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의존도 낮춰라"…부품업계 B2C 진출

부품 경쟁력으로 소비자 대상 특화 상품 내놓아

일반입력 :2014/05/27 16:14    수정: 2014/05/27 21:46

이재운 기자

전자 분야 완제품에 부품을 공급하던 중소중견기업들이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주로 대기업이 아직까지 주력하지 않는 전자 제품 틈새시장을 파고 들어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특히 부품 분야의 오랜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존 제품과 다른 특화 상품을 내놓는다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자 제품 시장에서도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편이다. 자체 브랜드를 널리 알려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 플라스틱 사출 커버 업체 등이 일반 소비자 대상 전자 제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케이스다. 이에 앞서 위닉스, 쿠쿠전자, 리홈쿠첸 등도 부품에서 전환했거나 새로 자체 브랜드를 내세워 안착한 사례들이다.

◆반도체 잘 아는 기업이 만드는 블랙박스

카메라용 이미지센서를 비롯한 주문형 반도체를 만드는 세미솔루션은 지난해 말 차량용 블랙박스 ‘차눈’을 출시했다. 블랙박스의 핵심 부품인 이미지센서와 전원관리용 IC 칩셋 등에 대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는 성장하고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을 겨냥한 행보다. 업계와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국내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은 지난 2010년 25만대 규모에서 2012년 150만대, 지난해 240만대(추산) 규모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한 적극적인 마케팅 시도로 ▲실제 구매자인 운전자를 겨냥한 라디오 광고 ▲5년 무상 보증 제공 ▲차에 충격이 가해질 때 녹화 영상을 와이파이를 통해 곧장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저장하는 오토쉐어 기능 등 마케팅 강화를 통한 B2C 기업으로의 변신에 나섰다.

세미솔루션 관계자는 우리 블랙박스는 반도체 기술 보유 회사가 개발한 블랙박스라는데 의미가 있다며 단순 부품조립이 아니라 반도체 핵심 부품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최고 품질의 블랙박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외장형 배터리를 이용한 상시 전원 제품과 블랙박스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초소형 제품도 개발해 출시해 제조사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차별화를 이어가 시장에 안착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사출 카바에서 액세서리와 스피커까지

스마트폰 후면 플라스틱 사출 커버를 만드는 한 업체는 지분 투자를 통해 일레븐플러스를 설립해 에피케이스라는 브랜드로 스마트폰 액세서리 사업에, 일레븐플러스라는 브랜드로는 블루투스 스피커 사업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제품 겉면 사출을 만들던 기존 기술력에 디자인과 마케팅 역량을 강화했다. 전문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케이스 제품을 선보였고, 블루투스 스피커는 올해 2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운영하는 온라인 스토어에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가전이나 모바일, 액세서리 등 완제품 시장이 점차 자체 부품 경쟁력을 위주로 재편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 된 데다 시장도 포화상태를 향해 가고 있는 만큼 부품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가진 업체가 더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이외에도 기업 인지도 향상에 따른 인재 유인 효과와 투자 유지 등을 더해 궁극적으로는 ‘자생적인 생존력 갖추기’를 목적으로 한다. 현재 국내 경영 환경 상 대기업에 부품만 공급하는 형태의 사업 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언제 위기가 닥쳐올 지 모르기 때문에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제습기나 전기압력밥솥 등 다른 가전 분야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이때 과감히 장기적인 투자를 단행해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사례도 이들 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기존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체질 개선을 통해 대기업이 놓친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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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교환기 등 주요 가전 부품을 생산하던 위닉스(구 유신기업사)가 열 교환기를 이용해 제습 효율을 높인 제습기 개발로 대기업들을 제치고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50%(시장조사업체 GfK 기준)를 기록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으로는 과감하게 수 억원대의 광고 모델 조인성을 기용하고 유통 전문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등 과감한 행보로 B2C 시장에 안착했다.

이외에도 전기압력밥솥 시장에서 대기업의 주문자 상표 부착생산(OEM)방식을 벗어나 자체 브랜드로 승부한 쿠쿠전자(구 성광전자)와 리홈쿠첸(구 부방테크론)이 축적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점차적으로 시장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자리잡은 것도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기업의 주문 물량 감소라는 위기를 딛고 자체 브랜드로 성공한 사례가 부품 업계에 많은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