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웨어 기기 제조사는 껍데기만?

구글 강력한 통제 탓에 기기 차별화 어려울 전망

일반입력 :2014/07/02 15:18    수정: 2014/07/03 07:40

황치규 기자

안드로이드웨어 기반 스마트워치나 안드로이드TV를 갖고 제조 업체들이 과연 제대로된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진다.

구글의 통제가 스마트폰과 태블릿과는 급이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드웨어 업체는 외형 선택하는거 말고 특별히 할게 없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구글이 I/O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한 이후 제조사의 선택권 약화는 더욱 비중있게 다뤄지는 모습. 해외 IT전문 미디어들도 관련 보도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아스테크니카가 안드로이드웨어, 안드로이드오토, 안드로이드TV는 구글이 통제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기반 소프트웨어로 돌아가기 때문에, 제조 업체가 끼어들 공간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한데 이어 리코드도 구글의 정책으로 하드웨어 업체들간 차별화는 더욱 힘들어졌다는 점을 부각하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안드로이드웨어 기반 스마트워치를 구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리코드 지적이다. 그게 그거라는 얘기다.

하드웨어 업체 입장에선 이같은 상황은 PC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하드웨어 업체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 대부분을 챙기는 장면을 그냥 앉아서 지켜봐야했다. MS가 고수익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를때 하드웨어 업체들은 저마진속에서 서로 피터치는 싸움을 벌였다. MS가 윈도OS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상황에서 하드웨어만으로 차별화를 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제조 업체들이 특정 플랫폼 업체에 종속되지 않으려 노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이 타이젠 OS를 직접 만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제조 업체들에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하다. 웨어러블과 TV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이을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신규 시장에서 모두 OS 업체가 들었다놨다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리코드에 따르면 안드로이드웨어 기반 스마트워치를 만들때 하드웨어 업체에 주어진 선택은 극히 제한적이다. 원형으로 갈지 정사각형으로 갈지를 빼고나면 제조 업체가 역량력을 행사할만한 것은 많지 않다. 배터리 크기, 디스플레이 유형, 어떤 센세를 포함시킬지도 구글이 쳐놓은 제한을 벗어날 수 없다.

물론 제조 업체는 스마트워치 표면을 여러개로 내놓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제품을 차별화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리코드 지적이다. 안드로이드TV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안드로이드TV 기반 셋톱박스를 만들지 완제품을 만들지 결정하는 걸 제외하면 하드웨어가 업체가 많은 입김을 불어넣기는 힘들어 보인다.

스마트폰도 구글의 통제력이 점점 강해지는 양상이다. I/O에서 공개된 초저가 레퍼런스폰인 안드로이드원은 신흥 시장에서 제조 업체들을 구글의 영향아래 묶어 두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실버로 불리는 프로그램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외신 보도들에 따르면 구글이 제공하는 가이드와 요구 조건에 맞춰 스마트폰을 개발하면 받을 수 있다. 인증을 받는 제조사들에게는 구글의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이렇게 나오는건 안드로이드를 쓰는 다양한 기기에서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거실에 있는 안드로이드TV나 방에 있는 안드로이드TV나 똑같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연동될때도 마찬가지다.

이에 구글은 새로 선보인 안드로이드 플랫폼들에 대해서는 제품 업데이트도 구글이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드로이드웨어와 안드로이드오토에선 데스크톱에서 크롬 브라우저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스타일을 가져가겠다는 셈이다.

구글의 강력한 통제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삼성전자는 파고들 공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원들은 안드로이드웨어 기반 스마트워치인 기어 라이브에 매거진UX나 터치위즈 인터페이스같은 자체 SW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면서도 향후에는 구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활용해 독자적인 서비스와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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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국 법인의 크리스토퍼 벨터 모바일 부문 마케팅 이사는 안드로이드웨어는 100% 구글 서비스를 중심으로 개발됐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시점을 얘기할 수 없지만 스마트폰에서 했던 것처럼 웨어러블 환경에서도 독자적인 서비스를 넣을 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별화를 위해 독자적인 앱과 서비스를 넣고 싶다는 것이다. 삼성 목표에는 제품이 나올때 미리 앱을 탑재시키는 것도 포함됐다.

크리스포터 벨터 이사의 발언이 구글의 로드맵을 반영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제조 업체가 스마트워치 차별화를 위해 독자적인 기술을 스마트워치에 넣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