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는 서로 끊임없이 갈등하고 견제한다. 그런 사안 중에 하나가 ‘통신요금 인가제’ 이슈다.
일반 이용자는 이 이슈에 민감하지 않지만 이통 3사는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이 제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발목을 묶어 후발 사업자가 체력을 키워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한 일종의 '비대칭 규제'다.
이 제도에 대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당연히 불만이 많고 후발사업자는 계속 유지됐으면 하고 바란다.
문제는 이 제도를 도입했을 당시의 시장 환경이 지금도 마찬가지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바뀌었다면 제도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당초 지난 6월까지 이에 대한 규제개선 방안을 도출키로 했다. 하지만 이해 관계가 첨예해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을 오는 11월로 연기하기로 한 바 있다.
이 문제가 최근 다시 이슈로 떠오른 것은 지난 7일 인사청문회 때 최양희 미래부 장관 후보자가 한 의원의 질문에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는 게 옳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기 때문.
SK텔레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발언이었고 나머지 두 경쟁사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 관심을 끈 것은 최 후보자가 이 발언을 불과 한 나절 만에 뒤집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통신 시장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 지식이 많지 않은 최 후보자가 국민한테 공개되는 청문회장에서 이렇게 갈팡질팡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업계가 궁금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결론부터 말하면, 미래부는 이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정황이 짙다. 다만, 폐지 이후에 발생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열린 토론회에서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인가제 보완이나 신고제 보완 쪽으로 논의를 진행한 이후에 완전 신고제 전환으로 가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종착점이 ‘인가제 폐지’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시점일 뿐이다.■인가제, 왜 이통사들 의견이 엇갈리나?
다시 언급하자면, 통신요금 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약관인가 대상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일종의 비대칭 규제다. 예를 들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시장을 독차지하기 위해 약탈적 요금인하로 경쟁사들을 도산시키려고 한다거나 통신시장의 지배력을 방송 등 타 분야로 전이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요금인가라는 방법으로 규제를 하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이동통신시장은 통신요금 인가제가 적용돼 있음에도 5:3:2의 구조가 깨지지 않으면서 비대칭 규제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달리 말하면, 요금인가 규제를 하는데도 SK텔레콤의 50% 점유율이 공고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가 인가제의 우산 속에서 SK텔레콤의 요금제를 베끼기 하며 안주해 온 것이 5:3:2의 구조가 이어져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인가대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불필요한 규제인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요금규제의 핵심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견제에 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가제 폐지하면 어떻게 되나
인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SK텔레콤은 인가제가 폐지되면 이용자 후생이 증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현재의 통신 환경에서 약탈적 요금 등으로 시장을 교란할 수 없고, 오히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통한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특히 요금 인하의 경우 현행 신고제로 운영되지만 요금 인하 구간 조정이나 형태 변경 등에도 인가를 받게 돼 있어 사실상 신고제가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현재의 이동통신 시장이 성장기를 한참 지나 있는 포화시장이기 때문에 경쟁 활성화를 위해서도 요금인가와 같은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SK텔레콤은 요금경쟁 등의 이용자 후생을 위해 인가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후발사업자들은 인가제란 규제의 목적이 이용자차별이나 보호가 아니라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반시장적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부가 요금 인가제의 폐지를 염두에 둔 대목도 이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후발사업자들이 주장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약탈적 행위 등을 차단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관 후보자 정책파악 미숙 아쉬운 대목
지난 7일 미래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전병헌 의원이 “요금 인가제 폐지를 통해 보조금 경쟁 중심에서 서비스나 요금경쟁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동의하냐”고 최양희 후보자에게 질의한 것도 이용자 후생을 위해 인가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당시 최양희 후보자는 이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으나, 이날 오후 권은희 의원이 “요금 인가제 폐지에 동의한 것 맞느냐”고 또 다시 질의하자 “보조금 경쟁에서 서비스와 요금 경쟁으로 전환돼야 하고 단통법이 힘을 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며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는 미래부가 추진하는 통신정책 중 가장 핵심이슈라 할 수 있는 ‘인가제’에 대해 최 후보자의 정책적 숙지가 덜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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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해 관계가 얽힌 회사들의 강력한 로비나 항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정책 중 가장 업계에 예민한 정책이 인가제고 이로 인해 가계통신비 인하 등 실질적으로 이용자 후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통신요금 인가제”라며 “이에 대해 숙고하는 모습도 아니고 아침, 저녁으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