 만든 3D 데이터나 인터넷에 공개된 파일을 STL 형식으로 변환한 다음 출력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 재료로 사용되는 필라멘트는 75도까지 버티는 내열성 PLA를 사용한다. 예열 시간은 1분 미만으로 짧고 대기전력은 2W, 실제 사용 전력은 약 30W다.

출력 가능한 최대 크기는 140×140×145mm이며 전용 한글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파일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출력할 수 있다. 전면 커버가 열리거나 과열 등 이상이 생기면 출력을 정지하는 안전 기능도 내장했다. 고속모드를 이용하면 초당 110mm를 출력해 최대 2시간 이내에 완성된다. 전용 프로그램에서 변환한 데이터를 SD카드에 저장해 PC 없이 출력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가격은 출고가 기준 242만원.

플라스틱 원료를 쌓아올리는 형태로 제작

우선 이 사실 하나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해외 스타트업이나 연구소에서 3D 프린터로 아이스크림, 햄버거와 같은 음식이나 심지어 자동차나 집까지 만들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런 보도로 인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3D 프린터’하면 어떤 물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요술상자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3D 프린터는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3백만원 이하에서 살 수 있는 보급형 3D 프린터는 대부분 필라멘트(고체 재료)를 가느다랗게 녹인 다음 조금씩 쌓아 올리는 FDM 방식이다. MW10 역시 FDM 방식으로 결과물을 출력한다. 자연히 결과물은 딱딱한 플라스틱이 될 수 밖에 없다.

3D 프린터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바로 ‘다양한 색상을 가진 물체를 쉽게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다양한 색상으로 결과물을 출력하려면 값도 억대를 넘고 부피도 작은 방 하나를 차지할 만큼 큰 산업용 제품이 필요한다. 개인이 큰맘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의 3D 프린터로는 아직 이런 결과물을 찍어낼 수 없다.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흰색 필라멘트 이외에 다른 색상을 출력하고 싶다면 일일이 내부 재료를 빼낸 다음 다시 갈아 끼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반 프린터로 따지면 컬러가 아닌 흑백수준이라는 이야기다. MW10 역시 단색 플라스틱을 쌓아올려 결과물을 만드는 3D 프린터다.

원하는 물체 제작 위해서는 3D 디자인 필수

사진을 출력하고 싶다면 출력할 정보가 담긴 JPEG와 같은 형식의 이미지 파일이 있어야 하고, 문서를 출력하고 싶다면 DOC 혹은 HWP 파일이 있어야 한다. 이는 3D 프린터도 마찬가지다. 출력할 물체에 대한 정보가 담긴 파일이 필요하다, 또 이 파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3D 그래픽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MW10은 3D 프린터에서 널리 쓰는 STL 확장자를 지원한다. 3D 그래픽을 전혀 몰라도 스마트폰 케이스나 명함 홀더, 주사위 등 인터넷에 이미 공개된 파일을 받아 STL 형식으로 변환하면 된다.

그렇지만 본인이 원하는 물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3D 디자인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구글 스케치업이 있으며, 고가의 전문가용 3D 프로그램도 대부분 3D 프린터 플러그인을 지원하는 추세다.

전신을 스캔해서 자신과 꼭 닮은 피규어가 나오는 장면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일까? ‘어떤 물체나 쉽게 찍어낼 수 있다’는 것도 3D 프린터에 대한 오해 중 하나다. 3D 그래픽 프로그램 없이 원하는 물체를 쉽게 찍어내고 싶다면 3D 스캐너가 있어야 한다. 사람 키만한 물체를 단숨에 스캔하는 3D 스캐너는 가격이 수천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손으로 들고 쓰는 휴대용 스캐너는 백만원 남짓한 값에 살 수 있지만 손으로 스캐너를 들고 물체 표면을 움직이며 이리 저리 스캔해야 한다. 하지만 MW10으로는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피규어를 찍어낼 수 없다. 단색으로 출력된 결과물에 직접 색을 칠하는 방법이 가장 손쉽다.

설치는 전문가가 대신⋯손 쉬운 프로그램 강점

MW10을 설치하는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다. 제품을 구매하면 전문 기사가 방문해 초기 설치를 도와주고 간단한 사용법도 알려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윈도7 이하 윈도 운영체제가 설치된 데스크톱PC나 노트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다. 윈도8 이상에서는 인쇄 드라이버 설치에 문제가 생기며 OS X나 리눅스는 지원하지 않는다. 다만 오픈소스로 구성되어 함부로 손 대기 어려운 다른 프린터와 달리 모든 메뉴가 한글로 구성되어 알아보기 쉬운 것은 확실한 장점이다.

미리 만들어진 STL 파일을 불러오면 프린터 내부를 본딴 3D 표시창에 결과물이 미리 보인다. MW10이 출력할 수 있는 크기나 위치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경고창이 나타나 범위 안으로 맞춰준다. 출력하는 데 걸릴 시간과 결과물의 크기, 무게도 미리 볼 수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상값이다.

출력이 진행되면서 내부 구조가 복잡한 경우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내부 구조가 단순하면 시간이 더 줄어든다. 시험삼아 내장된 샘플 STL 파일 중 가로·세로·높이가 3cm 가량인 주사위를 출력할 때 걸린 시간은 총 2시간 30분이다. 프린터 내부 구조가 밀폐되어 있어 작동시 소음도 적다.

결론 : 입문형 3D 프린터, 까다로운 영점 조정 아쉬움

MW10는 무엇보다 완제품형 3D 프린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조립 상태로 판매되는 중소기업 제품과 달리 완벽한 모양을 갖춰 초기 설치도 까다롭지 않고 관리도 간편하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처럼 개선돼야 할 점도 곳곳에 눈에 띈다.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출력물이 조금씩 쌓이는 유리재질 출력베드와 출력물을 뿜어내는 헤드 사이 간격을 다시 맞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헤드가 허공에 떠서 출력물이 전혀 쌓이지 않고, 간격을 너무 좁히면 헤드가 출력베드를 긁으며 손상시킨다. 그러나 설명서 내용대로 간격 조정 시트를 이용해도 헤드가 허공에 떠서 인쇄에 실패하는 경우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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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실 보급형 3D 프린터가 가진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한번 영점을 맞춘다면 그 이후로는 그대로 쓰면 그만이다. 하지만 설치 장소를 옮기거나 외부에서 충격을 받아서 영점이 흐트러지면 일반 사용자가 다시 잡기 매우 까다롭다. 물론 자동으로 영점을 잡아주는 제품이 수천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바는 아니다. 그러나 캐논이라는 이름값과 동급 제품 대비 다소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수동형 영점 설계라 해도 이보다는 더 편하고 쉬워야 한다.

중간에 인쇄를 멈추려면 전용 소프트웨어에서는 취소가 불가능하고 프린터 본체 OK 버튼을 눌러서 취소해야 하는 등 조작법이 통일되지 않은 점도 아직은 개선해야 할 요소다. 3D 프린터 대중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보급형 3D 프린터는 여전히 20여년 전 도트프린터를 쓰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