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휴(hue, 이하 휴)는 소비 전력이 적은 LED를 광원소자로 하는 스마트 조명기구다. 스마트폰·태블릿에 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전용 브릿지를 자동으로 검색한 다음 색상과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3원색 LED를 각각 256단계로 조절해 1천6백만 가지 색상 중 원하는 색상을 골라 쓸 수 있다. 스마트폰·태블릿과 전용 브릿지는 와이파이로, 전용 브릿지와 휴 램프는 저전력 통신 규격인 지그비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
규격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흔히 쓰이는 E26 소켓을 사용해 책상등이나 전구소켓에 바로 갈아 끼울 수 있다. 소비전력은 최대 9W로 백열전구 중 가장 낮은 30W급의 3분의 1 수준이다. 휴 애플리케이션 이외에 간이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인 IFTTT를 이용하면 전화나 문자, 이메일, 소셜네트워크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램프 색상을 바꾸거나 깜빡이게 할 수 있다. 전용 브릿지와 휴 램프를 포함한 스타터킷 가격은 27만 9천원.
■소모전력 낮추고 수명 늘린 LED 조명
백열전구는 플러그에 꽂아 쓰는 소켓만 준비하면 간단히 조명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필라멘트를 가열해 빛을 내는 특성상 쉽게 뜨거워지고 전력소모도 상당하다. 작은 장식용 전구 하나가 무려 40W를 쓴다. 30분만 켜 놓아도 금방 달아오르기 때문에 맨손으로 만지기 어렵다. 더운 여름에는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불을 켜기도 망설여질 정도다. 60W 제품 기준 1천시간이 채 못된다. 올해 초부터 25W 이상 70W 미만 백열전구 생산·수입도 금지된 상태다.
휴 전용 램프는 일단 전기를 적게 쓴다. 가장 밝은 상태에서 9W를 쓰는데 가장 낮은 30W급의 3분의 1도 채 안된다. 세 개를 동시에 켜 놓아야 겨우 27W가 될까 말까다. LED(발광 다이오드)를 광원으로 쓰기 때문에 열로 인한 온도 상승이나 화재도 염려할 필요 없다. 한 시간 이상 켜 놓은 램프에 손을 대도 전혀 뜨겁지 않아 안전성 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수명도 최대 1만5천시간으로 하루 8시간 사용시 5년, 4시간 사용시 10년 정도 쓸 수 있다.
■전구 교체 간단, 브릿지 설치는 손 닿는 곳에…
휴 램프 설치는 간단하다. 일반 백열전구(E26, 26mm) 규격에 소비전력이 10W 이상인 전구 소켓만 있으면 된다. 백열전구를 빼낸 다음 휴 램프를 돌려 끼우면 전에 쓰던 백열전구보다 더 밝고 덜 뜨거운 백색광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상태 그대로 써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백색광만 쓸 것이라면 흔한 교체형 LED 전구의 10배에서 12배가 넘는 값을 주고 휴 램프를 쓰는 의미가 없다.
다양한 색상을 내고 싶다면 추가로 전용 브릿지를 설치해야 한다. 전용 브릿지 한대로 휴 램프를 최대 50대까지 제어할 수 있고 함께 따라온 랜선과 어댑터를 인터넷 공유기에 연결하면 쉽게 설치가 끝난다. 설치할 때 주의할 것은 브릿지의 위치다. 전용 애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도 브릿지 중앙의 단추를 한 번 눌러 인증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너무 높은 곳에 브릿지를 매달면 애플리케이션을 인증할 때마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비오면 파란 불 켜고, 집 나가면 저절로 꺼진다”
스마트폰·태블릿에서 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거나 와이파이로 연결된 PC·노트북으로 미트휴닷컴(meethue.com)에 접속하면 휴 램프 색상을 제어할 수 있다. 내장된 장면을 터치하거나 찍은 사진에서 색상을 뽑아내 각 전구마다 원하는 색상을 지정해 주면 된다. 이렇게 설정한 색상은 연출 장면으로 저장했다 두고 두고 쓸 수 있다.
미트휴닷컴에 접속하면 다른 사람들이 미리 만들어 올려 놓은 색상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게임이나 영화, 캐릭터를 테마로 한 색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내가 만든 색상도 테마처럼 올려 공유할 수 있다. 개중에는 휴 램프를 여러 개 써서 무지개나 마카롱처럼 다양한 색상을 연출할 수 있는 장면도 올라와 있다. 단 빛의 삼원색을 이용해 빛을 조합하는 가산혼합 특성상 검은색은 만들 수 없다.
앱과 앱을 조합하는 자동화 애플리케이션인 IFTTT를 이용하면 활용 폭이 더 넓어진다. 문자 메세지나 페이스북 알림이 오면 조명을 깜빡거리거나,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해서 비가 오면 램프 색깔을 바꿀 수 있다. 위치를 인식하는 지오펜싱 기능을 활용하면 현관문을 나갈 때 자동으로 휴 램프를 껐다가 다시 집에 들어오면 다시 램프를 켜도록 만들어 스마트홈도 흉내낼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푸시 기능과 달리 지정된 동작을 실행하는 데 30초에서 1분 이상 지연되는 경우도 잦고 문자 메세지 수신 기능은 안드로이드에서만 쓸 수 있다.
■결론 : 얼리어댑터를 위한 스마트 전구…대중화는 ‘글쎄’
필립스 휴는 LED 전구의 단순한 백색이나 주황색 대신 원하는 색상이나 밝기, 색온도를 스마트폰이나 PC로 자유롭게 설정하고 바꿀 수 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파티 분위기를 내 주는 애플리케이션, 음악에 맞춰 조명처럼 색상을 바꿔주는 애플리케이션 등 이미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어 있다. IFTTT에서도 ‘hue’로 검색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자동화 순서(레시피)가 등록되어 있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어 쓰는 수고도 덜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기능이 오히려 복잡함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는 IFTTT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 특정한 동작이 일어나면 휴 램프를 끄고 켜도록 만들 수 있지만 국내에서 자주 쓰이는 카카오톡 등 애플리케이션은 지원하지 않는다. 프로그래밍에 감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행착오만 거듭하다 포기할 소지도 높다. 쉬운 영어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미 만들어진 자동화 순서를 가져다 쓰는 것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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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램프를 하나만 쓰려고 해도 지그비 통신 기능을 갖춘 전용 브릿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도 흠이다. 휴 램프는 낱개로 살 수 있지만 전용 브릿지는 따로 팔지 않는다. 해외에서 휴 램프 한 개와 전용 브릿지가 묶인 스타터 킷을 따로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형광등을 선호하는 국내 실정과도 조금 맞지않다. 대부분 가정에서 E28 규격 소켓을 단 스탠드를 추가 구입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초기 비용은 물론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제품이다. 스마트폰으로 조명을 끄고 켜는 경험을 부담없이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블루투스를 내장한 LED 전구를 장만하는것이 좀 더 간편하다. 그럼에도 필립스 휴만이 연출할 수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 효과는 확실히 대체 불가능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