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임민철 기자>인텔이 `자판기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자사 프로세서를 품은 `터치스크린 자판기` 도입 사례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PC와 모바일, 데이터센터를 넘어 지능형 디지털사이니지 영역까지 아우르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영토확장을 통해 범용 단말기와 센서 영역을 장악하는 사물인터넷(IoT) 선도 전략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지난 29일 인텔재팬 임직원들은 아시아태평양 및 일본(APJ)지역 미디어를 대상으로 도쿄 마루노우치 본사 인근 지하철과 시내에 실제로 설치, 운영되고 있는 자판기 또는 광고판 형태의 디지털사이니지 사용 현황을 공개했다. 아직 IoT 응용 사례라고 주장하기엔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인텔이 소개한 터치스크린 음료수 자판기가 일종의 윈도PC기반 디지털사이니지다. 자판기 앞쪽 카메라가 이용객의 외모를 바탕으로 연령대와 성별을 추정, 음료수를 추천해 주는 동작을 수행한다. 디지털 광고판 역할도 가능하다. 내장 컴퓨터는 재고 파악, 매출 집계, 이상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와이맥스, 와이파이, 3G 등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돼 본사의 장비 관리와 영업 분석에 알맞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다만 현지에 실제로 설치된 장비에 모든 기능이 온전히 구현된 경우는 없었다. 디지털사이니지 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자판기로만 사용되거나, 자판기 기능 없이 광고판 역할만 수행 중인 경우가 많았다.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기기는 카메라 기능이 이용객의 프라이버시 문제로 꺼져 있었다. 센서 데이터로 이용자에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상적인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었다.
향후 인텔은 디지털사이니지 플랫폼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현재 인프라를 설치, 이용, 유지관리, 업그레이드하기 쉽도록 `지능형 접속가능 시스템 규격(IPSS)`이라는 기술을 따로 개발했고, 디지털사이니지를 이용자 특성에 맞게 작동하는 상황인지 지능형 콘텐츠 시스템으로 만들어 주는 `오디언스 임프레션 메트릭스(AIM)스위트`를 사용해 이용자 정보를 분석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날 인텔은 실제 현장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사이니지 도입 사례를 소개하기에 앞서, APJ지역 미디어들을 인텔재팬 본사에 초청했다. 이들은 인텔재팬 사무실에 마련된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쇼룸`에서 자사 프로세서 주요 기술과 디지털사이니지, 데이터센터, 인터넷서비스 보안 등 기술의 분야별 활용 방법을 설명했다.
에이지 타구치 인텔재팬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시장개발 수석전문가가 인텔재팬 데이터센터 서버의 전력을 관리하는 `인텔 노드매니저`, PC 클라이언트의 보안을 정책 기반으로 관리할 수 있는 `e폴리시오케스트레이터(ePO) 콘솔`, 인텔 칩셋 기반으로 1회용 비밀번호(OTP)를 사용할 수 있는 `인텔 아이덴티티프로텍션 테크놀러지(IPT)`, 원격장비 수리를 위한 v프로(vPro) 기반 관리기능 등을 시연했다.
노드매니저는 `인텔 데이터센터매니저` 관리솔루션에 통합돼 서버 노드의 부하 상태에 따른 소비전력을 모니터링한다. CPU 사용량이 몰려 소비전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부하를 분산시켜 이를 조정하는 것이다. 관리자는 각 서버에서 노드매니저가 수집한 정보를 데이터센터매니저에서 확인하고 모든 서버의 각 상태에 따른 전력 소비를 일괄 제어할 수 있다. 이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서비스 수준을 높여줄 수단으로 강조됐다.
ePO콘솔은 지금은 인텔시큐리티라는 이름으로 바뀐 보안솔루션사업부 맥아피의 정책기반 보안관리 시스템이다. 시연된 관리자 환경에선 보안 모니터링 대상으로 연결된 PC 3대 가운데 1대가 켜지지 않은 상태라 최신 보안정책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었다. 관리자가 이런 현황을 파악하고 나면 최신 보안정책을 적용하기 위해 PC를 켜고 자동으로 업데이트를 받게 할 수 있다.
IPT는 시만텍과 같은 외부 보안솔루션 업체가 OTP 생성 기능 구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로그인시 그에 필요한 계정, 비밀번호 정보와 별개로 6자리 OTP를 입력받는 별도 보안 절차가 생긴다. 페이팔같은 온라인 결제, 디지털 지갑 서비스에서 사용자 계정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도입할 수 있다. OTP생성 솔루션은 하드웨어 토큰 대신 소프트웨어로 시연됐다.
이 기술들은 서로 별다른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CPU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인텔재팬이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쇼룸에서 마지막으로 설명한 v프로 기반 원격관리도 마찬가지다. v프로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컴퓨터의 운영체제(OS)가 제대로 구동되지 않아도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그 `키보드, 비디오, 마우스(KVM)`를 쓸 수 있게 해준다. 기계고장만 아니면 관리자가 디지털사이니지를 고치러 굳이 현장까지 갈 필요가 없게 해준다.
디지털사이니지는 원격관리뿐아니라 중앙관리 대상이다. 인텔은 도쿄 지하철역 안에 들어선 디지털사이니지들이 `개방형 접속가능 규격(OPS)`과 하드웨어 내장기술 `인텔 액티브매니지먼트테크놀러지(AMT)`를 모두 활용해, 여러 지역에 소재한 여러 기기를 중앙 관리시스템에서 다룰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 데이터를 중앙 시스템에 수집해 다양한 영업 효과를 분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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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엔터프라이즈 쇼룸의 역할은 IoT시대에 맞춰 빅데이터 활용을 장려하고 기업들의 당면 과제를 해결할 임베디드, 데이터센터 관리기술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요약됐다. 하지만 아직 인텔의 디지털쇼룸 시연이나 디지털사이니지 사례가 IoT 시나리오로 직결되는지는 불분명하다. 하루 뒤에 진행될 `인텔 APJ 데이터센터 서밋 2014`에서 인텔의 IoT 전략이 제대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오전 도쿄 APJ 데이터센터 서밋에서 RK 히레마네 인텔APJ 데이터센터 및 IoT제품 마케팅 지역 이사가 엔터프라이즈 전략과 아시아 시장 전반에 대한 분석을 제시한다. 인텔재팬의 코스케 히라노 사업개발 선임 임원과 에이지 타구치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시장개발 수석전문가가 데이터센터 전략과 고객사례를 공개한다. 오후에는 아츠시 야마모토 마케팅 이사가 쓰쿠바에 소재한 인텔협력센터의 연구활동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