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께 상장을 예고했던 카카오가 돌연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선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상장사인 다음의 카카오 흡수합병이지만, 지분율을 따졌을 때는 다음이 카카오에 흡수되는 격으로 카카오가 상장 시기를 앞당긴 셈이다.
26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와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를 출범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지난 2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의 합병에 대해 결의하고 합병계약을 체결, 오는 8월 주주총회 승인을 얻어 연내에 절차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사에 따르면 합병은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약 1:1.556의 비율로 피합병법인인 카카오의 주식을 합병법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발행신주와 교환한다.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상장사인 다음에 비상장사인 카카오가 흡수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합병된 다음카카오의 최대 주주가 김범수 현 카카오 의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합병 주체는 카카오다.
때문에 업계는 카카오가 왜 다음을 선택, 빠른 상장을 선택했는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다음과 카카오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에서 양사 합병 이유를 각자 보유한 모바일 및 인터넷 등 IT 전문역량을 활용해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및 시장 영향력을 강화로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합병을 택한 실제 이유를 카카오 성장 모멘텀 찾기 부진에 있다고 본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금 게임은 잘 되고 있으나 그 외의 수익 모델에 대해서는 지지부진하다며 게임 외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내년 상장 때 기업 가치 평가가 높게 나올지는 의문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카카오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모아 수익 모델을 만들려다 보면 돈이 많이 들어가게 되므로, 그 비용을 합병을 통해서 수익모델로 만드는게 더 속도가 빠를 것으로 봤을 것이라며 트래픽이 1위 사업자인 네이버에 쏠리는 것이지 내부적인 콘텐츠의 양이나 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으므로 카카오가 다음을 선택할한 것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다음을 흡수합병한 카카오가 앞으로 포털의 콘텐츠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범수 의장이 NHN(현 네이버) 대표를 맡아 포털에서 다루는 여러 콘텐츠를 수익화 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다음과 합병을 통해 네이버 성공 신화를 재현할 가능성을 높게 봤을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이 게임에 편중된 수익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자각했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를 해야하는데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포털의 경험을 살리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법인에 카카오 임원진이 그대로 합류한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석우, 이제범 현 공동 대표를 비롯해 카카오 기존 이사진이 그대로 통합법인 이사회에 전원 합류한다. 고용도 그대로 승계하며, 당분간 독자 운영 체제를 유지하되 겹치는 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통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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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등에 업은 다음의 기업 가치 역시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다음 주식은 우회 상장 여부 검토가 끝날때까지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금 가격 기준으로 다음의 주가각 최소 20% 상승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는 이날 오전 공시를 통해 합병을 알리고, 그 배경을 간략하게 보도자료로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사는 이날 오후 2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밝힌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