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명함엔 유선번호가 없다

일반입력 :2014/06/03 15:22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유·무선전화서비스 이용 현황’ 보고서에는 우리나라에 유선전화가 없는 가구가 3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 집에 한 집 꼴로 집전화가 없다는 얘기이죠. 특히 보고서는 가구구성, 지역, 가구소득, 주거형태를 비교했을 때 1인 가구의 경우 집전화가 없는 가구가 56.9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이 같은 사실은 크게 흥미로운 뉴스거리는 아닙니다. 신혼가구 중에는 집전화를 놓지 않는 경우도 많고 당장 필자의 집에도 유선전화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고장 난 집전화를 수리하지 않은 채 2년 넘게 살고 있지만요. 그만큼 휴대폰이 집전화를 대신하고 있다는 얘기이고, 전문용어로 무선의 유선 대체화가 많이 이뤄졌다는 뜻입니다.

이는 시내전화의 감소 추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1년 말 시내전화 가입자는 1천863만 가구에서 이듬해 말 1천826만으로 37만 가구가 감소했고, 지난해 말에는 1천762만 가구, 지난 4월말 기준으로는 1천733만 가구로 계속 하향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최근 취재를 위해 만난 벤처기업 대표들의 명함에는 유선전화번호가 없습니다. 통상 기업의 임직원들이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회사번호만 명함에 넣고 휴대폰 번호를 빼던 행태와는 정반대입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과 비용절감 때문입니다. 잘 사용하지 않는데 매달 고정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1인 창조기업이 늘면서 벤처타운이나 비즈니스센터 등에 입주한 기업들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합니다.

특히, 이동전화 무제한 요금제의 등장으로 휴대폰만 있으면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유선전화기 구입해 이를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합니다.

이날 KT가 내놓은 ‘집전화 무한요금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내놓은 고육책입니다. 월 5천500원과 7천500원만 지불하면 월 3천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무제한 요금입니다. KT는 유선에서 휴대폰으로 거는 요금이 10초당 14.5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월 최대 26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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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사무실에서 음성통화를 할 일이 많다면 휴대폰을 쓰지 말고 유선전화를 쓰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미 휴대폰에서 무제한 통화가 가능한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요금제를 선택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래저래 유선전화가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