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블랙박스가 고급차, 혹은 외제차에만 다는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 IRS글로벌에 따르면 2013년 10월까지 블랙박스를 단 차량은 총 4백51만대로 국내 승용차 기준 약 30%에 달한다. 올 한해 새로 블랙박스를 달거나 교체하는 승용차는 2백40만대로 예상된다. 저가형 제품은 10만원대 중반, 고급형 제품은 20만원대 중반에 장만할 수 있고 전·후방 녹화 기능도 새삼스럽지 않다.
최근 나오는 블랙박스는 녹화 해상도가 720p(1280×720 화소)에서 풀HD(1920×1080 화소)로 높아지고 전·후방 영상 녹화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녹화한 영상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파인디지털 파인뷰 CR-2000S(이하 CR-2000S)는 전·후방 녹화 기능에 주행시 영상과 주차시 영상을 분산해 저장하는 기능을 갖췄다.
■3.5인치 터치스크린 “조작·영상확인 동시에”
CR-2000S는 LCD 모니터가 달린 전방카메라와 카메라만 단 후방부로 구성된다. 카메라 주변에는 작동 상태를 알려주어 자동차 털이나 주차 중 접촉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경고 효과를 주는 시큐리티 LED를 달았다. LED 동작 모드는 전방카메라가 세 개, 후방카메라가 두 개로 평이하다. 영상을 저장하는 마이크로SD카드 단자는 왼쪽에 달았고 각종 케이블 연결 단자는 위쪽에 달아 전원 케이블과 카메라를 편하게 연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전방카메라 뒤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없이 바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3.5인치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설정이나 녹화 등 모든 동작은 터치스크린으로 하며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전원이 켜진다. 조작할 수 있는 버튼도 전혀 없다. 어느 정도 경사각을 줘 운전석에 앉아 조작하거나 바라보기 편하다. 3.5인치 모니터가 달리다 보니 무게는 약간 무거운 163g이지만 거치대가 튼튼하게 만들어져 떨어져 나갈 염려는 적다. 스피커는 오른쪽에 하나만 달았다.
전·후방 카메라 모두 2백만 화소 센서를 달았고 1920×1080 화소(풀HD) 녹화가 가능하다. 시야각은 대각선으로 136도 정도다. 4차선을 주행할 경우 전방 카메라로 좌·우 2차선 상황을 녹화할 수 있다. 영상을 확대하는 줌 기능이 있지만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처럼 렌즈를 움직여 거리를 당기는 방식이 아니라 영상에서 일정 부분을 단순히 잘라내는 것이기 때문에 선명도에 큰 영향은 주지 않는다. 야간 모드 녹화시에는 터널 등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오는 등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번호판이나 차종 등을 알아보는데 큰 문제가 없다.
■영상 나눠서 저장하지만 효용성은 떨어져
영상은 H.264 방식으로 기록되며 곰플레이어, 다음팟 플레이어 등 PC용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이나 전용 프로그램인 파인뷰 플레이어를 이용해 재생하면 된다. 다만 영상과 달리 음성은 압축을 거치지 않은 PCM 방식이라 풀HD로 녹화하면 30초에 67MB 이상, 1분에 120MB 이상을 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따라서는 재생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도 녹화 영상을 못 볼수 있다.
블랙박스가 찍은 영상을 저장하는 마이크로SD카드는 상당히 가혹한 환경에서 시달린다. 시동을 걸 때부터 끌 때까지 계속해서 영상을 녹화하는데다 상시전원공급장치를 달면 하루 종일 카메라 영상을 녹화한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SD카드가 새로 영상을 쓸 수 있는 횟수도 차츰 줄어든다. 게다가 자동차 앞·뒷유리에 설치되는 블랙박스 특성상 직사광선에 노출되며 열도 받는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SD카드를 3개월에서 반 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교체하며 신경을 써도 정작 필요할 때 녹화된 영상이 깨지는 경우도 심심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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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행 영상과 주차 영상을 마이크로SD카드 한 개에만 저장하면 저장된 영상을 찾기도 힘들 뿐더러 양쪽 영상 모두 손상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CR-2000S는 메모리카드를 두 개 꽂아 주행·주차 영상을 따로 녹화할 수 있다. 메모리카드 구입·교체 비용은 당연히 두 배로 늘어나지만 영상을 분산해 저장하기 때문에 영상을 보다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 주차 시간이 길고 주행 시간이 짧다면 주행 영상을 녹화하는 두 번째 SD카드 구입 간격을 늘리고 주차 영상을 녹화하는 첫 번째 SD카드 구입 간격을 짧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처럼 저장장치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이점은 상시전원을 연결하지 않으면 상당히 희석된다. 주차모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정 메뉴의 메모리 관리 항목에서는 기록할 영상 비율만 설정할 수 있다. 기본 제공되는 USB 케이블이 다른 블랙박스와 비교해 3~4배 이상 굵어 구부리거나 천장을 통해 매립하기 어려운 점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후방 카메라 USB 단자도 수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라 케이블 연결 단자 때문에 접착 테이프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 가격은 16GB 제품 기준으로 32만원 선이며 2채널 풀HD 녹화 기능을 갖춘 제품 중 비싼 편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