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업계, 게임문화재단 살려라

기자수첩입력 :2014/07/01 11:57    수정: 2014/07/01 17:18

“게임업체에 대한 인식 전환을 하는 게 아니라 게임 자체의 인식을 바꾸는 데 투자해야 한다.”

권경우 문화평론가가 현재 국내 게임업계를 두고 한 말이다. 게임사들이 사회공헌 활동들은 많이 하지만 결국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만 힘쓸 뿐, 게임 자체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깨뜨리는 데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무분별한 중복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에 왜 그는 쓴 소리를 가했을까. 이미 여기 저기 멍든 게임업계 입장에선 야속할 수 있겠지만,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0년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과몰입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자 문화부와 함께 업계 자율로 기금을 조성하고 2기 게임문화재단을 재출범 시켰다. 이 때 업체들이 출연한 기금은 100억원에 달했으며, 이 중 상당 금액이 게임과몰입예방치유센터(이하 치유센터) 개소 및 운영에 사용됐다.

당시 게임업계는 재단을 통해 게임과몰입 전문 치유기관을 운영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게임의 역기능을 줄여가면서 순기능을 확대하는 데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서울 중앙대 병원에 첫 치유센터를 열고 게임과몰입 의심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상담 및 치료했다. 치유센터는 영남권, 호남권으로 확대 운영됐다.

하지만 현재 게임문화재단은 줄어든 기부금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 사무국장과 핵심 실무자조차 재단을 떠난 지 오래다. 예산이 줄고 매년 들쑥날쑥해 치유센터도 언제 문 닫을지 모른다. 오는 10월 새롭게 꾸려질 이사진과 이사장직을 누가 맡을지도 가늠하기 힘든 실정이다. 총체적 난국이다.

올해 게임문화재단에 모인 기부금은 ▲엔씨소프트 4억원 ▲넥슨 1억원 ▲NHN엔터테인먼트 5천만원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3천만원 ▲네오위즈게임즈 3천만원 ▲넷마블 3천만원으로, 총 6억4천만원이다.

▲2010년 32억5천만원 ▲2011년 51억원 ▲2012년 22억5천만원이던 기부금이 작년 5억원대로 급격히 떨어졌고 올해 역시 6억원대에 머물렀다. 재단 회원사들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올해 세부 기부금을 쉬쉬하고 부끄러워하면서도 기부금 출연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 외국계 게임사들의 참여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선데이토즈·게임빌·컴투스 등 국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기업들도 게임문화재단 참여에는 냉랭한 반응이다. 정부의 규제에는 곡소리를 하면서도 막상 게임과몰입 예방과 치유 사업에는 나몰라 하고 있다.

게임문화재단은 예산이 줄어든 만큼 게임과몰입 예방 및 치료 사업 규모를 줄였으며,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부정적 시각을 개선시킬 만한 캠페인 활동도 전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당장 올해부터 적자를 걱정하는 상태다. 몇 명 남지 않은 직원들은 생계의 기로에 놓여 있다.

게임문화재단은 지난해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의 방패막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업계가 이미 자율적으로 게임과몰입 예방과 치유에 힘쓰고 있다는 주장이 가능했다.

여성가족부와 일부 정치인들의 날선 공격이 빗발쳐도 게임문화재단이 보이지 않는 우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게임문화재단 운영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도 노출됐지만, 이 역시 게임업계가 풀어갈 숙제이지 재단만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만은 없다.

최근 게임규제관련 토론회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지적이 있다. 게임업계가 무심하다는 한탄이다. 자체적으로 사회공헌 활동들은 많이 하는데 정작 게임학문에 대한 탐구, 또 게임 자체에 대한 인식 재고에는 무신경 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그러면서 게임은 문화이고 예술이란 주장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냐는 반문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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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걱정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이익단체들과 정부의 규제의 목소리는 계속 높을 수밖에 없는데, 대의적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게임사들의 태도와 관점은 여전히 느슨하기 짝이 없다. 매 맞을 때만 반짝 하고 서로 눈치 보기 바쁘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최근 게임업계는 게임이 ‘문화’이자 ‘예술’이라고 주장한다. 자연스럽게 게임인은 ‘문화인’이고 ‘예술인’이란 뜻이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은, 문화인과 예술인은 결코 부끄러운 흠을 남기지 않는다.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먼저 행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