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개발사에 비친 애플과 구글의 헬스케어 전략

눔코리아 이혜민 대표, 김용우 이사 인터뷰

일반입력 :2014/07/08 16:52    수정: 2014/07/08 20:01

지난 6월 애플과 구글의 헬스케어 플랫폼이 베일을 벗었다. 어느 플랫폼이 초반 레이스에서 우세를 점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애플과 구글간 헬스케어 헤게모니 경쟁의 성패는 자사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다이어트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눔코리아의 이혜민 대표와 김용우 이사를 만나 태동기에 접어든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생태계 현황과 거물급 업체들간 경쟁 판세에 대해 물었다. 김용우 이사의 경우 최근 개최된 구글 I/O 컨퍼런스에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눔이 제공하는 ‘눔 다이어트코치’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두에서 헬스케어 분야 1위 앱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기 앱이다. 구글 I/O에서는 구글핏 레퍼런스 앱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현장에 직접 다녀온 김용우 이사는 구글이 공개한 헬스케어 플랫폼 구글핏에 대해 “서드파티 업체를 위한 충실한 플랫폼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지금까지 사용자들은 헬스 관련 디바이스를 사용할 때마다 앱을 따로 사용해야 했고 이렇게 흩어져 있는 정보를 통합해 볼 수도 없었다. 구글은 이들을 한 플랫폼에서 통합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이번 I/O에서 공개했는데, 바로 구글핏이다. 구글핏 SDK를 적용해 만든 기기와 애플리케이션들은 자유롭게 통신하고 결합할 수 있게 됐다.

김용우 이사는 “구글핏에서 디바이스 업체는 디바이스에 집중하고, 앱 개발업체는 디바이스에 나온 데이터를 이용해 정보를 다양하게 가공해 보여 줄 수 있게 되면서 서로 윈윈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스타트업이 많은 모바일헬스케어 분야 업체들은 구글핏 덕분에 쉽게 비즈니스를 결합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이혜민 대표는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하려면 해당 기기와 개별적으로 데이터를 통신하고 사용자인터페이스를 맞추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대비 제휴를 통한 시너지를 고려했어야 했기 때문에 그 동안 이런 제안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진행할 수가 없었다”며 “구글핏안에서는 서로 다른 앱과 기기간 개별적으로 화학적 결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상당히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발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구글이 제공하는 SDK를 이용하면 누구나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다. 앱을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데이터 통신하는 부분에서 구글핏SDK를 추가해 주면 된다.

눔은 구글핏 플랫폼안에서 어떤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을까? 먼저 핏비트나 조본 같이 손목에 차는 활동량 추적기와 연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눔다이어트코치 앱도 활동량을 측정할 수 있지만 휴대폰을 들고 있을 때만 측정이 가능하다. 런닝이나 수영을 할 때도 끊김 없이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으면 더 정확한 생활패턴 정보를 가지고 맞춤화된 다이어트 코칭이 가능하다는 게 눔의 설명이다.

스마트워치와 구글글래스 같이 좀 더 진화된 웨어러블 기기와 결합도 가능하다. 김용우 이사는 “눔의 주요 기능이 식사 기록인데 스마트워치나 글래스에서 음성으로 섭취한 음식 정보를 받아서 휴대폰과 통신해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개발하려고 준비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구글 나우의 음성 인식 성능이 상당히 뛰어나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만 사용하면 이런 기능을 앱에 구현하는 것은 현재 엔지니어 역량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시너지를 낼 파트너 업체를 잘 선택하는 것이 구글핏에서 상당히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우 이사는 “참여하는 업체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더욱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앱과 연동을 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클 테니까 우리 쪽에선 구글핏을상당히 긍정적인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형태로 가공해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및 시각화 능력이 향후 앱개발 업체들의 차별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 김 이사는 (모든 앱 개발사가 웨어러블 데이터와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게 됐을 때) 데이터가 주어지는 것과 그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눔 같은 경우 사용자의 활동량에 따라 목표를 달리 제시하거나 식사습관에 따라 코칭을 달리 해주는 등 데이터분석을 통한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 헬스킷은 어떨까? 앱개발사가 보기에 애플 헬스킷은 구글핏과 좀 다르다. 구글은 서드파티 앱들이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애플은 다양한 건강 데이터를 종합해서 하나의 앱으로 제공하는 역할까지 직접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사용자 건강 정보를 병원 시스템과 연계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김용우 이사는 구글이 완벽한 플랫폼 역할을 한다면 애플은 직접 애플식 디자인을 입힌 공간에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모습으로 서로 개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제공하는 일명 ‘헬스북’ 앱 안에서 사용자의 모든 건강 정보가 정리되기 때문에 사용자편의 측면이 더 강조됐다.

이혜민 대표는 애플이 최근 공개한 아이폰5S 광고를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애플 헬스킷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광고는 건강에 관련된 모든 활동이 아이폰 하나만 있으면 관리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드파티 앱개발사들 입장에선 헬스킷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플랫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애플 밑으로 헤쳐모인 모양을 한 헬스북에 들어간다고 업체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혜민 대표는 “애플 헬스 앱에 입점이 되면 자동으로 글로벌 서비스하게 된다는 점은 기대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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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애플의 프리로드 앱 중 유독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패스북을 닮은 헬스북이 얼마나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지켜볼 일이다. 패스북은 구입한 모바일 티켓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이지만 패스북을 지원하는 서드파티 업체가 적고 사용법이 다소 어려워 활용하는 사용자가 적다.

애플 WWDC보다 하루 앞서 발표한 삼성의 헬스 플랫폼인 새미(SAMI)는 앱 개발사에게 얼마나 매력 있을까?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모바일 헬스 업체들이 삼성 플랫폼까지 맞춰 개발하기는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눔코리아는 이 질문에 “스타트업들은 하나를 개발했을 때 10이상 효과가 나지 않으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런 점에서 구글핏이 반가운 것”이라는 답변을 대신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