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 줄어드는 기부금에 위기

일반입력 :2014/06/18 11:22    수정: 2014/06/19 10:49

게임과몰입 예방 및 치료에 특화된 ‘게임문화재단’ 운영이 게임사들의 수동적인 참여로 위기론에 휩싸였다.

줄어드는 기부금 탓에 당초 취지와 목적에 맞는 사업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이에 게임사들이 예전처럼 게임과몰입 예방과 치료 사업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게임문화재단 예산으로 모인 기부금은 예년보다 크게 줄어 총 6억4천만원이다. ▲2010년 32억5천만원 ▲2011년 51억원 ▲2012년 22억5천만원에 달했던 기부금이 ▲지난해 갑자기 5억원대로 떨어지더니 ▲올해도 6억원대에 그쳤다.

또 게임문화재단은 올해부터 ‘2014 게임과몰입 예방 및 상담지원’ 항목으로 13억5천만원 가량의 국고를 지원받아 전국 45개소 위(Wee)센터를 운영 중이다. 학생안전통합시스템 위센터를 통해 게임문화재단은 게임 과몰입 예방 및 상담 업무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6억원 정도의 예산을 게임업체들로부터 받아 게임문화재단과 별도로 민간심의기구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를 출범시켜 이달부터 본격적인 심의접수를 받고 있다.

작년에 남아 올해 예산으로 편성된 이월금은 약 3억4천만원이다.

종합해볼 때 게임문화재단이 올해 마련한 총 예산은 29억3천만원이다. 이 중 게임문화재단이 올해 사용할 수 있는 총 금액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예산(6억)을 제외한 23억3천만원 정도.

하지만 국고 사업인 위센터 운영비(13억5천만원)를 제외하고, 게임과몰입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거점병원 사업에 책정된 7억원을 사용하면 2억8천만원 정도의 예산만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게임문화재단 운영비를 빼면 게임문화재단이 올해 추진할 수 있는 별도 사업이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과거 활발히 해오던 공익활동을 비롯해, 게임문화인식 개선 및 위상제고를 위한 캠페인 등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는 적자라는 얘기도 있다.

게임문화재단이 안고 있는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정부의 규제와 심화된 경쟁으로 국내 게임사들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서 내년에 마련될 기부금 액수가 올해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엔씨소프트가 총 6억4천만원 중 4억원의 기부금을 출연해 가까스로 게임과몰입 예방 및 치료 사업비를 맞출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이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나머지 이사회에 소속된 게임사들이 기부금을 고르게 늘리거나, 더 많은 파트너사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작년 국정감사 때 게임문화재단 기부금 마련을 본사에 보고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겠다고 한 라이엇게임즈 등 해외 게임사들의 참여도 필요 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 측은 신규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선 사용처가 구체화 돼야 하지만 이 부분에서 본사와의 논의 시간이 더 걸린다는 입장이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점을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단 올해 게임문화재단기금 출연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또 스마일게이트와 같이 글로벌 성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견 게임사들의 기부금 출연도 요구되는 분위기다. 대다수 게임사들이 자체 재단 또는 담당 부서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정부가 요구한 ‘게임과몰입 예방 및 치료 사업’은 전문적으로 하기 힘든 만큼 게임문화재단을 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외에 게임문화재단은 오는 10월로 임기가 끝나는 신현택 이사장을 뒤이을 신임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도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8월 이사장 및 이사진 교체를 위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줄어든 기부금과, 이로 인한 게임문화재단 역량이 줄면서 적임자를 찾기 힘들지 않겠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게임문화재단 이사회 한 관계자는 “정책 입안자들이 게임문화재단 사업을 지켜봐주고 기다려줬나를 생각해보면 회의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추가적인 게임규제 입법이 발의됐다”는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업체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 기부금을 많이 내기 어렵겠지만, 또 강요할 순 없지만 재단을 잘 꾸려 나가야 한다는 게임사들의 공감대가 있는 만큼 긍정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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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사회 관계자는 “8월 차기 이사진을 꾸려야 하는데 아직도 내년 이후 기부금 규모와 관련해서 게임사 간의 합의점이 모아지고 있지 않다”며 “내년에 재단이 어떻게 돌아갈까를 생각하면 갑갑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게임과몰입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자 지난 2010년 문화부와 게임업계가 자율로 기금을 조성하고 2기 게임문화재단을 출범시켰지만 결국 흐지되는 것 아닌가”라면서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법 논의자들에게 결국 좋은 빌미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지금이라도 게임문화재단 설립 취지와 목적에 맞춰 힘들더라도 게임사들이 십시일반정신으로 게임과몰입 예방 및 치유사업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