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설립한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교육기관 NHN넥스트가 대학생 250여 명과 함께 진로상담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은 많지만 막상 개발자들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재능이 필요한지 궁금한 게 많은 이들이 모였다.
우리는 그냥 개발자가 아니라 마크 저커버그나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은 거잖아요. 뛰어난 개발자라는 게 뭘까요?
개발자의 길을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NHN넥스트 교수들은 그냥 개발자가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잘하는 개발자가 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뛰어난'이란 수식어를 붙이기 전에 개발자는 뭐하는 사람인가? 남들은 소비하지만 우리는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게임 수업을 맡고 있는 박민근 교수의 답이다. 게임으로 치면 자기가 원하는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비슷한 의미로 모바일 담당 김정 교수는 몸이 하드웨어라고 생각하고 생각이 소프트웨어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십여년은 SW개발일만 한 교수들이 보기에 뛰어난 개발자는 어떤 사람일까? 본격적인 토크가 시작됐다.
SW공학과 자바 웹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는 박재성 교수는 100% 맞는건 아니지만 팀장을 하면서 기존 권위에 도전하는 친구들에게서 좋은 개발자로 클거 같은 '싹수'를 봤다고 한다. 시키는 일만 하는게 아니라 의구심을 가지고 틀을 깨는 사람들이 개발과 삶에 대한 철학과 기준을 가지고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의 경험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좋은 개발자로 성장했다.
박 교수 역시 도전을 받은 경험이 있다. 처음 팀장이 됐을 때 저보다 10살은 어린 직원이 제가 주도적으로 팀을 이끌어가는데 불만을 가지고 제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돌직구를 던졌어요. 지금은 다른 IT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주 절친한 사이로 남아 있어요. (아니라고 생각할 때) 그냥 넘어가는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남의 말도 들어주며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에요.
김 정 교수는 박 교수와 마찬가지로 소통하는 능력을 뛰어난 개발자의 자질로 꼽았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새로운 걸 받아들이려면 본인의 마음도 열려있어야하고 다른 사람 말도 잘 들을 수 있어야해요. 그러면서 자기 의견도 소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죠. 개발자를 디벨로퍼라고 하잖아요. 자기를 발전 시킨다는 의미도 있어요
HTML과 자바스크립트를 주요 담당과목으로 맡은 윤지수 교수는 열정과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퇴근하고 집에가서도 자기가 개발하고 싶은 걸 또 개발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즐거움을 느끼는 거죠.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결국엔 승자가 되더라고요.
재미있어서 하다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새 몰입하고 있는 자기를 발견하게 되는데 즐거움이 결국 열정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비슷한 의미로 박민근 교수는 후배들한테 개발자는 '덕심'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해 준다.
스티브 잡스도 어떤면에서 덕심이 있었어요. 오덕심이나 덕심은 미소녀나 게임을 좋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어떤 걸 좋아했을 때 파고들어가는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요 박 교수는 설명했다.
'열정', '즐거움', '도전정신' 같은 키워드는 다소 추상적으로 보인다. 기술적인 자질은 필요 없는 걸까? 교수들은 기술적인 요건은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윤 교수는 기술자체보다 기술에 밑바탕에 되는 원리에 대해 호기심을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한다. SW개발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되게 쉬워요. (코드를) 복사해서 넣고 따라해보고 하면 돌아가거든요. 하지만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프레임워크들를 그냥 쓰는 사람과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원리를 궁금해 하는 사람의 차이는 커요. SW기본 원리나 수학적인 기본 지식에 대해 아는 것이 대단한 사고의 차이를 만들 수 있어요
김 교수는 기술을 배우기보다 목적을 가지고 경험을 쌓을 것을 추천했다. 경험하면서 배우는 방법이 지금처럼 새로운 기술이 빨리 나오는 시대에 적합하다는 조언이다.
번역서가 나올 때 쯤 되면 또 다른 새 기술이 나오니까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극히 일부 일 수밖에 없어요. 빨리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경험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경험들이 쌓이면 역량이 되는거에요
박민근 교수는 와우나 LoL할 때도 경험치를 조금씩 쌓는 것같지만 언젠간 레벌업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보태 설명했다.
NHN넥스트 이민석 학장 역시 이어진 강연에서 수학적 기본 지식, 문제해결능력, 논리적인사고, 호기심 등이 좋은 훌륭한 개발자의 자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문학적소양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개발자들이 인문학적 소양과 가치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다양성 때문이에요. 일반 사용자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일이 대다수가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뭔가를 만드는 일이잖아요. 특정 사람들을 위해서 혹은 나를 위해 만든 것은 제품이 아니라 작품이라고 하죠. 제품을 만드려면 다양성을 확보해야해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것에 수긍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를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해야 해요.
NHN넥스트는 올해 첫 졸업생들이 배출된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설립된 만큼 NHN넥스트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하다.
박재성 교수는 프로그램을 하나도 모르는 비전공 출신 학생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제대로 된 SW교육이란 무엇인가?2014.06.30
- "초등 코딩교육, 커뮤니티 중심으로 가야"2014.06.30
- NHN넥스트, 잡스와 다른 '인문학'을 말한다2014.06.30
- NHN넥스트, 누구 뽑아 어떻게 가르치나?2014.06.30
문과에서 온 친구들도 많아요. 이들이 작년에는 힘들어 했는데 적응하는 단계를 지나서 올해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요. 한 친구가 저한테 와서 프로그램을 짤 때 이게 실행이 되면 컴퓨터 메모리상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다는 얘길했는데 아이들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민근 교수은 NHN넥스트는 입학도 어렵지만 졸업요건은 더 까다롭다고 말했다. 요건이 안돼는 학생들은 한 학기 더 다닐 수도 있다. 그는 NHN넥스트는 SW인재 사관학교라며 실전에서 바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