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화웨이, SDN/NFV도 정조준

리산치 화웨이 CTO 인터뷰

일반입력 :2014/06/26 15:47    수정: 2014/06/30 14:33

손경호 기자

중국판 IBM이라고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화웨이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분야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LG유플러스와 협력해 2.5GHz 광대역 LTE망 구축에 필요한 기지국 장비를 공급키로 했다.

최근에는 LTE-A를 지원하는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패스트팔로어로서 다른 글로벌 IT기업들을 따라간다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기술 스펙 자체만 놓고보면 기존 기업들을 넘어서려는 의지가 진하게 풍긴다.

SDN과 NFV도 마찬가지다. 오픈스택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을 주도하는데 적극적이다.

25일 서울 서소문동 한국화웨이 사무실에서 본사 캐리어 네트워크 부문 기술을 총괄하고 있는 리산치 화웨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SDN과 NFV 전략에 대해 물었다.

그가 SDN/NFV에 대해 강조한 것은 '생태계'다. 서로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첫번째라는 설명이다.

SDN은 그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발전속도가 더뎠던 네트워크 하드웨어에서 제어영역과 데이터처리영역을 분리하고 중앙집중화된 제어SW를 통해 전체 네트워크를 구축, 관리한다는 개념이다. 하드웨어 종속성을 없애면서도 빠르게 변하는 네트워크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논의되고 있는 NFV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로드밸런싱, 방화벽, 가상사설망, 웹애플리케이션방화벽(WAF) 등을 자사 환경에 맞게 가상화하는 기술이다.

SDN/NFV를 구현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글로벌 IT회사들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협업해 왔다. 오픈소스 SDN 기술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오픈스택이 대표적이다.

리산치 CTO에 따르면 여기에 후발주자로 참여한 화웨이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SDN/NFV와 관련 표준화 작업이다. 기존에 IEEE, 3GPP와 같은 국제이동통신분야에서 표준활동을 전개해 온 이 회사는 오픈스택에서 톱10 컨트리뷰터(기여회사) 중 하나로 활동 중이다. NFV와 관련해서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관련 백서 9개 중 5개에 화웨이가 참여하고 있다.

그는 SDN/NFV와 관련한 논의에서 화웨이의 강점으로 포괄적인 네트워크 기술을 보유하면서도 스토리지, 서버는 물론 데이터센터 구축 관련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SDN과 NFV가 결국 이통사 등이 보유한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라고 보면 전체 흐름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기업 중 하나가 화웨이라는 것이다.

리산치 CTO는 특히 전 세계에 기존 네트워크 장비회사들보다 넓은 라우터 지원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아직 언제 SDN/NFV 환경이 무르익을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추가 투자없이 SDN/NFV로 마이그레이션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화웨이는 1년 전부터 주요 고객 이통사들과 공동혁신센터(Joint Innovation Center)를 운영하며 NFV 기술 초기 구축 및 상용화를 위한 실험단계를 거쳐 올해 관련 기술에 대한 초기 구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DN/NFV에 대한 전향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화웨이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장비 도감청 논란이다. 미국 의회는 화웨이가 자사 장비를 도입한 고객사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능을 몰래 심어놓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리산치 CTO는 순전히 정치적인 문제였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사실 그동안 미국 의회에서 주장한 것과 달리 화웨이 장비가 도감청 기능을 가졌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이통사 고객들에게 장비가 구축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고객들과 강력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논란이 된 화웨이 통신장비용 칩은 영국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개발된다. 내부 보안 유지를 위해 수 년에 걸쳐 칩을 설계하고, 아키텍처를 만들고, 기술을 구현, 테스트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보안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연구소에 근무 중인 화웨이 최고보안책임자(CSO)는 영국 정부기관에서 일한 경력이 있기도 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리산치CTO는 앞서 중국과 미국에서 네트워크 장비 회사에 근무한 바 있다. 그는 중국, 인도 회사라고 하더라도 본사가 미국에 있으면 보안논란에 휩싸이지 않지만, 화웨이가 중국에 본사가 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없다는 점이 증명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5G에 대해 이 회사는 2020년 이후 5G 시대를 대비해 해당 분야에 6억달러 연구개발비용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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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산치 CTO는 5G에서 초광대역 기술에만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나 완전한 연결성을 중요시하는 초협대역 기술을 필요로 하는 500억여개 장비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3G, 4G LTE 기술과 5G 기술을 조합해 네트워크 전반에서 시스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산치 CTO는 15년 동안 20명의 박사를 배출한 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끝으로 화웨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업에서 나와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서 아시아가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것은 근면 성실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