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팬택을 살리기 위해 협력사들이 이동통신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팬택 협력사 60여개 업체로 구성된 ‘팬택 협력사 협의회’는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SK T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고 SK텔레콤을 향해 팬택 회생방안의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각자의 회사명이 프린트 된 어깨띠를 두르고 집회에 참여한 100여명의 협력업체 임직원들은 ‘팬택을 살려주세요 그래야 우리도 살 수 있습니다’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SK텔레콤의 협조를 호소하는 공동 구호를 외쳤다.
팬택 협력사 협의회장으로 선임된 홍진표 하이케이텔레콤 대표는 “이미 지난 10일 채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가 난 업체들이 생긴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면서 “이번주 안에 팬택 워크아웃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주 돌아오는 금융권 부채상환 때문에 많은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지난 2004년 SK가 소버린 사태로 경영권 분쟁의 위기에 처했을 당시 팬택앤큐리텔 이사회에서 1천억원의 우호지분을 취득했던 상황을 상기시키며 SK텔레콤의 지원을 호소했다.홍 회장은 “팬택은 곤경에 빠진 SK그룹을 구하기 위해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는데 지금 SK텔레콤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고 먼산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SK텔레콤의 오늘이 있기까지 팬택의 스카이 브랜드와 베가 브랜드의 가교 역할이 있었던 만큼 필요하면 사용하고 필요없으면 버리는 일이 없도록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사들을 향해 팬택 신제품인 베가 아이언2 판매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언론 보도에는 70~80만대의 재고가 쌓여있다고 하는데 고객이 구입을 원해도 지금 단말기 판매점에서는 베가 아이언을 살 수도, 볼 수도 없다”면서 “6개월이면 구형모델이 되는데 SK텔레콤과 기타 통신사업자, 팬택 공장에 잠자고 있는 베가 아이언을 팔아달라”고 호소했다.
팬택 사태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협력사들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협의회에 따르면 당장 이달부터 신규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일부 임직원들을 무급휴직으로 돌린 업체가 상당수다. 오는 25일 대금 만기와 급여지급일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팬택 협력사들이 가진 매출채권은 총 2천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는 “워크아웃 정상화 결정이 이번주 나오더라도 팬택 정상화에는 2~3개월이 소요되고 거기에 70~80만대의 판매하지 않은 재고물량을 고려하면 6~7개월은 일거리가 없다는 뜻”이라면서 “정부와 채권단, 통신사업자가 이렇게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이미 협력사는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협의회는 정부를 향해서도 적극적인 사태 해결 노력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홍 회장은 “이같은 환경이 6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협상테이블 한 번 마련하지 못한 정부에게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30만여명이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나서지 못하는 그 명분이 무엇인지, 일자리 창출과 창업에 의존하지 말고 기존의 기업종사자들이라도 유지될 수 있도록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회는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5시부터 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의회장 명의의 호소문을 청와대 민원실에 전달할 예정이다. 다음날인 18일 오후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의 집회도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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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채권단은 이통3사가 1천800억원의 채권을 팬택에 출자전환한다는 것을 전제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채택하고 이통사들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이통사들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하고 있다. 다급해진 팬택은 차선책으로 채권단과 이동통신 3사에 채무상환을 2년 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채권단과 이통사 측의 입장 변화는 없는 상태다.
팬택 협력사들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최근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부품 대금 10~30%를 삭감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