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겨냥해 오픈소스 운영체제(OS) 타이젠 생태계를 띄우기 위한 전방위 작전에 돌입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스마트 시계, TV, 폰 등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또는 플랫폼 개발자 영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각 단말기 형태별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배포와 국내외 앱 개발 공모전 개최도 진행 중이거나 예고했다.
우선 세계 각지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삼성 기어2' 앱개발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17일부터 모바일사업부 공식블로그를 통해 배포를 시작한 '웨어러블기기용 타이젠 SDK'와 스마트폰용 주변기기 개발을 위한 '삼성모바일SDK 액세서리패키지'를 활용하는 경진대회다.
기어2 앱개발 공모전은 1회전, 2회전, 두 단계로 나뉜다. 1회전은 지난 8일부터 자신이 만든 기어2 앱을 응모한 세계 개발자들 가운데 결과물이 뛰어난 200명을 가리는 경기다. 이 200명에 포함된 개발자들은 2천달러 상금을 받고 2회전 경기 출전권을 얻는다. 2회전 출전자들은 1회전에 제출한 앱을 더 공들여 개선시킨 결과물의 우수함을 가리는데, 상위 40개 앱이 최종 선정돼 총 85만달러 상금을 나눠 받게 된다. 두 단계 총 상금은 125만달러다.
기어2 앱개발 공모전과 함께 개발자 대상 행사가 지역별로 순차 개최된다. 오는 24~25일 서울을 시작으로 미국, 브라질 등에서 현장 앱 개발 대회 '삼성 기어 해커톤'과 세미나 성격인 '개발자데이'가 진행될 예정이다. 해커톤에는 별도 신청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은 지난달 24일 삼성 기어 앱개발 공모전 계획을 밝히며 이번 공모전은 삼성 기어 앱 생태계를 본격 활성화하는 신호탄이고 자신은 웨어러블 생태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달말 국내서 마무리되는 삼성 기어 해커톤 직후에는 삼성전자의 타이젠 기반 스마트TV 플랫폼 생태계 활성화 작업에도 시동이 걸린다. 다음달초 미국서 열릴 '타이젠개발자컨퍼런스(TDC)2014'를 통해서다.
TDC2014는 오는 6월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힐튼호텔에서 진행된다. 표면적으로는 리눅스재단이 행사를 주최하지만, 인텔과 함께 타이젠연합을 이끄는 삼성전자가 주 후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그 의지를 강하게 반영한 행사를 구성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공개된 TDC 일정을 보면 6월 3일(현지시각) 오전 키노트 이후 진행되는 기술 세션 가운데 5개가 삼성전자 소속 엔지니어의 타이젠TV 플랫폼과 SDK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아직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TV 제품을 공식 출시하진 않았지만, 행사를 전후로 TV용 SDK를 배포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삼성전자 이태동 수석이 '타이젠TV SDK로 시작하기'라는 주제로, 타이젠TV SDK 개발환경에서 표준 웹기술을 사용해 앱을 만드는 방법을 공개한다. 이어 '개발자를 위한 유틸리티 툴'이라는 주제로 SDK에 포함된 앱 품질 향상 도구를 활용하는 요령을 설명한다.
또 SW플랫폼팀의 정석재 수석은 '타이젠TV 아키텍처 개괄'이라는 주제로 모바일용 타이젠과 TV용 타이젠의 차이, 변화를 제시한다.
그리고 타이젠 오픈소스커뮤니티 관리자 겸 삼성전자 SW엔지니어 정대현 씨는 '타이젠TV 컨텍스트 매니저 - TV UX의 키스톤'이라는 제목으로 대화면 단말기인 TV에서의 타이젠 사용자 경험(UX) 구성 지침을 보여 준다.
다른 삼성전자 SW엔지니어 이세문 씨는 '스마트TV에 타이젠 채택하기 과정'이라는 제목으로 자사가 타이젠을 TV플랫폼에 담기 위해 만들어야 했떤 기술의 개발 과정 및 최적화 경험과 팁을 제공한다.
타이젠 전문 블로그사이트 '타이젠익스퍼트'는 지난 9일 TDC 소식을 전하면서 현장에서 타이젠TV 제품 실물도 함께 공개될 수 있다는 루머를 전했다. 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삼성전자가 TV 플랫폼 개발 경험과 팁을 공유하고 SDK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상용화 일정을 조율 중인 단계라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타이젠 스마트TV는 삼성전자가 꿈꾸는 가정용 IoT 시나리오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도 점쳐진다. TDC에 강연자로 나서는 다른 삼성전자 소속 엔지니어들의 강연은 IoT와 웨어러블 기기에 관련된 세션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달리 보면 삼성전자가 기어2 앱개발에 관한 내용뿐아니라 여러 IoT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제품 출시를 암시함으로써 국내외 개발자들의 관심을 선점하려는 방안으로 비친다.
외국에서 TDC2014가 마무리되고 나면 국내서는 올하반기 동안 타이젠 앱, 플랫폼 개발 부문을 포함하는 '제8회 공개SW개발자대회'가 진행된다.
제8회 공개SW개발자대회 공모부문에 700만원 상금을 놓고 타이젠 개발자를 손짓하는 삼성전자의 기업 제안과제가 명시돼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 타이젠 플랫폼을 위한 유틸리티 또는 타이젠 앱 개발이라 설명했는데, 다른 부문 과제와 달리 구동 단말기 형태를 제한하진 않았다는 점은 뜻밖이다.
이는 공개SW개발자대회를 치르는 올하반기 동안 삼성전자가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과 스마트TV를 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장 타이젠TV와 타이젠폰 판매 이전에 해당 기기를 위한 SDK를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고, 앞서 판매했던 제품과 연계해 시장 호응을 위한 OS 기능과 앱을 확보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다른 사업자나 기관과 달리 명시적인 대회 후원자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이효건 부사장이 대회 조직위원장으로 위촉됐고, 실제 후원 규모는 타이젠 플랫폼과 앱 개발 부문 과제를 위한 상금 700만원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마음만 먹으면 대회 운영을 통해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실익을 추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가 국내 개발자들 사이에 형성된 불신어린 시선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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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국내 앱개발 파트너들의 경우 삼성전자의 자체 플랫폼 육성 의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스마트폰에선 안드로이드에 편중된 멀티OS 전략으로 구글 종속성을 키워 왔고, 스마트TV에선 제대로 된 앱 소비 환경을 꽃피우지 못했다.
파트너들이 타이젠이란 플랫폼의 가능성을 믿게 하려면 삼성전자가 스마트TV 기술과 콘텐츠에 대해 장기적인 투자와 개발 계획을 한층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